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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키에누 리브스'의 왓쳐인가?
왓쳐 | 2000년 10월 27일 금요일 | 모니터기자 - 양동식 이메일

미스테리와 서스펜스를 구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용어를 쉽사리 사용하면서도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설명할 때는 난감해 하기 십상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 역사 상 서스펜스 기법을 가장 탁월하게 사용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부분의 영화들에선 사건의 범인이나 사건의 원인은 감추고 마지막에 가서야 깜짝쇼 하듯 드러내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영화 초장부터 관객을 조롱하듯 살인범의 모습을 보여주고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주인공을 대비 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긴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아무 사전 지식 없는 상황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두 남자가 서 있는 장면이 인서트 컷으로 등장하면 관객들은 아무런 긴장도 하지 않지만 한쪽의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관객들의 긴장은 고조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서스펜스이다.

반면에 미스테리는 관객과 등장인물에게 끝까지 사건의 전말을 노출시키지 않은 채 끝까지 영화를 끌고 나가는 수법을 말한다. 대부분의 미스테리는 적절한 긴장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반전이나 서프라이즈 수법을 이용해서 극적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곤 한다. 물론 개중에는 X-file과 같이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라는 형이상학적 문구와 함께 사건을 영원한 미궁 속에 남겨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면 왓쳐는 미스테리인가 아니면 서스펜스인가.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살인자 키에누리브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히치콕의 전략을 답습하는 전형적인 서스펜스 영화지만 극전체의 긴장감과 몰입도는 도저히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 팽팽하게 긴장되야 할 형사와 범죄자간의 대결구도는 왠지 소외된 도시인의 고독에 의한 소통공간으로 윤색되다가 결국에는 어떤 갈등도 해소하지 못한 채 건물의 폭발과 함께 시커먼 시체만 한 구 남길 뿐이다. 애초에 그럴 듯하게 벌려 놓은 서스펜스의 에피타이져에 비하면 본 식사는 초라하기 그지 없다고 할까.

더군다나 이 영화는 히치콕의 서스펜스의 강점은 하나도 살리지 못한 채 그의 단점과 악덕은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예컨데 쫒는자와 쫒기는 자의 긴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오로지 볼거리로 전락하여 죽어가는 '아름다운 금발미녀'들이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등장한다. 주체적인 의식이나 영화 전체에서의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저 남성적 시각에서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히치콕 영화의 여성관이 이 영화에서도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왜 키에누가 외로운 여성만을 골라서 죽이는 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보다는 여성이, 그것도 아름답고 젊은 여성이 잔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이 더 시각적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면 정말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가식적일지 모르지만 정신병리학적인 그의 캐릭터적 요소를 조금 부각시키는 것이 관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니었을 지.

물론 이 영화는 키에누를 13일의 금요일에나 나올 법한 살인기계로 인식시키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의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키에누가 제임스 스페이더와의 두뇌싸움에서 삶의 희열을 느끼는, 그래서 황당하기는 하지만 어떤 애증에 기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캐릭터로 부각시키려고 하지만 너무나 역부족이다. (키에누 리브스 특유의 무표정한 연기는 내면에 무언가를 감춘 사람이라는 느낌보다 어디 모자란 거 아냐? 하는 반문을 들게 만들 정도...--;) 제임스 스페이더도 나름대로 고통에 사로잡힌 형사역을 연기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정신 사납게 스쳐지나가는 플래쉬 백은 구차하기 짝이 없다. 드라마의 빈약함을 감추려는 제작진의 편법이 짜증스럽게 느껴질 정도라고 할까.

현란하다 못해 멀미가 느껴지는 카메라 워크와 정신없이 교차되는 화면들, 그리고 요란한 효과음. 결국 어떤 것도 이 영화가 원래 추구했을 서스펜스를 살리지 못한 채 이 영화를 심리극도 액션물도 스릴러도 아닌 어정쩡한 키에누 리브스의 출연작 정도의 위치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결국 이 영화도 '키에누 리브스의..' 운운하는 꼬리표를 달고 관객 앞에 나설 운명인걸까?

3 )
ejin4rang
역시 리브스   
2008-11-12 09:34
rudesunny
기대됩니다.   
2008-01-14 14:08
ldk209
어정쩡하게 마무리되어 버린.... 범작...   
2007-01-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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