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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
본전생각은 안 난다. 허나 아쉽다 | 2004년 4월 28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우리는 놀란다. 짬뽕 너 댓개를 철가방에 넣고 마구잡이로 달려감에도 절대 소량의 국물을 흘리는 법이 없는 철가방의 가공할 만한 득도의 배달 양식을 보고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벱탑을 연상시키는 공기밥 가득한 층층의 밥상을 이고 나는 아주머니, 자기 몸의 두 배에 가까운 큰 물건을 가뿐하게 짐차에 싣는 이사집 센터 아자씨 등 남루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기술을 터득해온 생활의 장인들을 우리는 쉽게 만나면서도 매번 뜨악스러워 한다.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바로 이러한 친숙한 이야기를 액션의 쾌감에 실어 극대화한 도심 무협극이다.

다시 말해, 실전에서는 늘상 얻어터지기 일쑤지만 사명감만은 투철한 초짜배기 짭새 상환(류승범)이 본의 아니게 도심에 기거하며 도를 닦는 의진(윤소이)과 칠선들을 만나 수행의 길로 들어선다는 황당무계한 스토리가 당 영화의 핵심이라는 말씀. 물론, 빠지면 섭섭한 절대무공의 비기를 가진 나쁜놈(정두홍)이 출현, 결과는 뻔하지만 상환과 자웅을 겨룬다는 내용도 있음이다.

어찌됐든,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이미 B급 액션영화광임을 자처하며 화려하게 데뷔전을 치룬 류승완 감독과 그의 친동생이자 영화배우스럽지 않은 마스크임에도 무지하게 잘 나가는 배우인 류승범, 즉 류 브라더스의 영화라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화다.

그래서 결과는?

매표창구로 제까닥 접수된 입장료만큼은 절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기발랄한 오락영화라는 점은 필자가 보장한다. 인간 특수효과라 불리는 성룡식 액션이 다분히 느껴지는, 상환이 동네양아치들을 상대로 처음으로 사사받은 무예의 내공을 펼치는, 삼겹살 집 대 결투신과 만들어진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류승범의 연기만으로도 본전 생각은 절대 나지 않는다.

다만. 그대가 액션 영화 키드인 류승완 영화에 탄복한 열혈 팬이라면 이거 말이 달라진다.

거칠고 성기긴 하지만 옛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진정성이 묻어나 있는 뭔가 어긋난 그만의 장기인 삑사리적 정신이 실종된 게 아닌가 싶은 거다. 언급했던 삼겹살 집의 쌈박질 신을 제외하고 선보이는 특히,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상환과 흑운의 대결 장면이 그러하다. 맨몸의 부딪힘에서 역동적 쾌감을 길어 올린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는 와이어와 특수효과의 과잉으로 점철됐다. 그러한 세련된 기교를 탓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도심의 공간을 최대한 살리고 몸의 운동성에 리듬감을 부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다하게 그러한 메커니즘 머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가난한 상상력이다. 몸뚱이 하나로 밀어붙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옛날 옛적 국산영화를 맛깔스럽게 비벼놓은 <다찌마와 리>식의 류승완만의 괴물스런 창조적 액션작법이 엿보이지 않고 <매트릭스>, <협녀>, <프로젝트A>, <황비홍>, <소림축구> 등 종래의 그것들을 별다른 재해석 없이 재탕해 놓은 듯한 인상이 강하다는 거다.

평범한 청년이 지난한 수련의 과정을 거쳐 득도의 경지에 올라 야욕에 휩싸인 나쁜놈과 일대혈전을 벌인다는 단순한 이야기 안에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주고자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재난을 무리하게 집어넣은 설정과 인상착의는 악의 화신인데 내레이션은 선한 자 같은 흑운의 애매모호한 캐릭터 등도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그럼으로써 상당한 공을 들인 액션과 이야기는 서로 맞물리지 못하고 뻘줌하게 따로 노는 듯한 형세를 취한다.

결국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도 아닌 !도 아닌 .도 아닌 그의 가능성을 또 다시 기다려 볼 수밖에 없는..............으로 매듭을 지었다 볼 수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 그의 못다 핀 잠재력에 여전히 신뢰가 가는 것은, 달리 말해 “아무래도 류승완은 큰! 영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와 같은 멘트를 날리며 무작정 비판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와 언론에게도 적잖이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날 류승완에게 보낸 거의 광적인 찬사와 호평일색이 되레 그를 그럴싸한 대작 상업영화를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증의 함정에 빠트리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이다.

우좌지간
류승완 감독의 마인드와 영화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본 글쓴이, 그가 영화를 다루는 공력의 혈도가 막혀 회복 불가능한 주화입마에 빠졌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한다. 다만, 출중한 그만의 깡다구 넘치는 내공을 정말이지 다시금 보고 싶을 뿐이다.

6 )
naredfoxx
ㅋ 마루치아라치~ 영화에 나오는 백뮤직이 기억이 나네요. 게임음악같았는데.   
2010-01-01 20:01
ejin4rang
재미있어요...소재독특하고   
2008-10-15 16:55
callyoungsin
재미있게 만들긴 했지만 좀 아쉬운...   
2008-05-16 16:08
qsay11tem
특이한 소재네요   
2007-11-23 14:34
ldk209
소재 독특하고... 그런데.. 발음 좀....   
2007-01-16 21:02
js7keien
류승범과 윤소이의 발견!   
2006-10-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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