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장영규
갑자기 귀신을 보게 된 남자와 다른 사람의 과거가 보이는 여자의 섬뜩한,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그린 영화 <4인용 식탁>은 최고의 흥행배우 박신양, 전지현의 파격 변신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다. 그러나, <4인용 식탁>은 피가 난무하는 공포 영화와는 달리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두려움과 상처를 섬세한 심리묘사와 세련되고 절제된 영상으로 강조하여 일반 공포영화라는 다른 느낌, 일명 ‘감성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듯 ‘한국 최초의 감성미스테리’라는 색다른 장르를 표방하며 섬뜩하지만 슬픈 공포를 선보이는 영화 <4인용 식탁>은 음악 역시 섬뜩하고 절제된 리얼 사운드와 슬프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주축이다. 특히 타이틀곡 ‘잔디에 베인 나무’는 전통 가곡가 정마리가 부르는 음울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와 초현실적인 내용의 가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루며 영화 속 미스테리를 극대화시킨다. 정마리는 <복수는 나의 것>, <해안선>,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반칙왕>, <복수는 나의 것>, <해안선> 등 색깔 있는 한국 영화들의 음악작업을 도맡아온 어어부 밴드의 장영규 음악감독이 연주, 녹음, 믹싱, 선곡 등 전 작업을 맡아 심혈을 기울여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백현진과 함께 독특한 그들만의 음악색깔을 잃지 않고 어어부 밴드를 이끌어온 장영규 감독은 현대 음악 작곡가들 중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이번 <4인용 식탁>의 음악을 위해 독특하고 전위적인 음악적 성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특히 귀에 익지 않은 타악기의 사용이나 디지털 샘플링 등 이 영화의 섬뜩하면서 슬픈 분위기를 있는 힘껏 고조시키며 진실에 다가갈수록 공포와 혼란 속에 빠져드는 ‘연’(전지현)과 ‘정원’(박신양)의 내면을 잘 나타내고 있다.
<4인용 식탁>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남다른 점 또 하나는 ‘Work A-1’, ‘Work A-2’ ‘Work B-1’ 등으로 나뉘어 이름 붙여진 19곡의 제목이다. Work A 부터 Work D 까지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진 19곡은 각각 멜로디나 리듬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장면에 대해 붙여져 있는 제목에 대한 섣부른 판단보다 음악을 그 자체로 먼저 느끼도록 배려한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들을 수 밖에 없게끔 의도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과연 그답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