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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을 보러 왔다’는 뱀파이어 무비의 지존 ‘블레이드’ 시리즈
2004년 12월 15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이겨도 시원찮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스티븐 시걸 못지않은 무뚝뚝한 얼굴, 검은 육체도 모자라 깜장 선글라스와 깜장 복장으로 매무새를 잡은 위풍당당 자태, 마당에 널부러져 있는 누렁이 보듯 은과 마늘을 당최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론적 모순을 태생적 굴레로 이고 갈 수밖에 없는 반인반흡혈귀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가 끝장을 보러 드디어 한국에 입성했다.

<언더월드> <젠틀맨리그> <반헬싱> 등 변칙적인 짬뽕 스타일 뱀파이어 무비의 원조라 불리는 흡혈귀 헌터 블레이드의 휘황찬란한 활약상을 신명나는 비트에 실어 그려낸 ‘블레이드 시리즈’. 개봉에 맞춰 얘가 대관절 뭐땀시 그리도 끊임없이 관객들의 목덜미를 후끈하게 달구며 많은 이들을 알아서 흥분하게 만드는지 제대로 한번 ‘대충’ 알아보고자 한다.

1998년, 그닥 주목을 받지 못하던 마블 코믹스의 가장 우울하고 암울한 캐릭터인 ‘블레이드’를 주인공으로 완벽한 음지의 다크 히어로를 탄생시키며 아드레날린를 도처에 흩뿌린 장본인은 데이비드 S.고이어다. 시리즈 전편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스티븐 노링턴, 길레르모 델 토로에 이어 3편의 감독을 맡은 데이비드 S.고이어는, 열화와 같은 갈채를 받으며 지구수호와 올바른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지 한 몸 기꺼이 초개처럼 버렸던 기존의 영웅과는 다른,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아무런 칭송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증오심에 뿌리 내린 혈전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안티히어로의 거침없는 액션과 스타일리쉬한 영상을 꾀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천장에 매달린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짙붉은 피를 세례 받으며 광란에 휩싸인 나이트클럽 한 장면만으로도 <블레이드> 원편은 컬트적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모자람이 없는 영화로 자리했고, 기왕의 그것들과는 노선을 달리하는 혁신적 뱀파이어 무비로 떡하니 등재한다.

백인 흡혈귀 집단의 우두머리답지 않게 에로틱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매력적인 악의 화신 프로스트에 이어 인간만이 아니라 지들의 동족이나 마찬가지인 뱀파이어마저 광포하게 살육하는 변종 뱀파이어 리퍼와의 한판을 다룬 <블레이드>의 속편은 원편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않으며 영화의 생명력을 이어간다. 잔혹 애니로 유명한 카와지리 요시아키의 <무사 쥬베이>를 방불케하는 하드 고어 장면과 호러적 분위기를 더한 <헬보이>의 감독 길레르모 델 토로의 <블레이드2>는 극한의 쾌감을 영화 속에서 증진시키며 대중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연출을 선보인다.

그래서 말인데 시간들 나시면 <블레이드> 원 투편을 보시길 권한다. 무지하게 재미거덩. 여튼,
백인 영웅을 흑인으로 대치해 색다른 재미를 전해준 블랙스플로테이션 무비에 심장을 뒤흔드는 테크노 액션을 결합한 <블레이드>의 시리즈의 묘미는 전편을 관통하는 블레이드의 액션에 있다. 고즈넉한 자세를 유지하다 뱀파이어만 눈에 밟혔다하면 완전 돌아버려 전투태세로 돌입하는 이 검은 안티 히어로를 보자면 슈퍼맨의 건전하고 늠름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 잔득 폼을 잡고 싸움에 임하지만 각종 장르를 변주하고 수많은 환영 같은 이미지를 조합한 영화 안에서 비춰지는 블레이드의 외양과 신들린 몸동작은 키치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심각함을 상쇄하는 오락적 기능으로 작용한다.

물론, 각국의 전통 무술로 단련된 웨슬리 스나입스의 힘이 절로 느껴지는 절도 있는 몸동작과 신기에 가까운 그의 사무라이 검술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원화평과 더불어 스크린 속의 액션을 설계하는 데 있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견자단이 무술감독을 맡은 <블레이드2>는 시리즈 중 압권이라 할 만하다. 개떼처럼 달려드는 리퍼들을 상대로 육중한 몸이지만 날샌돌이처럼 스피드를 더하며 시연하는 블레이드의 갖가지 격투술과 칼질은 숨 돌릴 틈 없이 과시된다.

