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시작되는 이 맘 때가 되면, 우리는 어느 새 맘 속에 파고든 설레임에 두근거리곤 한다. 곧 나에게 다가올지 모를 사랑 때문에, 혹은 지금 하고 있는 사랑 때문에, 그리고 예전에 나를 스쳐간 사랑의 추억 때문에. ‘추억은 항상 불현듯 떠오른다.’ 영화 <연애사진>에 나오는 이 말은 사랑에 빠졌던 기억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 구석에 문득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희미한 두근거림을 느낄 지도 모른다. 3년 전 떠나간 연인에게서 문득 날아온 편지 한 통을 들고 그녀를 찾아가는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연애사진>은 그렇게 찾아온 추억만큼 달콤하지만 시리고 아픈, 그런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뮤직비디오보다도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영상의 콜라주만큼이나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히 느껴지는 <연애사진>의 음악은 미타케 아키라(見岳章)와 다케우치 토오루(竹內亨), 두 작곡가가 협력한 결과이다. 특히 <물에 빠진 물고기>, <김전일 소년의 사건부> 등의 국내 미개봉 화제작들의 음악을 만든 미타케 아키라는 <연애사진>에서도 인물의 감정이 담긴 음악을 작곡해온 특유의 섬세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영화 속의 주요 스코어들을 이끌어간다. 그리고 <연애사진>의 스코어들은 두 작곡가의 개성에 맞추어 영화 속 장면마다 새로움과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마코토와 시즈루의 첫만남을 그린 미타케의 ‘A Fateful Encounter’는 잔잔하면서 힘있는 멜로디로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을 노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곧 함께 도망(?)가는 신세가 된 그들의 짜릿한 뜀박질 위로 흐르는 ‘His Despair’는 경쾌한 기타반주와 탭댄스 그것처럼 발랄한 타악기의 리듬이 탁월한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 듣고만 있어도 어느 새 그들처럼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어지는 ‘Wonder...Wonder’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그 무엇, 바로 ‘Wonder’를 찾았을 때의 설레임과 두근거림, 황홀한 행복이 느껴지는 곡. 단순한 피아노 반주만으로도 너무나 매력적인 멜로디를 들려준다. 두 곡 모두 미타케가 작곡한 곡.
잔잔했던 음악은 시즈루를 찾아 뉴욕으로 간 마코토의 여정이 시작되면서 보다 빠르고 강한 비트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일렉 기타의 고음과 드럼이 조화된 ‘Zero’나 기계음이 주를 이루는 ‘Uncertain’은 빠르고 정신 없는,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은 낯선 뉴욕처럼 차갑고 혼란스럽다. 다케우치가 작곡한 ‘Junk Yard#01’과 ‘Junk Yard#02’는 차분하면서도 강한 타악기와 리듬과 색소폰의 조화를 통해 시즈루의 뒤를 쫓는 마코토의 모습과 행방을 알 수 없는 그녀의 진실을 찾는 마코토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연애사진>의 스코어들은 마코토의 추억을 따라서 흐르며 자연스럽게 관객을 ‘불현듯’ 찾아온 추억 속으로 이끈다.
정식 OST에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마지막 곡은 <연애사진>의 주제곡인 ‘2000톤의 비’. ‘2000톤의 비’는 1978년에 발매한 앨범 [GO AHEAD!]에 수록된 곡으로 일본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야마시타 타츠로우의 70년대 명곡을 평소 야마시타의 팬으로 자임해온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특별 요청에 의해 야마시타 본인이 직접 리레코딩한 곡이다. 츠츠미 감독은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그리움’이 느껴지는 이 노래가 영화 <연애사진>의 테마와 딱 맞아 떨어지며 하나의 정서로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츠츠미 감독은 이 노래로 제작된 영화 <연애사진>의 뮤직비디오를 위해 직접 메가폰을 들기도 했다.
항상 불현듯 떠오르는 추억처럼, 그렇게 떠올리고 싶은 아름다운 음악들이 가득한 <연애사진>의 OST는 이제는 옆에 있지 못한 그 사람과 함께한 사랑의 추억처럼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감미로우며 때로는 시리다. 마치 달콤하면서도 눈물 나게 신 귤처럼.
2000tの雨
(2000톤의 비)
見えるものは 指の間を つたって落ちる 雨
(보이는 것은 손가락 사이를 타고 흐르는 빗물)
道の向こう そびえ立つタワ? もうすぐ空へ ?くだろう
(길 건너 우뚝 솟아있는 타워는 곧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아)
僕の想い何ひとつ ?える術も無いのに
(그리운 마음 도무지 전할 방법이 없는데)
心少し洗われたなら 救われる時 あるだろうか
(이 마음 조금 더 씻겨 내린다면 구원의 시간이 올 수 있을까)
今は耳を澄ますだけ 炎と雨の響き
(지금은 귀를 기울일 뿐 불꽃과 비의 울림에)
僕の想い何ひとつ ?える術も無いのに
(그리운 마음 도무지 전할 방법이 없는데)
2000tの雨が降れば 僕は今日も一人
(2000톤의 비가 내리면 나는 오늘도 외톨이)
2000tの雨が降れば 僕は今日も一人
(2000톤의 비가 내리면 나는 오늘도 외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