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만 봐도 우리는 어느 계절인지 알 수 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개봉될 때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다. 그리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시원한 액션이 영화관에 걸리는 때는 무더운 한여름이다. 그리고 설날과 같은 우리들의 명절날에는 어김없이 성룡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어제 '홍은철의 영화음악' 의 오프닝 멘트 중 한 부분이다.
항상 설날이나 추석때가 되면 TV와 극장가에서는 성룡의 영화들을 빠짐없이 만날 수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상영되고 있는 일명 성룡영화. 사실 엄격한 판단에서 본다면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은 영화이다. 허술한 이야기 구조, 어설픈 결말, 여전한 성룡의 영웅만들기, 군더더기가 많은 액션 장면, 조연에만 그치는 여성의 역할 등이 지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끊임없이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스턴트맨을 사용하지 않고 몸을 던져 촬영하는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성룡영화는 항상 많은 혹평을 들으면서도 흥행에서는 기본은 넘어선다. 특히 답답할때 그의 호쾌한 액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관객도 있으니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점을 성룡은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영화의 특징, 세계의 여러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홍콩을 기점으로 하여, 미국은 제집 드나들듯 하고, 아프리카(성룡의 CIA)에 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으며, 올해에 들어서는 결국 한국과 터키(유럽과 아시아의 교두보)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했다. 즉, 촬영지의 영역확대는 홍콩 뿐 아니라 한국과 터키에서의 동반 흥행까지 고려해 두었다고 하면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 나라만 해도 우리나라 배우 김민이 출연한다는 것으로 인해 다른 성룡영화들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을 보면 일리 있는 말인 것도 같다. 그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홍콩 영화 [엑시덴탈 스파이],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1편에 이어 속편도 계획되고 있다고 한다. 과연 김민, 속편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녀의 정확한 등장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스토리에서 겉도는 이미지와 딱딱한 대사처리로 인해 그녀의 연기가 호평보다는 혹평에 가깝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본다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영화, [엑시덴탈 스파이]는 3개국에서 촬영되어졌다. 가장 짧은 시간 등장하였으며, 60, 70년대와 같은 빈티 나는 곳들만을 선보여주는 한국, 그의 고향 홍콩, 그리고 가장 많은 배경이 되는 터키가 바로 그곳이다. 영화의 또다른 재미! 직접 가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것이 바로 영화인 것이다. 홍콩의 경우에는 아직 가본 경험이 없어서 --+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지만, 터키와 한국의 경우는 내가 아는 곳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름하여 영화로 살펴보는 세계의 유명 관광지.~~~ ^^ (너무 거창했나??) 순서는 생각나는 순서대로~~~
영화에서 북한간첩이라고 소개된 박씨가 입원해 있는 곳은 원래 지하철 3호선 독립문 근처에 있는 서대문 형무소이다. 이곳은 예전 1920년대와 30년대 선열지사들이 투옥되어 일본인들에 의해 탄압을 받았던 곳으로 한국인들의 아픔과 수난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저번에 내 친구가 이곳 부군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어 면회 갔었는데, 그 스산함과 그 적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친구왈,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 애인들에게 있어서는 최적의 데이트 코스라나 뭐라나?! 지금은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으로 새로 단장하였다고 한다.
일명 '카파도키아'라고도 불리운다. 이곳은 영화 맨처음 오프닝에 등장한다. 새로운 바이러스으로 인해 4명의 과학자가 파견되었다고 CNN기자들이 보도하던 그 장면, 어린아이들이 외국인들이 몰려들었다고 소리치던 그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곳은 이스탄불에서는 버스로 족히 15시간은 걸린다. (밤 8시 40분 출발-> 낮 11시 10분경 도착) 이곳은 또한 특이한 동굴과 같은 집구조 때문에 이스탄불 다음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1]도 이곳에서 촬영되어졌다고 하던데. 하지만 실제 터키 사람들이 그 동굴에 살지는 않는다. 60년대까지만 해도 그곳에서 거주했으나 동굴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안전상 문제가 되어 지금은 다른 곳에서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버섯모양의 특이한 바위들과 동굴때문에 세계의 유명지로 떠오른 이곳, 일몰이 참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 성룡(벅)이 비비안(영)을 따라 젠(오흥국)이 주최하는 파티를 보게된다. 그곳에 등장하는 춤. 흰색 옷을 입고, 머리에 갈색 모자를 쓰고 계속 돌기만 하는 춤. 바로 사마춤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터키의 코냐가 본고장이다. 이 사마춤은 일년에 딱 한번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이 영화를 보면 볼 수 있다. 놓치기 마시길. 참, 그리고 이 파티가 열리는 곳은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인 듯 싶다. 1999년 당시에는 그곳에서 보수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여서 전체의 내부모습을 다 보지 못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언뜻 보이기에는 아야소피아 인 것 같았다. 이곳은 원래 중세에는 성당이었다. 그러나 터키가 13세기경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에 들어가게 되면서 종교가 카톨릭에서 이슬람으로 바뀌게 되고, 이후에 여러개의 성당들이 이슬람 사원으로 변모하게 된다. 특히 아야소피아에 있는 모자이크는 터키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것들이 많은데 이는 그러한 독특한 그네들의 역사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잘 보존되지 않아 많은 곳이 파손되어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다음에 볼때에는 좀 더 나은 상태로 복원해 놓았기를..
