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궁궐의 격식있는 큼지막한 대문을 연상케하는 입구문하며, 중세 대부호의 성을 능가하는 한 없이 높은 위엄있는 천정, 그리고 사단 연병장에 달하는 넓디 넓은 공간, 핵 위험에 휩싸인 지구를 지키고자 세계의 국가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듯 엄청시리 긴 단상 위의 테이블 등은 광활한 대륙과 헤아리기조차 버거운 인구수로 국명을 떨치고 있는 그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진풍경에 다름 아니었다. 게다, 워낙 구어체의 사운드가 왁자한 나라의 그네들이다보니 그 안은 거의 청.일 전쟁을 방불케할 만큼 낯설은 소리들로 쩡쩡거렸다.
여튼,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회견장에 도착한 탓에 한국 기자단은 어찌할 도리 없이 세계 각국에서 몰린 기자들의 등짝 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니며 후레쉬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그럴싸한 한 컷 한 컷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더랬다.
|
|
이어, 기자단은 2인 1개조로 편성된 후 숙소로 들어와 여장을 풀고 약간의 짬을 이용해 KFC 햄버거로 허기를 채운 후 개별 인터뷰가 마련된 롬으로 이동해 영화의 주역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어 시간 동안 나눴다. 그리고 또 여지없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기에 중국 전통의 음식 맛을 자랑한다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을 후딱 치운 후 <무간도3>의 월드 프리미어가 열릴 인민대회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민대회당은 국가적 행사와 진배 없는 자국의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중화권을 술렁이게 한 <영웅>의 시사가 이루어진 곳으로 웬만한 영화는 언감생심 그곳에서 영사기를 돌릴 수 없다. 고로, 이러한 시사 진행 방식은 <무간도3>에 대한 그네들의 기대감과 자부심을 상징적으로 웅변해 보여준 사례라 볼 수 있다.
|
|
이러한 지난한 난관 속에서 영화를 본 기자들은 스물고개 놀이를 하듯 하나 둘 서로 입을 맞추며 영화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고, 그 가운데 본 기자의 느낌은 아래와 같았음을 밝히는 바다. 물론, 그 후로 마음이 맞는 몇몇 기자는 기나긴? 여정 중에 쌓은 여독도 풀겸 호텔 근처의 라이브 바를 찾아 맥주로 목을 적셨다.
<무간도3:종극무간>를 어설프게 보고 나서...
쇠락한 홍콩 영화를 다시금 일으킬 수 있는 적자 중의 적자로 평가받고 있는 무간도 시리즈의 완결편인 <무간도3:종극무간>은 전편의 미덕들이 생기를 잃지 않은 채 잘 살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가일층 더 치밀해졌다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과시하고 있다. 시리즈물의 속편들이 예의 빠지기 쉽상인 대중과의 안정적인 타협을 거부하고 무간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탈색시키지 않은 채 종극무간은 내리 세 편의 그것을 형형하게 스크린이라는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았다. 결국, 당 영화는 원 투편에 만족했던 이들의 눈과 귀를 또 다시 사로잡으며 관장할 가능성이 심히 농후하다 .
종래의 시리즈 물이 선보였던 순차적 또는 역순의 시간의 배열을 등한시 하고 2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유덕화와 양조위를 다시금 불러내어 이번에도 야심차게 시공간을 늘려 1편 이후의 후일담과 1편과 2편 사이의 상황을 담고 있는 영화는, 초반을 양조위에게 할애하고 중.후반을 유덕화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진혜림과 여명, 진도명을 새롭게 영화에 가세시키며 긴장감과 활기를 더한다.
|
러닝 타임의 3분의 2를 채우고 있는 주도적 인물이 유덕화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결국 무간도의 종결편인 <무간도3>는 여러 사내들 중에서도 유덕화가 영화의 정점에 선 존재임을 드러낸다. 뛰어난 밀도를 내러티브에 불어넣으며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듯 지옥의 밑바닥으로 내몰린 덕화 형의 기구한 삶을 통해 ‘무간도’시리즈는 한 번 나락으로 내쳐진 인간의 운명을 나지막히 하지만 신랄하고 설득력 있게 설파한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어느 덧 창대함을 넘어 한 나라의 영화 지형도를 되바꿀 수 있을 만큼 가공할 만한 자장을 형성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유위강 맥조휘 감독의 무간도는 충분히 그러한 대접을 받을 만한 수작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때 아시아의 할리우드라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홍콩 영화가 오래 전부터 맥을 못추고 있는 이유는 수많은 걸작의 아류작들만이 난무하며 양산됐기 때문이다. 이 점을 홍콩 영화인들이 간과하지만 않는다면 분명 승부를 걸만한 호기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국내 영화 시장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영화의 주역들이 개봉일에 맞쳐 한국을 방문하는 그 시기부터 우리는 조심스레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베이징=취재:서 대원 촬영:이 기성 이 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