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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장혁의 '영어완전정복' 언론시사회
사랑도 영어도, 두려움 없이! | 2003년 10월 21일 화요일 | 임지은 이메일

목표는 온리 영어정복! 주인공 이나영과 장혁
목표는 온리 영어정복! 주인공 이나영과 장혁
왜 이전엔 몰랐을까.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두 당면과제 영어와 사랑이 서로 이다지도 닮아있다는 걸. 우선 당장 떠오르는 공통점들 몇 가지만 열거해본다면 이렇다. 첫째, 젊을 때 해놔야(?) 후회가 없다. 둘째, 어디까지나 선택사양임에도 불구, 못하면 바보 취급받는다. 그리고 셋째. 사랑도 영어도 용기가 중요하다. 아닌게 아니라 영어정복 하러왔다 사랑공부 해 가는 귀염성 있는 젊은이들의 좌충우돌을 관람하고 얻은 교훈도 그렇다. <비트>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나영, 장혁이 주연한 범상찮은 로맨틱 코미디 <영어완전정복>이 어제 언론시사를 가졌다.

영화에서 가장 의외로운, 따라서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역시 이 것. <무사>, <비트> 등으로 선 굵은 남자영화의 대표주자―뒤집어 말해 그만큼 여성심리라던가 로맨스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한―로 알려져 온 김성수가 만든 무려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 로맨스에 코미디에, 어디 그게 다인가? 주인공마저 여자다. 그것도 고독한 눈빛 대신 우윳병 밑바닥 안경을, 쓸쓸한 한숨대신 시시껄렁한 수다를 입에 달고 사는 대한민국 9급 공무원 나영주(이나영).

영문과출신인데다 외국인과 능숙하게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실력이지만 아직도 영어에 강박관념을 느낀다는 감독과 촬영 전 있었던 영어실력 테스트에서 첫 방에 "그만하면 됐다"는 평가를 얻어낸 장혁(참고로 장혁이 연기한 박문수의 영어실력은 왕기초반에서도 심란한 수준이다), 촬영 내내 구사한 토종발음과 염불을 방불케 하는 무미건조 억양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히려 영어실력이 퇴보한 것 같다고 개탄하는 이나영, 그리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닮은 원조 영어권 배우 안젤라 캘리. 영화 시작 전 이 기묘한 조합의 한 팀이 무대에 올랐다. 한편 <영어완전정복>을 창립작으로 내놓는 나비픽쳐스의 조민환 대표는 감독과 배우 이상으로 떨리는 심정으로 자리에 섰을 것.

"땡큐 포 커밍. 아이 호프 유 엔조이 스크리닝."이라는 나름대로 촌철살인 영어 멘트로 운을 뗀 건 이나영. 차갑고 신비한 느낌의 마스크가 먼저 눈에 띄는 배우지만 영화의 밝음에 전염된 탓인지 시종일관 얼굴엔 웃음기다. "우리 영화 주제가 오픈 마인드에요. 함께 오픈 마인드 하시고 즐겁게 보고 가시길." 말을 맺는 이나영의 뒤를 잇는 건 또다른 주인공 장혁. "제 데뷔작이 <짱>이었고, 이번에 찍은 영화는 <영어완전정복>이네요. 합쳐서 '영어완전정복 짱!'입니다." 이보다 더 진지할 순 없는 얼굴로 어이없는 주장을 펼치는 장혁 때문에 객석은 웃음의 도가니다. 이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그로서는 초유의 영역을 개척한 김성수 감독도 시사를 눈앞에 둔 감흥을 요약한다. "액션영화 감독이 로맨틱 코미디? 얼마나 하겠어, 라는 생각은 버리고 너그럽고 즐겁게 봐주시면 엉뚱하면서도 우리 자신들의 모습과 닮아있는 영주와 문수 덕에 많이 즐거우실 수 있을 겁니다."

시사 후 있었던 기자 간담회와 무비스트와 가졌던 인터뷰 내용은 아래 소개한다. 덧붙여 인상적이었던 모습 하나는 "한국 영화를 사랑합시다"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거듭, 힘주어 이야기하는 이나영. 제작진 모두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같은 날(11월 5일) 개봉하는 <매트릭스>란 강적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찮은 모양이다.

배우 3인방과 김성수 감독
배우 3인방과 김성수 감독
이나영, 장혁
이나영, 장혁
얼굴은 외계인에 성격은 노르말(normal)한 영주가 됐다. 이 예쁜 이나영이!
얼굴은 외계인에 성격은 노르말(normal)한 영주가 됐다. 이 예쁜 이나영이!
느물대도 귀여운 핸섬가이 문수는 영락없는 장혁 표.
느물대도 귀여운 핸섬가이 문수는 영락없는 장혁 표.
Q: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김성수 감독: 첫시사라 아직 완벽하게 완성된 프린트가 아니다. 특히 색깔이 그런데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이나영: 아직도 떨리고.. 그 말 외엔 생각이 안 난다.
장혁: 보신 분들 느낌에 맡기겠다.
안젤라 캘리: 연기 중 한국어대사를 소화하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아까보니 많이들 웃으시던데 서툴어서 그런 건지 정말 재미있어서인지 궁금하다. 나도 오늘 처음 완성본을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었고 많이 웃었다.

Q: <영어완전정복>에선 이나영, 제작 중인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하 <여친소>)에서는 전지현. 장혁더러 여복이 터진 남자라고들 하더라. <여친소>와 <영어완전정복>을 비교한다면?

