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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의 독특한 민족성, 혹은 그들만의 사고방식.
어느날 편도 4차선의 고속도로에서 우리 줄만 차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꼼짝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잠시 기다려보자 했는데, 도대체 움직이질 않는다. 옆 차선은 차들이 쌩쌩 달려서 차선을 바꿀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하도 답답해서 차에서 내려 앞으로 가보았다. 세상에나… 덤프트럭의 운전기사들이 도로상에 차를 그냥 세워둔 채 각각 자기 차에 방뇨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중국 사람들의 만만디…절대 경적도 안 울리고 그 기사님 볼일 다 보길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한번은 물 다르고 공기 다르고 말도 안 통해 답답한 이 곳에서 스텝 하나가 몸살이 나버렸다… 물어 물어 병원을 찾았다. 잠시 뒤 의사가 오더니 언뜻 보기만 하더니 완전히 외판 영업 사원 취급하여 스텝은 거의 쫓겨나듯이 병원에서 나와야만 했다. 병원 복도에서 언뜻 본 이상한 광경.
다리가 부러진듯한 한 남자 환자, 대기실 의자에 앉은 채로 수혈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뒤늦게 현지 주민들에게 들은 얘기! 전치 32주 정도를 넘어가지 않으면 입원이 불가능하고 어지간한 일로는 병원 찾는 일이 결코 없다던가… ㅠ.ㅠ 이후 우리는 가지고 간 만병통치약 펜잘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흠. 의심이 많군. 무서워라…
머리 감으면 복 날아간다. 중국 내륙은 물이 귀하다. 근데 그 물 또한 수질이 좋지 않아서 처음 도착해 평소처럼 씻고 닦고 했던 한국 스텝들은 피부가 거미줄처럼 터져오는 걸 보고 경악했다. 게다가 부스럼까지... 수질도 수질이려니와 내륙의 건조한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복 날아간다고 머리를 잘 감지 않는 중국 현지인들처럼 우리 스텝들은 한달여가 지나고 나니 누가 중국 사람이고 누가 한국사람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어쨌건 하얼빈 역 장면을 찍기 위해 1,600여 명에 달하는 중국인 엑스트라들 분장을 맡은 우리 미용팀의 스텝들은 몇 시간에 걸친 작업이 끝난 후 냄새 때문에 거의 실신했다!
식당에서 있었던 참으로 괴롭고도 감동스러웠던 기억 하나.
중국을 한 번이라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난감함은 바로 화장실일 것이다! 중국의 화장실에는 칸과 칸 사이에 벽이 없어 난감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 중국에 도착했을 무렵엔 우리의 남자 스텝들도 화장실 갈 때마다 눈치를 보며 후다닥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한두달이 지난 무렵부터는 옆에 나란히 같은 포즈로 앉은 중국 스텝들에게 휴지를 건네 받을 정도가 되었다! 히힛!
볼일과 관련된 기억이 하나 있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 같은 언덕 위에 상반신만 보이는 수십 명의 남녀 1열 횡대. 그야말로 장관이었는데, 우리 영화 현장을 구경하는 현지 사람들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왜 저렇게 이상한 자세로 꼼짝도 안하고 있는지 이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으악! 알고 보니…. 나란히 산들바람을 맞으며 볼일을 보고 있던 마을 주인들이었던 것이었다!
1,600여 명의 중국 엑스트라를 움직인 안중근의 힘! 2004년 3월, 처둔에 있는 상해 영화 제작소 세트장에 안개 속을 뚫고 1,600여명의 중국 현지 엑스트라가 모여 들었다. 바로 <도마 안중근>의 하이라이트인 하얼빈에서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씬을 찍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중국 현지 엑스트라들은 <도마 안중근>이라는 영화를 찍는 줄 몰랐고 그냥 일당을 받기 위해 왔기 때문에 소란스럽고 스텝들의 통제를 따라 주지 않았다.
10여명의 한국 스텝들이 60만평이 넘는 세트장 곳곳에 숨어서 자고 있거나 땡땡이 치고 있는 엑스트라들을 찾는데 무려 3시간 남짓을 허비하고 있던 중, 한 스텝이 중국어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을 찍으니 협조를 해 달라고 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1,600여명의 엑스트라들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적극적인 협조를 했다. 이 모습을 본 나를 비롯한 우리 스텝들은 중국인들이 우리 나라 사람보다 안중근 의사를 더 잘 알고 있고, 그를 존경하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