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가스통 루르에 의해 1911년 발표된 소설 [오페라의 유령]. 이 작품이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영원한 ‘베스트셀러’ 자리잡게 된 것은 <캣츠>,<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비타>등 주옥 같은 레퍼토리로 뮤지컬 계의 마이더스라 불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지휘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엄청난 흥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6년 10월 런던의 ‘Her Majesty’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18년간 매진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기존 뮤지컬의 한계를 극복한 과감한 무대 연출과 웅장하고 풍부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뮤지컬의 살아있는 신화로 평가 받았다. 전세계 8,000만 명의 관객동원과 3조8400억 원의 입장수익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뮤지컬의 브랜드화를 이끈 ‘오페라의 유령’. 이 걸작 뮤지컬을 바탕으로 태어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직접 뮤지컬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겼다는 점에서 다시금 ‘팬텀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우선 조엘 슈마허가 연출하는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화면 때문일 것이다. 1870년대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세트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성대한 오페라 공연 장면, 그리고 팬텀과 크리스틴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펼쳐지는 팬텀의 지하 은신처 등 시공간적 제약으로 뮤지컬 무대에서 실현시키지 못했던 환타지가 스크린에서 부활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너무나 유명해진, 그리고 영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게 될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들이다.
<오페라의 유령> O.S.T의 즐거움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영화를 위해 전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새롭게 단장한 완벽한 레퍼토리의 삽입곡들에서 찾을 수 있다.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삽입곡들은 한층 더 깊고 웅장한 음색을 느끼게 해주고, 우리가 흔히 기억하던 멜로디 뒤에 숨겨진 많은 하모니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난, 더욱 풍부하고 화려한 선율을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새롭게 추가된 회상 장면(팬텀의 과거, 라울의 상상)을 위해 작곡된 15분 분량의 신곡 역시 들을 수 있다.
‘라울’과 ‘크리스틴’의 변화에 따른 창법의 차이도 눈에 띈다. 뮤지컬 속에서 팬텀의 비극적 카리스마에 비해 소극적인 청년으로 묘사되었던 라울이 영화에서 원작보다 한결 적극적이고 로맨틱하며 용감한 청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라울’역을 맡은 패트릭 윌슨의 강하고 남성적인 보이스는 더 이상 팬텀의 그것에 눌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이에 비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역을 맡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사라 브라이트만의 영롱한 목소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비추어진 스크린 속 ‘크리스틴’역을 맡은 에미 로섬의 경우는 약간 불리한 듯 하다. 천사와 같은 순진무구한 아름다움과 섬세한 목소리를 지닌 ‘크리스틴’의 목소리 그 자체였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보컬에 찬사를 보냈던 이들에게 에미 로섬의 맑고 부드럽지만 조금은 편안한 보컬이 자칫 평범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에미 로섬의 청순한 외모는 다소 관능적이었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목소리보다 더 ‘크리스틴’스럽다는 호평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