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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한마디! 정권은 교체됐지만 MBC는 아직 겨울이다 <공범자들>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공범자들> 언론시사회가 8월 9일(수)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렸다. 이날 아나운서 박혜진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최승호 감독,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 성재호 KBS 기자가 참석했다.

<공범자들>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 보도로 시작된 정부의 KBS 장악이 2010년 4대강 사업의 실체를 고발한 MBC로 뻗어 가고 2014년 세월호 참사 오보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실 은폐로 까지 이어진 현 사태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로 <자백>(2016)을 연출한 뉴스타파 최승호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최승호 감독은 “<자백>이 2016년 10월 13일에 개봉했는데 이렇게 몇 달 뒤 새로운 영화로 (관객들과) 다시 한번 만나게 될지 몰랐다”며 “그동안 대한민국이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기에 이처럼 만나게 된 게 아닐까 싶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이어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 영화는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 KBS와 MBC가 정부로 인해 어떤 식으로 장악돼 왔는지, 또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이다”라며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을 수호하고 그 역할을 회복시키고 싶었다. ‘영화’라는 매체가 가장 호소력 있다고 판단했고 많은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연국 기자는 “2005년 <PD수첩>를 만들 당시 최승호 PD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능력이 모자라서 고발하지 못한 적은 있어도 외압 때문에 고발하지 못한 적은 없다는 말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이상향이지 않나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언론이 권력에 의해 장악되면서) 헌법과 한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공범자들>이 헌법의 가치인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공정성을 세우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자산을 국민에게 돌려 주기 위한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성재호 기자는 “오늘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9년 동안 많은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우리는) KBS와 MBC 내부에서 힘들게 싸워왔다. 이 영화를 통해 알릴 수 있어 감사하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김민식 PD는 “영화를 보고 나서 부끄러웠다. 나도 공범자들 중 한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170일간 파업을 이어온 MBC노동조합 집행부에서 격한 논쟁이 있었을 때 난 온건파였다. 당시 <무한도전>이 6개월 간 결방이 됐었다. 결방으로 인해 방송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했을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강경파인 이용마 기자와 반목했던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용마 기자가 해고 되고 난 후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 MBC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이용마 기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강하게 투쟁했던 것이다.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최근 <공범자들>에 대해 MBC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린 상황을 두고 최승호 감독은 “MBC 사측과 김장겸 현 사장, 김재철, 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박상후 보도국 부장이 우리 영화 속 주연이다. 주요 비판 대상인 이 분들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고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게 이유다. 오는 8월 11일 금요일 오후 3시 서울 중앙지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당연히 기각이 되길 바라고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각종 증거와 증언들을 토대로 비판했을 뿐이다. 없는 내용을 주장하고 내세운 게 아니다”며 “새삼스럽게 그들이 했던 행동을 담은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많은 시민들의 펀딩으로 만들어진 영화고, 사회적인 결의가 이 영화에 담겨있다”고 이야기했다.

최승호 감독은 스펙터클하다는 평에 대해 “지난 2008년 8월 8일 경찰력이 공영방송을 짓밟은 사태를 시작으로 자행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스펙터클한 언론장악이 다이내믹한 편집을 완성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언론장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제도적 방책에 대해 김연국 기자는 “공영방송이 나팔수가 되지 않아야 된다는 합의가 우선 있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 언론의 자율성 등 근본적인 문제부터 토론해야 한다”며 “방송을 사유화 한 자들의 법정 처벌을 적극 진행하고 진상을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기록물적인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정권이 바뀐 뒤 달라진 점이 있냐는 질문에 “최근 MBC 블랙리스트 문건이 폭로됐다. 노동조합이 입수해서 공개한 것이다. 2012년 170일 파업에서 패배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우리를 MBC 사측은 권력을 통해 무력화시키고 파괴하는데 집중했다. 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다”며 아픈 심정을 내비쳤다.

또한 “여기 있는 박혜진 아나운서도 피해자다. 아나운서국 50명이 밖으로 쫓겨나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있고 현재 내부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MBC의 신뢰도는 추락했고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우리의 싸움은 공정 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것이고, 동시에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 받기 위함이다. 현재 정권이 바뀌었지만 김장겸 현 사장의 임기는 아직도 남아있다.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장이 제 역할을 했을 때 존중 받을 수 있다. 기자와 PD를 억누르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MBC는 아직도 겨울이다”고 말했다.

한편 박혜진 아나운서는 감상을 묻는 질문에 “나 역시 MBC 파업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재미있게 봤지만 뒤끝이 씁쓸하고 아프다”며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무력함을 느꼈고 아나운서로서 존재가치를 부정 당하는 시간들이 너무 어려웠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1인이 아닐까 싶다.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 나서고 싶다. 그래서 이번 <공범자들> 사회도 선뜻 맡게 된 것이다”고 털어놨다.

<공범자들>은 오는 8월 17일 개봉된다.

● 한마디
- 웃음, 눈물, 스펙터클 삼박자 갖춘 고발 다큐멘터리
(오락성 7 작품성 7)
(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 이명박-박근혜 10년의 공영방송 흑역사를 낱낱이 까발린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권력에 부역한 '공범자들'에 결코 쉽게 굴복하지 않으려 치열하게 투쟁한 여러 언론인이 있었음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해줄 고마운 다큐멘터리다.
(오락성 7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 글_김수진 기자(Sujin.kim@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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