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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태어난 건 1978년 미국에서다. 짐 데이비스가 카툰의 캐릭터로 탄생시킨 이후, 26년동안 전세계 60여개국 2,500개가 넘는 신문에서 연재되면서 2억 6천만 명이 넘는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가필드. 인형으로도 만들어져, 집집마다 그 똥똥한 배가 꽤나 꼬집히는 이 고양이는 오랫동안 할리우드 제작진이 영화화하기를 원했던 0순위 카툰 캐릭터였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영화 <가필드>. <토이 스토리>, <열두명의 웬수들> 등의 각본을 담당했던 조엘 코헨과 알렉 소코로우, 유머러스한 감각을 지닌 할리우드의 젊은 감독 피터 휴이트 등의 제작진이 결합해 만든 이 영화는 어린이들이 보면 당연히 신나하고, 어른들이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다.
스토리는 단순 명쾌하다. 마음착한 주인 ‘존(브레킨 마이어)’ 덕택에 하는 일이라곤 TV 보기, 줄기차게 먹기(특히 라자니아!), 집에서 먹는 것도 모자라 이웃집 우유까지 훔쳐먹기로 나름대로 빠듯한 일과를 보내는 ‘가필드’. 마구잡이로 먹는 것 같지만, 취향도 고급이라 고양이의 주된 먹이인 ‘쥐’에는 눈길도 돌리지 않는 고급 식성이다.
하지만 존이 짝사랑하는 ‘리즈 박사(제니퍼 러브 휴이트)’의 부탁으로 강아지 ‘오디’를 데려오면서, 가필드의 천국같은 나날들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존의 사랑을 독차지할 욕심도 없고, 가필드와도 친해지고 싶은 오디지만, 특유의 천진난만하고 애교스런 행동으로 존의 사랑을 받자, 가필드는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 그.래.서. 심술궂은 가필드는 오디를 구박하다가, 급기야 오디가 집을 잃어버리는데 일조하게 된다.
그후 오디를 찾으러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가필드의 똘똘함과 속깊은 정을 드러내는 스토리. 특히 집앞 다섯 발자국만 나가도, 식은 땀을 흐리는 가필드가 오디를 찾기 위해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 설정은 모험과 성장의 기분좋은 쾌감을 던져준다. 이에 적잖은 동물 영화들에서 봤음직한 ‘동물학대형 인간’이 악당격으로 등장하면서, 영화의 재미와 클라이막스를 고조시킨다.
마침내 동물들끼리의 연대에 힘입어, 돈과 명성만 밝히는 악당 ‘챔만(스티븐 토보로스키)’을 물리치고, 오디도 구하고, 존의 사랑도 확인하게 된 가필드. 이 해피한 결말로 흘러가는 동안 가필드가 발산하는 이런저런 귀여움은 어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다리짧은 강아지 ‘오디’의 앙증맞은 매력도 극의 쏠쏠한 재미.
화면에서도 티가 나긴 나지만, 이 영화에서 가필드는 CG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딱 ‘가필드’스런 고양이를 발견했지만, 너무 홀쭉한 몸매를 지니고 있어 여러 가지 방편에도 불구하고, 결국 CG를 선택했다는 것. 원작 카툰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실제 고양이의 습성을 반영한 갖가지 제스처들, 또 빌 머레이가 맛깔나게 살린 목소리 등 가필드에 관한 한, 이 영화는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
평소 고양이의 섬뜩한 눈매와 울음소리가 마냥 싫었던 관객이라면, 가필드와 한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특히 ‘오디’와 함께 추는 '엉덩이 돌려~' 막춤에는 끔벅 넘어가고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