장혁: 여복 터진 거 맞는 것 같다. <여친소> 경우엔 아직 찍는 중이고, 캐릭터도 완전히 확립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힘든 것 같아 답변 미뤄두겠다. <영어..>에서 연기한 문수는 군중 안에서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는 캐릭터다. 바람둥이라는 건 결국 어디에도 머무르지 못한다는 의미고, 결국 영주(이나영)를 만나 닫혀진 마음이 오픈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Q: 감독에게 질문. 이전과 전혀 다른 소재의 영화를 만든 배경이 궁금하다. 또 결과에는 만족하는가?
김성수 감독: 시나리오를 그림으로 전환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전과 차이가 없다. 사실 전부터 멜로며 여성 묘사 등에 약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영어완전정복> 만큼은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매력을 느꼈다. 영주처럼 재미있는 인물이라면 여자라도 도전해볼 만 하겠다고 느꼈다. 어려운 점이라면, 물론 육체적으로는 훨씬 쉽다. 원래 영화 한 편 찍을 때마다 5, 6킬로그램 정도 빠졌는데 이번엔 오히려 쪘을 정도니까. 하지만 로맨스와 코미디, 그리고 영어라는 이 시대의 화두 세 가지를 살려내는 게 힘들었고, 웃음의 타이밍을 예상하는 것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다.

Q: 영화에 사용되는 건 쉬운 것들 뿐이긴 하지만 특별히 영어대사를 연습한 적이 있는가?
장혁: 처음 테스트 받을 때 영어를 몇 마디 했더니 "뭐.. 그냥 해도 되겠네"란 반응을 보이시더라. 사실 우리 영화의 핵심은 실력 자체의 향상보다는 점점 편안하고 당당해지는 마음가짐에 있다.

Q: 이나영이 상당히 망가졌던데. 이미지 변신을 결심한 계기가 있는가?
이나영: 특별히 변신해야겠다고 작심하고 작품을 고르지는 않았다. 우선은 김성수 감독님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전부터 늘 가지고 있었고, 시나리오를 받아본 후에는 인물이며 코믹한 설정들이 톡톡 튀고 살아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단지 '못난 것'이 영주라는 인물의 핵심은 아니다. '망가졌다'고 표현한 그런 모습들도 못나 보이기 위한 설정이 아니라 영주라는 캐릭터에 맞는 모습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상황에 따라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고, 영화 속의 영주와 내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늘 시사회하는 동안에는 그저 사람들 웃음소리에만 민감했었다(웃음).

Q: 플래쉬 애니메이션이나 격투게임, 말풍선 등등의 비주얼 효과를 집어넣은 이유는 다른 코미디 영화와의 차별화를 위해서인가?
김성수 감독: 굳이 차별 같은 걸 의도한 건 아니었다. 실은 요즘 코미디영화들이 하도 잘된다고 해서 가능하면 그대로 해보려했지만(웃음)... 뭐 우리 영화는 우리 영화만의 감성이 있는 거니까. 과장해 보여준 이유는 영화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풍자적 요인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초반에는 만화적이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싶었고, 관객들이 캐릭터에 안착할 수 있는 시점인 후반부에는 그런 종류의 장치들을 자제하려 했다.

Q: 조민환 프로듀서는 <무사>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지난 영화에 비해 이번은 상대적으로 쉽고 비교적 달콤한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다음 작품의 방향도 궁금하다.
조민환 프로듀서: 사실 심경은 지금이 더 복잡하다. <무사> 때는 기댈 언덕(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를 일컬음)도 있었고 하니까. 코미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창립작인 만큼 어느 정도의 흥행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다는 걸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그렇게 한 편 찍고 나니 또 끓는 피가 가만히 두질 않는다(웃음). 이제 또 액션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차기작은 무협 판타지 액션이다. 생과 사의 경계, 즉 영혼이 49일 간 머무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무협 판타지고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곧 중국으로 로케도 떠날 예정이다.

Q: 이나영에게 질문. 연기가 많이 늘었던데, 그에 비해 그간의 출연작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특훈이라도 했는지?
이나영: 편수를 늘려 연기력을 향상시키고 싶지는 않다. 인물에 대한 이입정도가 관건이라고 본다. 테크닉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적이 없고, <영어완전정복> 같은 경우엔 워낙 인물에 빠져있었던 만큼 그저 즐겁게 찍었다. 그런 점이 오히려 좋게 드러나는 게 아닐까.

Q: 안젤라 캘리에 질문. 한국영화를 어떻게 보는가?
안젤라 캘리: 난 호주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예산이 풍부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포진해있는 한국영화산업을 부러워해 왔다. 한편 한국인 스탭들과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때까지 몇 번이고 쉬지않고 촬영한다는 게 한국의 특징인 것 같다. 그 때문에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많은 점을 배웠다. 특히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배우의 의견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피드백도 활발하다.

Q: 영화를 기다리고 있을 관객분들에 한 마디.
조민환 프로듀서: <매트릭스>와 같은 날 개봉해 본의 아니게 한국영화 대표가 됐다. 성원 부탁드린다.
김성수 감독: 배우들이 정말 너무 잘해줬다. 그 공을 치하하고 싶다.
이나영: 극장을 찾은 모든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오실 수 있는 영화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국영화를 사랑합시다!


*무비스트과 이나영, 장혁이 함께 하는 인터뷰 현장은 멀티미디어 코너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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