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타계한 홀트 여사가 우리 나라의 아동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한국전쟁에 관한 한편의 다큐멘터리였다고 한다. 이처럼 한편의 영화가, 그리고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언어와는 달리 화면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또 다른 의미전달의 매체이다. 이런 영상의 특징을, 이런 영화의 특징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잘 활용하였다. 달라이 라마를 다룬 어떠한 기사들보다 이 영화 한편은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기에 11월 16일의 방한이 불허된 지금 달라이 라마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진다.
영화 [쿤둔]은 13대 달라이 라마에 이어 14대 달라이 라마로 선택받게 되는 과정에서부터 인도로 망명하게 되는 날까지의 험난하고, 힘들었던 그의 여정을 담담하게 나열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달라이 라마 삶을 전하기 위해 다른 어떠한 흥미 거리도 이 영화는 허용하지 않는다. 티베트를 다루었던 그 동안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는 진지하게 3인칭 입장에서 그의 삶을 관망하고 있다. 어떠한 백인도, 어떠한 선교사도 그리고 어떠한 미국 우월주의도 그 곳에는 없었다.
그러나 영화 스토리의 구성이 기승전결의 구조라기보다는 단술 나열식이어서 관객들의 집중이 흐트러지기 쉬운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또한 화면과 함께 배경음악의 조화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닌 듯 싶다.
영화의 마지막의 인도로 망명하기 전에 그가 한말 ' 나는 그림자일 뿐이요. 물 위에 비친 달처럼 나를 통해서 그대들의 선한 그림자를 보길 원할 뿐'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의 말 가운데 그의 삶에 대한 태도와 함께 고뇌가 묻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을에서 겨울에 넘어가는 이 쌀쌀한 추위에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