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말투가 왜 이 모양이야구? 믿거나 말거나지만, 사실 고백하자면 영화기자로 밥 먹고 살기 전에 잠시 사기계에 발을 담가 놓고 있었다네, 그래서 가당치도 않겠지만 우리의 백선생(백윤식)의 말투를 빌려 쓰면 어떨까 싶어 한번 써보기로 했으니 좀 불편하더라도 참아주게,
어찌됐든, <범죄의 재구성>를 볼 예비관객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할 테니 필요하다면 읽어보고, 쓰잘 데기 없는 썰이라 판단되면 후딱 마우스를 누질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게.
잘 빠진 장르영화라.....
우선, 이것부터 말해주고 싶어. 수 많은 매체에서 이 영화를 보고 쓸 만한, 잘 빠진, ‘장르영화’가 나왔다고 호평을 한 글을 적잖이 봤을 걸세. 이 말은 대중적으로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말과도 상통하지. 장르라는 게 원래 관객들이 쉽고 편안하게 영화를 소비할 수 있도록 어떤 틀을 정해 나름대로 무수히 많은 영화들을 종류별로 묶어 놓은 이름에 다름 아니겠는가? 그걸, 옛날 옛적 메이저 제작사는 빠르게 진화시켜 놓았지. 물론, 떼돈을 벌일 수 있으니까 말이야. 결국, 속도전을 방불케하는 자본주의의 소비주의 성향과 부합해 이 장르 영화들은 제대로 안착했지. 우리 나라의 경우는 다르지만.... 그니까 결과적으로 <범죄의 재구성>은 불특정 다수인 대중들이 부담없이 즐기기에 아주 괜찮은 영화라는 거야!.
그래서 머리에 쥐나는 영화가 될 수 없는 거고
다시 말해, 유사한 범죄 미스테리 극이라 할 수 있는 <저수지의 개들>이나 <메멘트>처럼 이 영화가 어렵지 않다는 말일세. 적당히 호기심을 끌어낸 후 적당한 시간 안에 풀어주는... 긴장과 이완을 아주 잘 조절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영화는 한국은행을 턴 후 도망가기 무섭게 짤없이 걸려 추격전을 벌이다 한 놈은 죽고, 뭐 한 마디로 대 사기극이 실패했다는 결론을 초장부터 확실히 보여주며 시작한다네. 그러고나서 사기꾼인 걔네들이 왜 이 무모한 거사를 작당했고, 어떻게 서로가 으샤으샤하며 의기투합했는지 그리고 왜 뭐땀시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는지, 여러 사람의 진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스무스하게 오가며 말해죠. 이런 그럴싸한 구성과 촘촘한 시나리오 덕에 우리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당연 전전긍긍하게 되고 말이야.
바로 이렇게 <범죄의 재구성>은 어느 영화적 요소보다 이야기에 방점을 찍으며 강력한 힘을 불어넣고 있다네.
암 다르다마다. <오션스 일레븐>과 같은 세련되고 삐까번적한 외양을 기대했다간 아쉬움이 남을 거라는 말일세. 한국은행 터는 과정도 솔직히 생각보다 훨 단순하고 밋밋하고 말이야. 그게 다 한탕하는 그 순간보다는 동상이몽적으로 음흉한 저의을 품고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들간의 속사정에 영화가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런 게지.
그래도 반전이라고 할 수 부분과 백선생의 말로는 섭섭해!
사건의 전말을 조금씩 펼쳐보이며 전개되는 과정에 재미를 두다 보니 반전에 대한 단서를 웬만한 관객들이라면 눈치까기 쉽다는 거지. 그게 영화상의 장점을 크게 잡아 먹지 않지만 말이야. 그리고 백선생의 캐릭터....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워. 워낙이 출충한 인물로 그려지고 보여지고 하다 보니 많은 걸 기대하게 돼!. 하지만 뒤로 갈수록 뭔가 힘이 빠지는게 아닌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급기야는 허망하게 최후를 맞이하지. 그게 의도된 백선생의 몫이라 할지라도 뭐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이 섭섭해.
수 많은 캐릭터 중에서 왜 그리도 백선생에 대해 집착하냐고?
글쎄, 보면 알걸? 이미 소문날대로 난 그의 어투와 대사! 정말 압권이야! 압권! “영화배우(사기꾼) 몇 명 필요해” “청진기 대보니까 시츄에이션이 딱!이야” 등등 뇌에 바로 꽂히는 말들이 많지. 그 중에서도 좀 특이하게 난 말이야 이 대사가 정말이지 좋았어!
“우리 삼겹살이나 궈먹자”
러닝 타임 동안 대략 “삼겹살 궈먹자”라는 말이 세 번정도 나오는데, 이게 사기계의 전설이라는 백선생이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내주는 거 같아. 신화적인 거물이지만 알고보면 우리네와 다름 없는 소시민적인 품성을 지닌 캐릭터라는 거지. 뭐 물론, 염정아 박신양 이문식 등 다른 연기자들의 그것도 귀에 착착 감길 만큼 멋드러지고, 앙상블도 죽이지만 말이야......
어쨌든 화들짝스런 정도는 아니지만 초짜배기 감독치고는 꽤나 쓸만해!
관객을 상대로 영민하게 사기극을 펼친 최감독의 야심, 일단 인정한다는 말일세. 그러니 시간들 나면 한번 극장에 가 보길 바라며 이만 글을 닫을까 하네.
# 아 그리고 깜박할 뻔 했는데, 여자 등쳐먹는 데 선수인 제비(박원상)가 폭력을 행사하며 호되게 마누라를 구박하다가 그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으로 처참하게 처단되는데 말이야...그 마누라로 분해 호연을 펼친 그로테스크한 표정의 윤다경씨의 연기를 주목하게나. 아주 장난이 아닐세. 변영주 감독의 <밀애>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기에서도 남편이라는 작자에게 무지하게 구타당하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네로 나오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