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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덤] 이 ‘아이’, 뭔가 다르다. 다코타 패닝
2005년 3월 3일 목요일 | 최경희 이메일


한국 나이로 고작 11살, 성장기라고 하지만 또래의 비해 ‘다코다 패닝’은 왜소해 보인다. 그러나 다코타 패닝은 현재 할리우드 톱스타의 대열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은 여느 스타 배우 못지 않게 세간의 주목을 끈다.

‘숀 펜’, ‘댄젤 워싱턴’과 함께 투톱으로 극을 이끌어도 전혀 연기력이 딸리지 않더니만, 이제는 연기파 배우계의 지존인 ‘로버트 드니로’를 연기파트너 삼아 자신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번에 개봉하는 <숨바꼭질 Hide and Seek, 2005)에서 정신과 박사인 로버트 드니로의 딸로 분해, 자살한 엄마를 목격한 후 심리적 패닉 상태에 빠진 ‘신비한’ 아이 ‘에밀리’역을 제대로 소화해냄으로써 운신의 폭을 한층 넓혔다.

솔직히, ‘그녀’라는 호칭으로 다코타 패닝을 지칭하기에는 그는 아직 너무 어린 ‘소녀’이다. 아직 ‘여자’로서보다 ‘소녀’인 그를, 우리는 ‘그녀’라는 대명사를 쉽게 사용하여 부른다. 단순한 호칭일 뿐인데 이것은, 다코타 패닝이 현 영화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남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차이’의 표시다.

모 포탈 사이트에서 ‘다코타 패닝’을 지식검색해보면 눈에 번쩍 띄는 질문이 있다. “다코타 패닝과 결혼하고 싶어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이 질문을 보면, 할리웃 스타라지만 11살밖에 안된 어린 소녀에게서 ‘결혼’을 떠올리기란 너무 앞서나간 생각이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든다. 그러나 질문을 올린 네티즌의 글을 읽어보니 그 마음이 장난은 아닌 듯 하다. 답을 써준 사람의 내용도 그에 못지 않게 진중하다. 다코타 패닝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무엇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어떻게 그녀에게 접근할지 에 대해서도 꽤나 그럴싸하게 답해 논 것이다.

웃자고 한 질문이거나 답일 수도 있겠지만, 이걸 통해 다코타 패닝이 ‘아역’스타로 구분 짓는 미묘한 경계 안에서 큰 폭으로 벗어났음을, 그녀는 11살의 나이에 이르러 ‘아역’ 꼬리표를 땐 ‘여’배우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즉, 그녀는 앞날이 기대되는 아역배우가 아니라 신체적 성장이 기대되는 금발머리의 여배우다.

음흉한 어른들의 속내, 로리타 컴플렉스?

<The Cat in the Hat, 2004>에서 다코타 패닝은 ‘샐리’로 분해 똘똘하면서도 깜찍한 모습의 또래 연기를 펼쳐 보임으로써 어른들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여전히 <아이 엠 샘> (I Am Sam. 2002) ‘루시’처럼, 관객의 혈연지하로 느껴지는 연기에서, ‘다코타 패닝’은 그녀만의 상품성을 가격 매기는 듯 하다.

그러나 <Man on fire, 2004>에서 세상의 빛을 흡수하듯 아쿠아 빛 눈동자로 상처 입은 들짐승 ‘크리시’(덴젤 워싱턴 분)를 감싸안은 ‘피타’의 모습은 순진한 풋사랑을 고백하는 마냥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여인의 향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타를 연기한 다코타 패닝은 어른들의 사유세계에 근접해 있다는 ‘사랑’을 ‘모방’한다. 여기서 흑인성인남성과 사랑에 빠진 백인 소녀의 명암대비는, <레옹>에서 레옹과 나탈리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선사하는 영화적 카타르시스와 비슷한 감정이 아닌, 소중히 ‘보호’해야 할 책임감과 동시에, 성인이 된다고 해서 이 사랑이 결코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이건, 신체 나이가 성인에 이르지 못한 그녀의 ‘순수성’이 성장 후에도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배우 이미지’의 원형에 가깝다. 적잖은 다코타 패닝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면 공식처럼 매 영화마다 겹치는 특징이 있다. 동년배에 비해 조숙하고 똑똑하며, 대부분 부잣집 외동딸로 출연한다.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과 외모가 인물의 배경을 스케치하는데 있어 직간접적으로 역할제한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건 다분히 말도 안돼는 소리이기도 하다. 외향적인 이미지로만 본다면, 그녀가 영화상에서 필요 혹은 소비되는, 배역의 연관성은 발견하더라도 ‘왜 그녀야만 하는가’ 식의 반대급부 상황은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꼴이다.

