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당시, 충격적인 제목과 열정적인 춤으로 전 세계를 댄스 열풍에 빠지게 했던 화제의 영화 <더티 댄싱>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주연을 맡은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가 선보였던 격정적이고 관능적인 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춤과 사랑은 한층 세련되고 경쾌하게, 더욱 뜨겁고 짜릿하게, 그리고 보다 감각적인 영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 <더티 댄싱 : 하바나 나이트>는 <더티 댄싱>에 바치는 ‘트리뷰트(Tribute)영화’ 답게, 다시 한번 우리를 숨막히는 춤과 사랑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더티 댄싱 : 하바나 나이트>의 새로운 무대는 바로 에스파냐의 정열과 아프리카의 원시성이 공존하는 나라 쿠바. 두 나라의 문화가 혼합된 쿠바는 격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춤을 선보이게 될 생동감 넘치는 무대로 손색이 없다. 수줍음 많지만 숨겨진 매력을 지닌 소녀 케이티(로몰라 게리)가 쿠바로 와 천재적인 댄서를 꿈꾸는 하비에(디에고 루나)를 만나면서 춤에 대한 본능과 사랑의 감성에 눈떠가는 이야기는 에스파냐의 기타와 아프리카의 드럼이 어우러진 독특한 음색의 쿠바 음악을 따라 흐르고. 두 주인공은 살사(salsa)와 룸바(rumba), 선(son)같은 아프로큐바 음악(볼레로, 맘보, 차차차)에 맞춰 서로를 느낀다. 그리고 이 독특하면서도 메혹적인 쿠바음악의 음색은 에그쉐이크나 벤조, 마라카스, 카바사, 캐스터네츠, 봉고드럼 등의 다양한 악기와 함께 영화 구석구석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더티 댄싱 : 하바나 나이트> OST의 음악들을 ‘단순한’ 쿠바음악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카를로스 산타나'와 같은 대형 스타들을 키워낸 아리스타 레코드사의 클리브 데이비스와 파트너쉽을 이룬 제작자 로렌스 벤더가 수천 곡에 이르는 세계 각지의 라틴 음악을 듣고 엄선한 사운드트랙은 전통적인 라틴 음악에 랩과 팝이라는 현대적인 비트를 결합시켜 풍부한 리듬과 다채로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산타나, 와이클레프 장,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마야, 모니카 등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의 참여는 힙합과 랩, 라틴팝이 공존하는 사운드트랙을 만들어낸 것.
컨트리클럽에서 숀 케인(Shawn Kane)이 부르는 ‘You Send Me’는 낯설고 거친 땅 쿠바에 와있는 이방인들의 마음을 달래는 듯 이국적이면서도 달콤하다. 반면, 클럽 로사 네그라에서 쿠바의 음악과 하비에에게 동화되어 가는 케이티가 따라 부르는 오리하스(Orishas)의 ‘Represent, Cuba’는 제목 그대로 쿠바, 그 자체이다. 흥겨운 라틴 댄스만큼이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곡으로 감각적인 랩과 헤더 헤들리의 피춰링이 더욱 곡을 돋보이게 한다. 댄스경연대회에 나가기로 한 하비에와 케이티가 해변에서 춤연습을 하는 모습 위로 흐르는 ‘Guajira (I Love U 2 Much)’ 는 정열적인 춤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는 두 사람의 마음을 노래한다. 역시 빠른 비트의 랩으로 현대적인 스핀이 가미된 곡. 힙합 마에스트로 와이클레프 장(Wyclef Jean)의 ‘Dance Like This’ 도 서로의 호흡에 맞춰갈수록 점점 사랑에 빠져드는 두 사람의 매혹적인 춤처럼 관능적인 곡이다. 마치 케이티를 유혹하는 하비에의 마음처럼…
크리스티나 아길레나가 2001년 발표한 라틴색이 짙은 앨범
<더틴 댄싱 : 하바나 나이트>의 음악은 17년전 전편의 음악과 색다른 빼어남을 보여준다. 힙합과 랩, 팝과 R&B, 라틴과 콩가 리듬을 녹여낸 아프로쿠바 리듬은 격정적인 춤과 음악의 쾌감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를 보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어깨와 발이 리듬을 타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다. 그대로 그들의 ‘더티 댄싱’에 몸을 맡긴 채 그 열기를 느껴보는 것, 그것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더티 댄싱 : 하바나 나이트>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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