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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어제 서울극장에서 열린 유하 감독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이은 세 번째 작품 <말죽거리 잔혹사>의 시사회장은 도떼기 시장의 북적거림 이상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해서, 발품을 팔고 왔건만 어찌할 도리 없이 집에 가신 분 많았더랬다.
"압구정동에서 말죽거리까지 실제 걸어서는 한 시간 거리도 안 되는데 영화로는 10년이 걸렸다"며 영화화되기까지의 지난함을 무대인사를 통해 밝힌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에 대해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헌사 영화”라 말했다. 이어 영화의 주역인 권상우는 “부끄럽지 않은 영화다, 분명 나갈실 때 달라진 권상우를 느끼시게 될 거다”라며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고, 그와 함께 주인공으로 나선 이정진은 “몸이 느끼는대로 소리도 지르고 반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도 한가인 차승재 대표 그리고 조연급 연기자들이 무대에 올라 새해 인사와 함께 영화가 잘 나왔음을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껏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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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움과 낭만 그리고 치열함이 공존했던1978년을 배경으로 한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의 <말죽거리 잔혹사>는 유하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듬뿍 묻어나 있는 학원액션로망 영화로 진한 향수와 웃음 그리고 첫 사랑의 떨림, 사실적인 쌈박질 장면 등 느낄 거리와 볼 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물론, 영화의 최대 화제는 이소룡에 흠뻑 빠진 권상우가 어떤 뜻을 굳히며 화려무쌍한 쌍절봉 다루기와 몸 만들기에 돌입해 훈련하는 과정과 그것을 실전에서 보여주는 옥상 액션 장면이다.
허나, 권상우 말고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다시 말해 주목해야 할 인물이 또 한 분 계시다. 바로, 고딩인 영계 권상우를 어케 한번 잡숴보고자 꼬드김을 리얼하게 펼치시는 떡복이집 아줌마 김부선이다. 지금이야 김부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지만 이 분 다름 아닌 80년 중반 남정네들의 마음을 심하게 뒤흔들어놨던 당대의 히로인 <애마부인3>의 그 부인 염해리시다.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영화의 컨셉과 부합하는 적합한 캐스팅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무지 반가웠다. 꼭 들 기억해두셨다고 잘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개봉은 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