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자기가 최고로 꼽는 영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저마다 다를 것이다. 보통은 어렸을 때 본 영화들을 꼽는 경우가 많다. 나같은 경우에도 초등학교 2학년 때 VCR을 사고 처음으로 본 영화였던 [영웅본색1,2]을 여전히 내 최고의 영화로 꼽는다.물론 영웅본색은 많은 매니아들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비디오 한편 보는게 그리 쉽지 않았던 그 당시의 나에게는 오우삼이나 주윤발, 장국영등은 그저 감독과 배우에 불과했다. 나는 그저 그 화려한 액션과 주윤발의 처절한 죽음, 장국영의 안타까운 죽음, 눈물을 흘리게 한 슬픈 음악들을 내 마음속에 깊이 담아두었던 것이다. 난 아직도 내가 이 영화를 어렸을 때 봤음을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다시 본 영웅본색은 초등학교 2학년때 봤을 때의 그 가슴속 깊은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많이 본 이후부터 감동적이거나 혹은 흔히 말하는 괜찮은 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영화를 본 후 가끔씩 '이 영화를 어렸을 때 봤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렸을 때 봤으면 분명 감동적이었을거야, 더 재미있었을 거야..' 나만의 최고 영화중 하나인 [인생은 아름다워]를 제외하고는 감동적인 영화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퀀시를 보고난 다음의 느낌은 뭐랄까.. 그리 가슴뭉클한 감동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프리퀀시]에는 참 어이없는(?) 장면들이 많다. 동시에 존재하는 99년의 현재와 69년의 현재는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죽은 아버지가 살아나고 살아있던 어머니가 없어지고 그에 따라 모든것이 달라지고.. 너무 작위적이다고 생각되는 장면들도 많이 있었다. 30년전의 나와 내가 서로 통신을 하고 그에 따라 지금의 나에게는 없었던 기억이 생겨나고... 하지만 이러한 어이없는 장면들은 오히려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고 영화를 흥미있게 보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프리퀀시]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영화이다.
우선 근래에 보기힘든 가족애에 대한 영화라는 것이 그 첫째이다. 이 점은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도 가족적인 사회(?)를 이루는 우리에게 있어서 매우 쉽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미국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가족애를 다룬 영화답게 배우들도 우리에게 친숙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연기 실력을 갖고 친근한 인상을 주는 이들이 배역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역의 데니스 퀘이드는 (물론 국내 팬들이게는 멕라이언의 남편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영화속에서 비추어지는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관객들에게 거부감없이 전달해주는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 중간중간 마다 숨어있는 유머는 그저 웃기만 하고 넘어가는 코미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실 이 영화는 처음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스릴러의 성격이 강해진다.하지만 중간중간 터뜨리는 유머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밝고 가볍게 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난 후 '끝이 뭐 이래?'라는 불평섞인 말을 내뱉곤 한다. 그 만큼 영화의 마무리를 잘 맺는다는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프리퀀시>도 하마터면 어이없는 끝맺음을 할 뻔 했다.다행히 Yahoo가(?) 영화의 마무리를 깔끔한 웃음으로 덮어주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는 불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회 [리베라메]와 비교해보며 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많은 볼거리와 웃음,감동을 주는 [프리퀀시]는 덩치 큰 헐리우드의 보기드문 수작이라 감히 한번 칭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