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 카잔의 자서전 "인생"(1988)

제임스 딘이라는 전설의 아이콘을 영화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시킨 영화 <에덴의 동쪽> 등으로 이름난 감독 엘리아 카잔이 일요일 뉴욕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4세이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인은 노환. 예일대에서 연극을 공부한 카잔은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후 이어 스크린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등의 극을 연출한 후 이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영화로도 제작했는데, 이 작품은 말론 브란도라는 불세출의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한편 1947년 작 <신사협정>은 그 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다.

엘리아 카잔은 작품 외에도 1950년대 매카시 선풍 당시 동료들을 공산주의자로 고발해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한 전력으로 악명 높다. 그 때문에 1999년 아카데미가 카잔에게 평생 공로상을 수상할 당시 식장 안은 기립해 박수를 치는 사람과 수상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었다. 심지어 식장 밖에서도 반대파와 찬성파가 대립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을 정도.

변절 이후 오랜 세월 동안 비난받으면서도 변함없이 "내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카잔은 이후 <워터프론트>(1954)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오스카 6개 부문을 수상하고, 제임스 딘 주연의 <에덴의 동쪽>(1955)을 내놓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편 이민자인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내린 반자전적 소설 <아메리카, 아메리카>(1961 간행, 1963 영화화)와 1967년 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어레인지먼트>(1969 영화화)를 비롯, 작가로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 건강이 악화된 이후 거의 두문불출하던 그는 1988년에는 자서전 <인생>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