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칸느영화제의 개막식장으로부터 시작된다. 붉은 카페트를 밟고 걸어 들어가는 영광의 얼굴들. 특히 수천만 달러의 보석을 몸에 걸친 모델이 참석해 더욱 눈길을 끈다. 보석뿐만 아니라 모델까지 내로라하는 도둑들이라면 군침을 흘리고도 남을 정도로 강렬한 유혹의 대상이다. 그중 하나가 미모의 보석 전문 털이범 로라(레베카 로민 스타모스)였으니 애로틱한 장면을 연출하며 무사히 보석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녀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혼자서 파리로 도망친다.
하루하루 마음 편할 날이 없다. 혹시나 쫓아오지 않을까 불안하기만 한 로라. 그런 로라 앞에서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여인 릴리가 나타난다. 그리고 릴리는 로라가 보는 앞에서 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로라는 릴리의 여권을 챙겨 미국으로 도피한다. 그리고 7년 후 미국 대사의 아내가 되어 돌아온 로라와 붙잡혔던 로라의 동료가 출옥하면서 이야기는 비로소 스릴러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봐 베일 속에 쌓인 생활을 하는 로라를 파파라치인 니콜라스(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찍고 만다. 이제 더 이상 로라는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언제 그들이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로라는 자신을 세상에 폭로한 니콜라스를 제물로 삼는다. 전 애인을 살해하며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들어오자 로라는 자살을 위장해 니콜라스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니콜라스는 거부하려 해 보지만 이미 그녀의 매혹적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니콜라스가 그녀의 제안을 거부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그녀가 선보이는 유혹의 자태는 그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다. 남성 관객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관능미의 절정을 선보인다. 아름다움과 섹시함이 결합하여 유혹하는데 그걸 냉정하게 빠져나갈 남자가 있을까? 로라의 유혹은 마치 늪처럼 니콜라스를 빨아들인다. 니콜라스는 어쩔 수 없이 로라를 납치한 납치범으로 그녀의 계략에 동참하게 된다.
비로소 에로틱 스릴러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영화가 스릴러로 치달으면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전작 “미션 임파서블”, “스네이크 아이즈”의 그늘이 느껴진다. 배신자에 의해 쫓기며 어쩔 줄 몰라 하는 톰 크루즈의 모습과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마치 자기의 얼굴을 세상에 폭로한 파파라치에 대한 복수극처럼 치밀하게 계산된 이야기는 니콜라스를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파파라치도 함부로 할 일이 아닌 모양이다. 하기 특종을 건져 올리고도 늘 욕을 먹는 게 바로 파파라치 아니던가?
완전 범죄를 꿈꾸는 로라를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 그가 바로 니콜라스다. 로라는 자신의 몸값을 받아 챙겨 또 다른 세상으로 도피할 계략을 세웠던 것이다. 여기에 니콜라스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사라져줘야 하는 배역을 맡은 것이다. 그녀의 완벽한 몸매에 의해 결국 니콜라스는 신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과연 팜므파탈의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후 펼쳐지는 반전은 기대이상의 반전을 선사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동안 잘 공들여온 이야기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때문에 여배우의 매혹은 충분히 살렸지만 영화의 매혹에는 좀 미흡함을 드러낸다. 팜므파탈의 악랄함에서 풍겨오는 섬득함이 희석돼 버린 에로틱 스릴러에 머물고 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