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그 중에 하나는 현실에서 보지 못하고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대신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된다.즉 일종의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재난영화에 유달리 큰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볼거리와 큰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웅장함 그 속에서 보여지는 영웅적 인간의 모습에 감동을 느끼고 쾌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1일 개봉하는 [리베라메]는 한국형 블럭버스터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2년여의 제작기간과, 순제작비 45억원과 마케팅비 10억원, 실제 폭파를 위해 쓰인 엄청난 양의 연료들,한국영화 최다 컷(1600컷), 초호화 캐스팅등의 항목들은 우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흔히 말해서 '그 영화 돈 내고 볼만 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라는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이다. 물론 리베라메가 실망이 큰 건 아니었다. 오히려 꽤 괜찮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초호화 캐스팅...
최진실, 이미숙, 설경구, 김윤진,김석훈의 캐스팅은 안정성을 어느정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리베라메]같은 경우 주인공 격인 최민수, 차승원, 유지태의 라인업(?)이 조금은 불안했다. 최민수는 그의 연기에 대한 평이 상반된 경향을 띤다. 그의 카리스마적인 연기에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발을 가지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요즘에는 언론에서 전자쪽으로 많이 기울어진게 사실이다.) 유지태는 동감에서의 성공이 있었지만 연기에 대한 평은 상당히 좋지 못 했다. 차승원은 모델출신으로서 전문적인 연기자가 아니었고 영화에서의 주인공 캐스팅은 처음이었다. 이와 같은 캐스팅의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최민수는 조금은 더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었고(하지만 그의 낮은 톤의 목소리는 시끄러운 사운드에 가려 그의 대사 3분의 1은 알아들을 수 없다., 차승원은 놀라울 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후반부에 보여지는 그의 싸이코적 연기는 많은 박수를 보낼만 하다. 조연격이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한무'역의 박상면은 가장 주목 받을 만한 연기를 했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한 그는 많은 작품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여 인정을 받은 배우였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은 어쩌면 진짜 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 된다. 의리 있고 인간미 있는 한무역은 그에게 딱 맞는 역할인것 같다. 내 나름대로 이 영화 최고의 대사를 꼽자면 박상면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한 대사가 떠오른다. ... "하지만 아빠는 소방관이야."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났었다.) 그 외에도 유지태나 김규리는 전작과 별 다름없는 평범한 연기를 보여준것 같아 아쉽다. 많은 관심을 가졌던 김수로는 몇마디 대사도 없는게 참 안타까웠다.
이 영화는 어떤 영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가 재난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영웅의 모습과 그에 수반되는 쾌감과 감동.. 영화 [리베라메]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부족하다.(하지만 볼거리와 거대한 스케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런 것을 따져 보기 전에 과연 [리베라메]는 어떤 영화인가? 영화를 보기 전에는 불을 소재로한 재난영화, 물론 '그 속에 곁들인 얘기들도 많이 있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로 갈 수록 점점 스릴러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비명을 지르게 하고 차승원은 끝까지 죽지 않는 괴수같은 인물로 나온다. 지금도 [리베라메]를 생각하면 불보다는 차승원의 싸이코 연기가 먼저 떠오른다. 이 영화의 영웅격인 최민수는 어찌보면 너무 무기력 하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고 결국 범인에게 죽도록 얻어맞은 다음 겨우 죽인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쩌면 감독은 일부러 영웅을 만들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소방관들중 어느하나가 영웅이 될 수는 없기에. 그래서인지 영화속에서는 비장한 죽음을 맞이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이 많이 비추어 진다. 좀 작위적이긴 해도 우리가 흔히 생각치 못하는 그들의 목숨을 건 직업정신 만큼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다.
[리베라메]는 분명 잘 만든 블럭 버스터 영화이다. 한국 영화의 기술적, 오락적 측면에서의 발전을 잘 볼 수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 된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제 전달과 관객들과의 교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리베라메]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어찌보면 그것은 우리들의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욕심은 우리의 자존심인 한국 영화를 더 크게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한 큰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큰 욕심이 실현이 될 때 우리는 더 큰 욕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