또한 사방을 타격하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액션의 추임새이자 영화에 기괴한 박력을 불어넣는 테크노 뮤직 등 시대를 앞서가는 쿨하고 강한 비트의 사운드는 홍콩식 무협액션을 힘 있게 구사하는 블레이드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뱀파이어들의 아지트와 나이트클럽 그리고 도심을 오가며 흡혈귀를 상대로 무자비한 도륙행각을 일삼는 블레이드 앞에서 뼈와 살이 순식간에 타버리는 듯 폭발하며 존재의 흔적을 아낌없이 날려버리는 녀석들을 보면 게임 보는 듯한 착시현상마저 일어난다. 이 같은 강렬한 화면빨과 공간을 때리는 격렬한 테크노 사운드는 상승효과를 동반하며 <블레이드> 시리즈만의 독특한 스타일리쉬함에 기여한다.

갖가지 요소가 잡종 교배돼 신세계를 열어제낀 <블레이드> 시리즈는
세계 CF와 뮤직 비디오, 게임 그리고 그 이후의 호러, 액션 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많은 이들의 시신경을 즐겁게 교란시키며 발군의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영화의 이러한 경향은 이후 <언더 월드> <반 헬싱>, 심지어 현란한 총질을 해대는 <이퀼리브리엄>에까지 이어 진다.

떠도는 말들에 의하면 속편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 완결편이라 소개된 <블레이드III>는 이 같은 전편의 스타일과 장점을 다시금 고스란히 빌려온다. 하지만 1,2편의 암울함과 존재론적 무게감은 상당히 희석됐다. 인간도 흡혈귀도 아니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번민하는 태생적으로 다크 히어로가 지닐 수밖에 없는 비애를 3편은 현란한 무기의 전시장 안에 가둔다.

다시금 전세계를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야욕으로 들끓는 뱀파이어 지도부의 음모에 걸려들어 사면초가에 처한 블레이드를 구하고자 나선 새로운 캐릭터도 영화의 볼거리다. 블레이드의 유사 아버지라 할 수 있는 휘슬러(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숨겨진 딸인 여전사 아비게일(제시카)과 터프하지만 널럴한 성격의 뱀파이어 헌터 한니발 킹(라이언 레이놀즈)이 그들이다.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가 여자로 환생한 듯 신출귀몰한 활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아찔한 자태의 아비게일과 강력한 화력의 총기로 무장한 한니발 킹의 대대적 활약은 조력자 이상이며 시청각적 유희를 줄기차게 내뿜는 영화에 흥미를 더한다.

검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뱀파이어를 상대로 살벌한 심판을 집행하는 '블레이드'와 맞장을 뜨는 사상 최강의 적 '드레이크(뱀파이어의 제왕)'는 전편의 녀석들보다 그로테스크한 리더쉽은 덜하지만 업그레이된 규모의 격전지에서 여전히 시각적으로 충분히 만끽할 만한 괴력을 뿜어낸다.

이런저런 '뱀파이어 무비'들이 시중에 나돌았음에도 이 개성 넘쳐는 <블레이드> 시리즈는 여전히 지금까지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고감도 액션 설계를 뼈대로 한 하이브리드한 스타일과 누아르 분위기 안에서 롤러 코스터적 흥미진진함을 속도감 있게 관장하며 선사하는 임팩트 강한 영상을 자신만의 인장으로 받아들이고 스크린에 강하게 새겨놓은 탓이다.

평면적 캐릭터로 일관하는 등 전편에 비해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럼에도 “끝장을 보러 왔다”는 <블레이드3>가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자료협조:영화인

23 )
bjmaximus
웨슬리 스나입스,<블레이드3> 이후로 비디오용 B급 액션 배우로 전락해버렸다는.. 그러기엔 아까운 배운데..   
2008-08-21 14:40
qsay11tem
감각적인 영화네여   
2007-11-26 14:23
kpop20
왠지 재미있을것 같은   
2007-05-18 10:25
js7keien
블레이드 시리즈에 먹칠을 한 3편   
2006-10-01 22:45
ann33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랠요.   
2005-02-14 18:16
soaring2
왜 블레이드는 재미가 없죠..저한테는;;   
2005-02-13 13:15
hijuc29
저도 1편이 제일 좋았던 듯   
2005-02-12 16:38
kismg
오우- -ㅋ   
2005-02-0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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