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면서도 어딘가 지쳐 보이는 마을이 배경이다. 벌거벗다 시피 한 여인의 시체가 떠내려 오고 조가 그녀를 발견해 건져낸다. 조는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레스에게 뭔가 덮어주라고 다그친다. 그 여인은 바로 조의 애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여인이 조의 애인이었다는 걸 모른다. 그렇다면 과연 이 여인의 죽음은 어떻게 된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살이다 타살이다 의견이 분분하다. 경찰은 여인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 짓고 수사를 벌여나가는데 여인의 최근 애인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조와는 무관한 사건이 되고 만다.
조는 레스와 그의 부인 엘라 그리고 그들의 아들과 함께 배 안에서 생활한다. 강을 오르내리며 화물을 날라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하지만 중년의 레스 부부와 젊고 패기 넘치는 청년의 동거는 처음부터 불안하다. 아들이 잠든 사이 부부가 벌이는 정사는 조에게 그야말로 고문과도 같다. 은밀히 훔쳐보면서 욕망을 잠재워야 하는 조. 결국 조는 레스의 아내 엘라와 관계를 맺고 만다.
조는 그저 엘라의 육체를 탐할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배 위에서 뒤를 향해 걸어가는 조의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배 안에서는 앞으로 전진 하고 있지만 육지에서의 그의 위치는 여전히 제자리일 뿐이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조의 삶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배와도 같다. 한마디로 감정 없는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면 엘라는 서서히 조를 향해 기운다. 식사 자리에 늦었다고 달걀이 없다고 딱 잡아떼던 모습은 간데없고 남편이 노름하러 나간 밤늦게 후라이 먹겠냐고 묻기까지 한다.
위험한 동거 사이사이로 조의 옛 생활이 끼어든다. 죽은 여인과 어떤 관계였는지 어찌하다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를 중간 중간 들려준다. 떠나려는 조를 붙잡으려다 실족사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수사는 다른 남자를 살인자로 지목하고 기정사실화 한다. 조는 이렇다 할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육체의 탐닉에만 열중이다. 결국 레스에게 들통 나지만 오히려 레스가 배에서 쫓겨난다. 이후에도 조는 엘라 언니와의 삼각관계와 또 다른 유부녀와의 삼각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조는 한마디로 사랑 없는 육체적 접촉에 집착하는 인간이다. 무고한 남자가 완전히 사형이 기정사실화 되어서야 일말의 책임을 느끼게 된다. 남성 팜므파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걸 너무나 담담한 얼굴로 연기해낸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는 마치 악마를 보는 듯하다. 에덴동산으로 돌아갈 것을 포기한 아담의 얼굴이라고나 할까. 때문에 선과 악 그리고 죄의 개념을 초월해 버린 인물처럼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세련되거나 감각적인 것보다는 문학을 원작으로 한 탓인지 서재 한곳에 세워둔 고전 같은 느낌이 강하다. 당시 신문이 보여주고 있는 사회 즉 가혹하고, 가십이나 좋아하는 위선적인 사회에 주목하며 섹스와 범죄를 동일시한 원작 소설의 냉소적인 느낌을 담고 있지만 쉽게 읽혀지지 않는 맹점이 있다. 한번쯤 읽어야 하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고전문학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