다코타 패닝의 역할 공식 중 두드러진 특성은 연기파 배우 특히, 중년 남자배우를 상대로 연기 경력을 쌓아 나갔다는 점이다. 이런 역할 패턴 때문에 ‘로리타 컴플렉스’와 연관지어 그녀의 ‘스타성’을 해석해 내기도 한다(국내에 소개되지 않는 <Uptown Girls, 2003>에서는 예외적으로 ‘브리티니 머피’가 레이 역할의 다코타 패닝의 보모로 등장한다. 물론 여기서도 다코타 패닝은 조숙하고 똑똑한 상류층 아이로 등장한다). 10살도 되기 전에 스크린 속에서 연기를 펼치는 그녀를 보고 관객이 ‘매혹’ 당한 이유는 그저 깜찍하고 예쁜 모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블루 빛 눈동자는 영화 속에서 또 다른 ‘창’의 역할을 한다. 상대 배우로 등장하는 어른들의 속내를 간파하듯 시린 눈빛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엄밀히 따지자면 ‘로리타 컴플렉스’와는 다른 것이다. 성적 집착현상으로 말미암아 로리콘(관객)의 심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코타 패닝은 정신적인 면에서 성인의 이성적인 측면보다 우위를 점유한다.

현실의 비합리성을 타파하는 그녀의 순수한 ‘직언’은 상처입고 나약한 어른들마저 위로한다. 동일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패닝은 현실 그 너머를 배회하는 ‘눈빛’으로 스크린 안에서 자신의 눈동자에 또 다른 무언가를 비쳐낸다.

정신연령이 자신보다 어린 아버지를 지키는 꼬마아이에서부터 30년 이상의 나이 차를 극복한 애틋한 로맨스까지 엮어낸 짧지만 굵은 배우로써의 이력은 아역배우가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보다 많은 것을 요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코타 패닝이 내재한 배우로써의 기질은 한 영화에서 성인 캐릭터가 뽑아낼 수 있는 관객 흡입력과 대등하다. 달리 말해, 대중이 세상 안에서 숨 쉰 기간이 11년밖에 안된 소녀에게 로리타의 ‘환영’을 겹쳐본 것이 아니다. 신체나이는 아이지만 캐릭터를 연기함에 있어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눈높이를 넘어서서 극을 이끌어 가는 그녀의 연기는 이미 아역배우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때문에 이번에 개봉한 <숨바꼭질>은 그녀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터닝포인트 적 작품이 될 것이다. 여전히 상대배우는 연기파 중년 남자배우(로버트 드니로)이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등장한다. 또한 ‘반전’에 숨어있는 비밀을 보면 ‘에밀리’(다코타 패닝 분)는 성인의 나약함을 덮어주는 캐릭터를 여기서도 소화해낸다. 그러나 전작들과 확실히 다른 점이 있으니 스크린 안에서 ‘창’같은 역할을 하던 그녀의 투명한 눈빛이 우리가 믿지 않은 세계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설득력까지 더해 극의 몰입을 이끈다.

여기다 가발과 화장을 이용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흉내낸 다코타 패닝의 극중 모습은 어른들의 앙큼한 소망을 만족시킬지도 모른다. 허나, 관객의 정신학적 심리 상태를 이용한 서비스 차원적인 면에서 여인의 향기를 모방했다고는 볼 수 없다. 영화의 큰 기둥을 짊어지는 주연으로서 부재하는 성인 캐릭터의 몫까지 몸집이 작은 소녀에게 기대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한 소녀에게 ‘그녀’라는 호칭을 어색함 없이 우리가 쓰듯 말이다.

다코타 패닝이 할리웃 역사를 풍성하게 했던 아역배우들과의 ‘차이’는, ‘아역’의 ‘한계성’을 계속해서 넘어서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주연의 보조역할로써 ‘기능’하던 아역 배우들이 특별한 소재의 영화(예를 들자면, 크리스마스, 동물영화 등등)에서 안에서만 소비되어 왔다면, 그녀는 소재를 따지지 않고 특이나 장르를 불문하고 어엿한 ‘주연’으로 낙점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해, ‘성인층’을 겨냥한 영화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따냄으로써 아역배우의 ‘소비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젠 깜찍하고 예쁜 ‘다코타 패닝’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본다는 핑계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다. 신체적 성장을 얼마큼 했나 확인하는 재미에 그녀의 영화를 본다고 솔직하게 말할 때가 된 듯 하다.

19 )
dorigun
글쓴 사람이 그런가 보구만;;   
2005-03-05 23:58
manofaction
찔리지는 않지만 마지막은 대목은 필요없는거엔 동감...   
2005-03-05 22:06
kysom
위의 주황색 사족은 차라리 쓰지말았어야 했다. 이글을 읽는 많은 남성들은 결국 이 마지막 글앞에서 무너질 것이다. 찔렸기 때문에...   
2005-03-0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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