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힘을 지닌 자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은 비단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라는 전제가 붙으면 사람들은 더욱 흥미를 느끼게 마련이다. 물론 한편을 영화를 만들기에도 좋은 소재가 된다.
<음양사>는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음양사’란 8세기부터 12세기 사이 ‘헤이안 시대’라고 명명된 시기에 있었던 일본의 관직명이다. 과거 우리 나라에도 음양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긴 했지만, ‘여우가 재주 넘어 인간이 되는’ 수준의 기술까지 연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험하고 묘한 것’에 관심이 많았던 일본 사람들은 천문을 연구하고 점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음양사>의 세이메이가 보여주는 주술은 거의 신의 영역과 맞닿아있을 정도이다. 이토록 걸출한 인물이었기에 세이메이는 영화에 명함을 내밀기 이전, 소설과 만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으며, 이들 작품들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다. 영화 역시 우리 돈으로 320억원이라는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렸다.
착하고 순진하게 생긴 이 남자는 처음에 그 존재가 워낙 미미하여, 영화 중반을 넘어서도록 세이메이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임이 드러나지 않는다. 히로마사가 엔딩 크레딧에서 두 번째로 이름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되는 순간은 세이메이가 죽어가는 그를 안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너만은 잃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그 때이다. 딱 여기까지 영화에 푹 빠졌던 이들은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놀라운 CG 장면에 할말을 잃게 된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눈을 끌었던 우리 영화 <우뢰매>를 연상할지도 모른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역할을 맡은 노무라 만사이는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최근 일본에서 개봉된 <음양사2>에서도 세이메이로 분했다. 일본의 전통극 중 하나인 교겐(狂言)의 맥을 잇는 명문가 집안의 장남인 덕분에 그는 흐트러짐 하나 없는 몸짓과 유연함을 선보인다. 거기에 오랜 세월 갈고 닦은 연기 실력은 노무라 만사이가 세이메이로 낙점될만한, 아니, 낙점될 수 밖에 없는 배우임을 확연히 보여준다. 다소 정리가 안 되는 스토리와 조잡한 CG로 망막을 혹사 시킨 사람들은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노무라 만사이의 단순해보이면서도 우아한 춤사위에 다소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