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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적응하는 무인도
캐스트 어웨이 | 2001년 1월 27일 토요일 | 모니터기자 - 은현정 이메일

1.한 사나이가 무인도에 버려집니다. 그러나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는 최선을 다 합니다. 배구공 하나에 웃고 울고 칼 대신 스케이트 날을 써도 그는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무인도에 떨어진 간이 화장실 문에 그는 다시 희망을 걸게 됩니다.

2.[캐스트 어웨이]는 어떻게 보면 꽤나 단조로운 영화입니다. 영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시라면 아마 다들 스토리라인에 대해 알고 계실걸요? 그리고 그 스토리라인 이외의 것은 거의 기대하실 수 없습니다. 게다가 영화의 플롯은 거의 시간의 흐름대로 보여집니다. 그러다보니 연출이라고 할 만한 것도 상당히 단조롭습니다.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하는 행위들, 그의 표정들을 따라가면서 찍는 것이거든요. 이 영화는 완전한 톰 행크스 원 맨 무비입니다. 하긴,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는 상대역도 없는걸요? 보통의 완전한 원 맨 무비라면 정말 단조로웠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톰 행크스라는 걸출한 배우 덕분에 영화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톰 행크스의 철저한 연기로 인해 무인도에 사는 척의 아픔과 고독과 공허가 눈빛 하나로 표현됩니다. 반 쯤은 정신 나간 것처럼 미쳐 보이는 그 모습이 관객으로 하여금 동정과 감정이입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정말 좋은 배우가 영화에 어느 정도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가에 대해 깨닫게 해 주는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3.영화는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영화 한 편이 거대한 시간에 관한 우화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만약 자신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이 세상도 돌아가지 않을 것만 같은 자기 중심 주의에 빠져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내가 사라져도 지구는 계속 돌아갑니다. 무인도에 불시착하게 된 척, 그에게 있어 무인도에서 지난 4년은 완전히 멈추어버린 시간입니다. 짠!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이 멈춘 무인도로 날아가 버린 것이지요. 무인도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사랑하는 켈리가 준 시계가 더 이상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멈추어버린 시계, 이 시계는 무인도에서의 시간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처음에 그 자신조차 이런 시간의 멈춤에 적응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시간의 흐름에 관해 거의 병적일 정도의 집착을 가지고 있던 직업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무인도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그는 이런 자신의 시간관념을 버려야만 합니다. 그 결과, 오로지 생존만이 존재하는 외로운 삶이 찾아옵니다.

4년이라는 세월 동안 멈추어버린 시간, 그 시간이라는 것은 척의 제살을 깎아먹는 것이었습니다. 4년이 지난 뒤의 그를 보여주는 공허한 눈빛 속에서 그 고통은 우리에게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아마 그 시간이 흐르면서, 척은 켈리를 처음보다 훨씬 더 깊게 사랑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무인도에 있던 그 4년 동안에 그에게 있어 그녀는 변치않는 사랑의 대상이었으며 흐르지 않는 시간을 지켜주는 친구였으니까요. 그렇지만 무인도라는 시간에 적응하게 된 이후에도 그는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함께 그는 탈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지 않는 무인도를 탈출하게 된 척에게 있어 원래 자신이 속해있던 흐르는 시간대로의 적응은 다시 한 번 아픈 시련을 불러옵니다. 제일 처음에 그는 사랑하는 배구공 윌슨부터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멈추어진 시간대의 윌슨은 그가 가려고 한 흐르는 시간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가 무인도에서 내내 사랑했던 켈리, 그녀가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도 알게됩니다. 척의 4년은 멈추어 있었지만, 켈리의 4년은 흐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 아파하고 힘들어 하지만, 그는 다시 한 번의 적응을 위하여 시간을 떠나보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다시 흐르는 시간에 적응하기 위한 정말 중요한 의식이었습니다.

멈추어 버린 회중시계를 다시 켈리에게 돌려주면서 척은 시간을 떠나 보냅니다. 이제, 그에게 있어 흐르는 시간이라는 것이 다시 찾아옵니다. 네 거리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를 더듬고 있는 그는, 다시 한 번 삶에 대한 의욕을 채워나갑니다. 인생에 있어 시간이라는 것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멈추어 있던, 흐르고 있던 누구에게나 추억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래서 인생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라고 영화는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4. 솔직히 영화 한 편이 '페덱스'와 '윌슨'의 거대한 간접 광고더군요.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말이에요.

2 )
ejin4rang
시간에 적응하자   
2008-10-17 08:50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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