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거스르는 절대적이고 비장한 사랑의 적...
이룰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슬픈 사랑의 비...
소유할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의 연...
사랑마저 저버린 야욕의 화신 수...
이들의 이야기..그것이 <단적비연수>이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단,적,비,연,수라는 다섯 주인공을 내세워 만든 영화다. 그만큼 다른 어떤것보다 이들 다섯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에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인데 이 영화는 제작전부터 막강한 캐스팅에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줄만큼 캐릭터의 개성표현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 영화가 기자시사회에서 첫선을 내보인 다음 많은 언론에서 다른 무엇보다 다섯 연기자들의 연기에 대한 혹평이 가장 많았다. <박하사탕>의 모습 그대로 적을 연기한 설경구, <쉬리>에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총을 겨누던 모습 그대로 이 영화에서도 연을 연기한 김윤진, <홍길동>의 모습을 하고 단의 역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김석훈, 뚜렷한 전작 캐릭터를 비교당하지는 않았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연기를 한 수의 이미숙과 비의 최진실... 이 영화에 담겨있는 수많은 단점과 장점들을 고사하고 만약 개개인의 캐릭터의 뚜렷한 개성을 보이고 사람들에게 배우 누구가 아니라 단적비연수로 비춰졌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성공했을 것이다.
캐릭터의 개성표현에 실패함과 더불어 혹평의 도마위에 올려진 또 다른 점은 연계성이 없는 스토리라는 것이다.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그 애절한 감정들이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가장 안타깝고 애절해야하는 라스트신에서 관객은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지금 누가 뭘하는 거지?'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끔했다. 적인가보다하면 단이었고 연이구나하면 비였고 그런 혼란속에 영화를 봤기 때문에 그들 연기자들이 전달해야하는 무언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왜 <은행나무침대>의 속편이 돼야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은행나무에 대한 어떠한 연계성없이 짜맞추는듯한 느낌을 주는 속편의 이미지는 관객에게 실망감을 주기 적절했다. <단적비연수>와 관계된 기사를 보니 황장군이 적으로 미단공주가 비로 궁중악사 종검은 단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것이라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그럴듯하다. 정말로 시간을 뛰어넘은 애절한 사랑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애절한 마음을 어필할려면 영화속에서 좀 더 관객에게 많은 정보를 줬어야했다. 죽어서 은행나무가 된 비와 그리고 속편이었다면 차라리 정말로 속편답게 미단공주의 존재감을 어느정도 내비춰야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하자면 이 영화의 배경은 선사시대로서 부족적 정서만이 지배해서 이성이라는 판단보다는 맹목적인 생존법칙에 운명을 거는 수의 세대와 그 법칙을 파괴하고 부족보다 사랑에 중점을 두는 단,적,비,연의 세대를 그린 것이다. 하지만 그 두세대 사이의 이성적 사고의 존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갖고 있으면서도 언뜻 비춰지기는 했지만 관객에게 그걸 일깨워줄만큼의 탄탄한 구성은 아니었다.
다만 이 영화는 한국영화에서는 전례가 없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에서는 크게 점수를 받는 것 같다. 한국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에 기대를 거는것같다. 물론 그 면에서는 크게 점수를 주고 싶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와 시나리오의 구성은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