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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는 싸워야 한다
강명석의 TV보기 | 2003년 11월 1일 토요일 | 강명석 이메일

MBC 드라마 '대장금'
MBC 드라마 '대장금'
요즘 MBC '대장금'의 인기는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이다. 시청률은 40%가 넘어서고 있고,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며, 심지어 언론에서는 '대장금'의 방영시간과 홈쇼핑 판매량의 상관관계까지 다루는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MBC '다모'로부터 불기 시작한 새로운 스타일의 사극에 대한 관심은 영화계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와 '황산벌'을 넘어 '대장금'에서 절정을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앞의 세 작품이 비교적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은 것과 달리 '대장금'은 시청률 40%라는 지표가 말해주듯 거의 전 연령대가 즐기고 있으니 어쩌면 정말 '국민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이 때문에 또 하나의 좋은 드라마인 KBS '상두야 학교가자'가 묻히는 것은 아쉽지만).

물론 '대장금'은 여러 가지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작품이다.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법한 음식이라는 소재, 이영애라는 스타 캐스팅, 그리고 요즘 감각에 맞는 화려한 비쥬얼과 연출등 '대장금'은 기존의 사극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필자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가능성'에 흥미가 있다. 이 작품은 재미도 재미지만, 현재의 한국 사극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작품이 현재의 한국 사회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표면적으로는 한 여성의 성공기를 그리고 있지만, '대장금'이 보여주는 것은 그 대단한 여성의 특출난 능력이 아니라 장금(이영애)이라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성이 탄생되기까지의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대장금'의 장금 이영애
'대장금'의 장금 이영애
'대장금'의 금영 홍리나
'대장금'의 금영 홍리나
'대장금'으로 보는 한국사회?

이 작품의 주 스토리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장금과 금영(홍리나)의 대립을 보라. 이것은 것은 주류와 마이너, 부자와 빈자, 그리고 정보를 쥔 특권층과 그렇지 못한 자의 대결이며, 동시에 교육방법의 대결이기도 하다. '대장금'에서 금영을 후원하는 최상궁의 집안은 궁인 사회의 철저한 주류로 묘사된다. 그들은 5대째 수랏간 최고상궁의 자리를 유지할 정도로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고, 온갖 요리 비법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금영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할뿐만 아니라 여러 비법을 가르친다. 지금의 한국사회에 비유하자면, 그녀는 사회의 특권층에서 태어나 최고의 사교육을 받는 것은 물론,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모가 일자리를 마련해놓은(그것도 불법으로) 인물에 가깝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이들의 눈에는 선망의 대상이지만, 사실상 부모세대가 만들어낸 시스템에 희생되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순수하게 요리만을 사랑했던 금영이 결국 권력을 쫓은 인물로 변해가는 것을 보라. 아무리 그녀가 태어나길 착하게 태어났어도, 금영을 둘러싼 시스템, 즉 '일하는 즐거움'이 아닌 '힘'을 쫓고, 정당한 경쟁이 아닌 권모술수에 의한 출세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스템은 그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자유 의지 속에서 살아가는 듯 하지만, 시스템 속에서 변화한다. '대장금'은 금영을 타고난 악녀로 설정하는 대신 시스템의 문제로 설정하면서 캐릭터에 보다 설득력을 불어넣고, 동시에 '대장금'에서 상대해야할 것이 한 개인이 아닌 그 개인을 둘러싼 시스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장금을 따라서 요리를 수련해보려는 금영에게 "그런 건 없는 것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꾸짖는 최상궁의 득의만만한 한마디를 보라. '대장금'은 경쟁이 사실은 일대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

희망이나마 보여다오

이는 그런 시스템을 깨기 위한 장금과 장금의 후원자들의 입장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장금은 철저한 '비주류'의 인물이고, 동시에 '대안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녀를 가르치는 인물들은 기존 체제에 대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정상궁(여운계)은 실력만으로 최고상궁을 뽑을 수 있도록 만들고, 한상궁(양미경)은 장금에게 '속성 요리비법'대신 모든 재료의 사용법부터 익히도록 한다. 스승은 시스템을 바꾸고, 다른 체계의 교육을 받아 올바르게 자란 제자는 스승이 조금이나마 바꾼 시스템 위에서 자란다. 장금과 그의 스승들이 벌이는 싸움은 수랏간에서 벌어지는 작은 운동이지만, 거기에는 지금 우리사회의 단면이 녹아있다. 과연 평등한 상태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능력만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사회가 올 수 있을 것인가. 현실뿐만 아니라 '대장금'에서조차 그것은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그래도 장금은 싸울 수 밖에 없다. 최소한 희망이나마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5 )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32
qsay11tem
이란에서 시청률 90% 경축   
2007-11-27 14:03
kpop20
유명한 드라마 대장금   
2007-05-18 23:32
imgold
대장금을 보면서 느낀건... 잘되는 사람 옆엔 잘되도록 돕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거... ^^그리고 민종사관나으리..좀더 비중이 컷어야 했다는 아쉬움..너무 멋진뎅   
2005-02-11 17:24
imgold
대장금..정말 대단한 드라마였어요. 저도 팬이었답니다.   
2005-02-02 14:4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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