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마지막 장면은 서진영(김현주)이 평소 귀여워하던 꼬마의 연극 발표회 날로 꼬마의 오지 않는 부모를 대신 억지로 등을 떠밀려 무대에 오른 신석기(이성재)가 우스꽝스런 크레파스 인형 옷을 입은 채 '아빠와 크레파스'를 열창하는 장면이다. 삑사리 전문인 석기의 새 몸으로 무대에 오르자마자 요란하게 넘어지고 음정, 박자 엉망인 절대음치 노래로 좌중을 얼어붙게 만드는 코믹스런 장면이 연출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따뜻함을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였다.
답답한 소극장 안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크레파스 인형 옷을 뒤집어 쓴 이성재와 김현주는 땀에 흠뻑 젖은 것도 잊은 채 열연을 펼쳤다. 특히 수차례 넘어져 무대 위를 굴러야 하는 이성재의 고생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순진한 아역 배우들이 이성재가 넘어질 때마다 배꼽이 빠져라 즐거워하며 NG를 연발해 이성재는 온몸에 멍이 들었다. 협소한 장소에 삼십 여명의 아역 배우들로 북적거리는 이날 현장은 스태프들이 아이들 통제로 애를 먹어야 했다.
쾌활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김현주는 스태프들을 위해 촬영 중간 중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유치원 선생님 못지않은 솜씨로 아이들을 이끌었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외치며 말을 잘 들어 스태프들로 ‘역시 김현주’라는 칭송을 받기도 했다.
김현주는 마지막 컷이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받자 한 번만 더 찍자는 애원 섞인 요청을 하기도 했으며 “데뷔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즐거웠던 현장은 처음이며, 앞으로 다른 현장에 어떻게 적응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잘나가던 변호사 신석기가 큰 사고 후 깨어나 보니 엉뚱한 추남 국선 변호사의 몸으로 변해 겪는 기막힌 '대리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석기 블루스>는 따뜻한 휴먼코미디 영화를 목표로 올 겨울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