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 좀 무거웠는데, 이번 영화 '빌리 엘리옷' 역시 사회적으로 강제되는 남성다움, 여성다움에 대한 반항으로 시작하는 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가 성차의 신화를 깨는 혁명적인 영화는 결코 아니다. 그런 영화라면 오히려 호주 영화 '프리실라(The Adventures of Priscilla, Queen of the Desert)'나 벨기에 영화 '나의 장밋빛 인생(Ma Vie en Rose)'을 추천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치를 갖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가볍게나마 개인의 선택과 꿈의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짐작했다시피 영화의 플롯은 굉장히 단순하다. 또한 두 가지 문제를 섞어 놓다보니 어떤 한 가지도 깊게 다루지 않고 있다. 성차에 관한 성장영화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노동계급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기는 더욱 아닌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바로 그 단순함이 아닌가 한다. 이 영화는 '빵과 장미(Bread and Roses)', 혹은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Ladybird, Ladybird)' 등의 켄 로치(Ken Roach) 감독 영화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마찬가지로 모니카 트로이트(Monika Treut)의 충격적인 영화 '젠더의 항해(Gendernauts)'와도 역시 다르다. 고민의 깊이 면에서는 앞의 영화들을 결코 따라갈 수 없다고 해도 일반 관객들의 피부에 와 닿는 감동 면에서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굳이 정의를 내리자면 '풀 몬티'에 '나의 장밋빛 인생'을 곁들인 영화 정도라고나 할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관객이라면 눈을 돌려봄 직하다.
이 영화는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으로서 데뷔작치고는 매우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3주째 영국 박스오피스 상위를 달리고 있다. 주인공 빌리 역의 제이미 벨은 올해 13살로 영화에서는 발레를 처음 시작하는 소년으로 나오지만, 실은 이미 6살 때부터 발레를 배워온 '프로급' 발레 소년이다. 무려 2000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무용 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기막힌 소질이 있음을 증명하였다고. 제 2의 크리스쳔 베일(Christian Bale)이 되리라 기대되는 유망주이다.
어떤 이야기일까
복싱을 배우던 11살의 소년 빌리는 어느 날 지나가다가 발레 수업을 엿보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운명에 이끌린 그는 그의 재능을 알아챈 윌킨슨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게 되고,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빌리는 탄광 노동자 파업에 참가 중이던 그의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발레를 금지당하게 되는데, 빌리는 이후 발레가 단순한 취미가 아닌 그의 운명이라는 것을 가족에게 설득하려 한다.
영화에 출연한 사람들
줄리 월터스 (Julie Walters) .... 윌킨슨 부인 역
제이미 벨 (Jamie Bell) .... 빌리 역
제이미 드레이븐 (Jamie Draven) .... 토니, 빌리의 형 역
게리 루이스 (Gary Lewis) .... 아버지 역
영화를 만든 사람들
감독 - 스티븐 댈드리 (Stephen Daldry)
제작 - 존 핀 (John Finn), 그렉 브렌먼 (Greg Brenman)
각본 - 리 홀 (Lee Hall)
촬영감독 - 브레인 튜파노 (Brain Tufano)
편집 - 존 윌슨 (John Wil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