다음은 2번째로 비비안과 성룡이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그곳에서 비비안과 성룡은 어디론가 잡혀가게 되면서 짧은 액션신이 선보여지는데.. 음침한 지하같이 보이는 그 장소는 바로 옛날 왕궁의 지하저수지이다. 이 곳 터키는 매우 더운 나라이기에(보통 여름에는 30~40℃, 바다를 끼고 있는 이스탄불은 그나마 시원한 편임) 물을 비축해 두던 저장창고가 있다고 한다. 바깥의 더운 여름의 기운을 싹 가시게 할만큼 그 안은 매우 시원하다. 물이 있어서 그런지 이 곳 온도는 약 1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물고기가 이 저장고에 살았다고 하던데... 지금은 없었던 듯 하다. 있었나??! 확실한 기억이.. --+ 그리고 이곳에는 기둥이 참 많은데, 그 많은 기둥중 독특한 것 한가지. 잘 보면 기둥 중 몇 개에는 눈물 흘리는 듯 물방울이 그려진 기둥도 있고, 메두사의 머리모양을 한 기둥도 있다. 그때는 참 신기해했었는데.. 하여간 아야소피아의 맞은편에 위치하여 있어 절대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
이 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장면, 바로 성룡의 누드신이다. 사실 터키탕에서 나와 때아닌 누드쇼를 펼치며 빗자루와 접시들을 사용한 이 곳은 우리나라로 하면 남대문시장 격인 그랜드 바자르이다. 녹색, 황색, 갈색들의 고운 분말은 터키인들의 향신료들이고, 흰색의 작은 정육면체 과자는 그네들의 전통과자이다. 이름은 라쿤이라고 하던데. 내가 잘 알아들었는지.. 이곳은 대부분 여행객들의 위한 곳이기 때문에 터키의 원래 물가보다 약간 비싼 편이다. 이 곳에서는 양탄자, 여러 종류의 옷, 장신구(데블스 아이), 향신료, 애플티백, 찰떡 아이스크림 등 여러가지를 볼 수 있다. 독특한 그네들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곳, 바로 그 나라의 심장부, 가장 큰 시장이다. 참! 잘못된 상식 한가지, 바로 여자들이 쓰고 다니는 차도르에 관한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모든 여자들이 차도르를 두르고 다니는데, 사실 도시인 이스탄불의 경우에는 반반이다. 젊은 여자들일 경우에는 쓰는 사람도 있고,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접어들면 그때부터는 모든 이들이 차도르를 쓰고 다닌다. 비단 집에서 조차. 하지만 발전한 도시 이스탄불에서도 금기하는 것이 있으니, 절대 반바지는 입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남자든 여자든 터키인 사람 중에는 반바지를 입은 사람은 없다. 반바지를 입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 사람은 100% 관광객들이다.
성룡이 이스탄불 은행에 맡겨둔 무언가를 찾아 은행에 가게 된다. 그때 여직원이 그에게 조그만 호박색의 액체를 대접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애플티이다. 터키를 떠나올때 제일 끊기 힘든 것 두가지, 애플티와 터어키식 커피였다. 특히 이 애플티는 매우 달콤한 일종 티(tea)종류로 그네들은 물처럼 마신다. 그들은 양주잔 정도 양의 이 액체에 보통 각설탕 2,3개씩 넣어 마시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보였다. 매일 약 15~20잔 정도를 마시며, 어린 아이들이 팔러 다니기도 하는데 한잔에 우리나라 돈으로 50~100원정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 애플티에 약을 넣어 정신을 잃게 하는 수도 있으니 처음에는 조심하시길.. 또한 이스탄불은 일정한 시간마다 기도문 같은 것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데 여행객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진다. 정확히 몇 번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에 꼭 울려고 우리의 잠을 깨게 만들고, 밤에 5~6시경에 또 한번 울리는 것 같다. 영화를 잘 보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터키어 기도문을 들을 수 있다.
영화를 보면 성룡이 고해성사를 하러 한 성당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들어가기 바로 앞 장면, 어떤 커다란 하얀색 정문을 통과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이스탄불 대학의 정문이다. 어딘지 낯익은 곳인것 같아 사진을 찾아보니 바로 이곳이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곳 정문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들어가는 사람마다 모두 검사해야 한다. 또한 문에는 경찰이 지키고 서 있는데, 이곳도 예전의 우리처럼 데모가 심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난 이 영화를 통해 예전에 내가 갔던 곳의 기억을 되살리며 영화를 보았다. 좋아하는 취향이 다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이 다른만큼 영화를 보는 눈도 다를 것이다. 이 영화 [엑시덴탈 스파이], 흔한 액션영화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처럼 새로운 유적지를 탐험하듯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난 이 영화를 보는 110분 동안 15일 동안의 터키 여행을 다시 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