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패밀리 맨]과 [역전에 산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뤘었다. 새로움 보다는 약간 다름을 추구한다고 할까. 하지만 몸 짱, 돈 짱 무엇이든 짱이 판치는 이 시대에 못생긴 추남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에 은근히 한 표 던지게 만든다. 마음이 이뻐야 최고라고 부르짖는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못생기고 지저분한 신석기 캐릭터는 그다지 달가워 보이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초반이 지나갈 때까지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은근히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초반 영화는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이름과 직업이 같은 두 명의 신석기. 하지만 두 사람은 모습은 마치 하늘과 땅 차이처럼 느껴진다. 잘 생기고 능력 있고 승승장구 하는 신석기(이종혁)는 따라 다니는 여자들을 주체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여자들을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또 이윤을 위해서는 비정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다. 이에 반해 앞 이는 툭 튀어 나왔지 일명 아줌마 파마 스타일인 못난이에 천하약골 이자 아무 때나 방귀를 뀌어대는 슈렉형 신석기(이성재)가 또 하나의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장점은 따뜻한 인간의 심장을 가졌으니 두 사람을 적당히 섞어 놓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인간이 하나 쯤 탄생할 것 같아 보인다.
물론 두 사람이 섞이긴 한다.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둘이 하나가 되지만 이건 완전히 최악의 상황이다. 하필 못생긴 신석기의 몸에 냉혈한의 의식이 들어가 버린 것이다. 못 생긴데다 성격까지 나쁜 그야말로 누구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니 감독님도 참 무심하시다를 외칠만하다. 가뜩이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거북한 캐릭터에 자기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여자를 농락하고 버리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인간성을 부여하다니. 때문에 영화는 잘난 신석기의 인간성 회복이라는 이야기에 접어든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신석기의 뒤로 흐르는 “아 옛날이여”란 노래의 가사는 너무 절묘하다. 리메이크 곡이 전해주는 아이러니 때문에 웃다보면 신석기가 왠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던 신석기라는 캐릭터가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물론 한동안 정신 못 차리고 좌충우돌 헤프닝이 이어지지만 밝고 명쾌한 웃음이 아닌 씁쓸한 웃음 속에 따뜻함이 숨겨진 영화의 성격이 여기서부터 드러난다.
자신이 헌신짝처럼 농락하고 버렸던 진영(김현주)의 변호를 맡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비정한 인간이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는 다는 다소 뻔하고 상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이성재 혼자서 웃기고 울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버거웠을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의 여배우 중 가장 에드립이 강하다는 신이와 신석기 옆집에 사는 부부 도둑이 웃음을 일정부부 나눠 가짐으로써 풍성한 웃음을 선사한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빗속에서 자아비판 하는 신석기의 모습은 애절하기까지 하다. 사랑과 인간성 찾기라는 프로젝트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기에 거부감이 희미한 미소로 변하는 것도 더디다. 외모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열연한 이성재의 변신은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지 말자는 영화의 주재를 외모로 보여준 사례다. 그렇다고 이 영화 때문에 만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가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사람에 대한 정의를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코미디를 표방한 여타 코미디 영화처럼 눈에 확 띄게 웃기진 않는다. 그렇다고 가슴 저리게 밀려오는 감동을 선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은근히 보듬어주고 싶은 속이 찬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