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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의 코믹 뮤지컬 버젼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 2000년 11월 6일 월요일 | 모니터 기자 - 은현정 이메일

오딧세이를 아십니까? 호메로스의 오래 된 대서사시 말이에요. 주인공인 오딧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요. 돌아오면서는 자신을 괴롭히는 외눈박이 괴물 마녀 키르케와 바다의 괴수 사이렌, 머리 여섯 괴수인 스킬라, 또 사나운 폭풍의 괴수인 카리부디스까지 물리쳐야 했지요.게다가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내인 페넬로페는 수많은 구혼자들에게 휩쌓여서 어쩔 줄을 모르는 상태고요. 아, 첩첩산중!!! 그렇지만 그럭저럭 아테네 여신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들을 뚝딱 뚝딱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결국은 해피 엔딩!

영화 초반부에 이 이야기가 바로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기초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막이 얼핏하고 나타납니다. 저도 자세하게 보지는 못 했어요, 그렇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그건 점점 확실해지더군요.

먼저, 주인공의 이름부터 율리시즈이고, 아내의 이름은 페넬로프의 애칭인 '페니'였습니다. 율리시즈는 전쟁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쟁보다 훨씬 더 가혹한 감옥에서 탈출하지요. 그런 그를 보호해 주는 것은 아테네 여신 대신 눈이 먼 예언자입니다. 예언자는 앞으로의 그들 삶이 예상했던 것 대로는 아니지만 행복하리라는 것을 예견해줍니다. 신화 시대에나 나올 법한 외눈박이 괴물은 안 나오지만 안대를 낀 덩치 큰 악당이 나오고, 사이렌의 유혹은 없지만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을 유인하는 장면은 나오지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들을 뒤를 쫓는 무서운 하이에나 - 선글래스 낀 악당까지 나오고요. 이렇게, 그들이 찾으려는 진정한 보물인 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모험과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율리시즈는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것들을 하나 하나 풀어나갑니다.

이야기가 약간은 황당하지 않으시던가요? 영화에는 1930년대 공황기의 미국을 반영하는 듯한 모습들, 그러니까 KKK단이라던가, 주지사 선거라던가, 댐 건설 같은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등장하다가도 갑자기 이상한 예언자가 나타나고, 여자들은 노래만 부르고 이상하게 사라져 버리고, 선글래스 낀 아저씨는 악마인지 아닌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도 없고요. 제 생각에 이런 모든 사실적이면서 황당한 요소들은 오딧세이의 현대적 차용과정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 영화안에서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마 감독이 코엔 형제이기 때문일 겁니다.

코엔 형제의 영화들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습니다. 일상성과 판타지의 기묘한 중첩말이에요. 바톤 핑크도 그랬고, 아리조나 유괴사건도 그랬고, 허드서커 대리인도 그랬잖아요. 또 하나 코엔 형제 영화의 특징이라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조연들도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모두들 한 자리는 차지하고 사라진다는 것일 겝니다. 이 영화도 물론 예외는 아니고요. 조울증 걸린 은행강도, 악마에게 영혼을 판 흑인 기타리스트 등등.

이것도 코엔 형제 영화의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이 있겠구나, 그건 그냥 영화에서 안 보여진 것일 뿐이겠지? 하는 느낌을 주는거요.

이 영화를 유쾌하게 만드는 건, 이런 모험적인 요소를 컨트리라는 음악으로 다듬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유쾌한 음악들과 그것에 어울리는 춤들이 이 영화안에 잘 어우러집니다. 가사 잘 보셨어요? 가사도 무지하게 웃기던데요. 정말 몇 천년 된 고전 오딧세이를 코믹 뮤지컬로 잘 살려냈습니다. 아마 지금 오딧세이를 다시 읽으라고 하면 읽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에요, 그렇지만 이 영화라면 아무리 고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정말 깔깔대면서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래요, 오딧세이의 코믹 뮤지컬 버전은 이렇게 오, 형제여 어디로 갔는가? 라는 영화로 되 살아났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하실 것이 있습니다. 오딧세이는 두 시간짜리 영화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나게 긴 대하 서사시라는 점이요. 따라서 영화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노출됩니다. 그리고 무리하게 이야기를 줄이려다 보니 '보는 관객들은 이미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는 전제 위에서 이야기는 출발하고요. 곳곳에 걸리는 황당무계한 출연들 덕분에 우리들의 머리는 아파오고, 결국 영화의 전반부는 정말로 무료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는 더 할 나위 없이 유쾌하지만요. 사실 이것에 대해 감독의 배려가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정말 완벽한 영화가 될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코엔형제가 아니라면 누가 오딧세이를 감히 코믹 뮤지컬화 하겠습니까? 안 그래요?

약간의 지루함을 감수하신다면,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를 정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딧세이를 미리 읽고 가시면 더욱 좋겠죠.

덧붙임: 조지 클루니 말이에요. 거기가 콧 수염 하나만 붙이면 완전히 클라크 게이블 아니던가요? 영화 보는 내내 클라크 게이블 생각하면서 기분 좋았지 뭐에요. 그런데 혹시 저 혼자만 둘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2 )
ejin4rang
그런대로   
2008-11-12 09:33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0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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