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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앉기엔 너무 비좁은 4인용 식탁
4인용 식탁 | 2003년 8월 8일 금요일 | 서대원 이메일

<4인용 식탁>은 일상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인 집단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섬뜩함을 지독하리만치 집요하게 끄집어내는 영화다. 14인용 밥상이 아닌 ‘4인용’ ‘식탁’이라는 단어의 어감에서 느낄 수 있듯 전근대적인 가족이 아닌 신자유주의 세계가 필연적으로 배태한 현 시대 가족의 비극성에 시선을 둔 채.

호러영화라기보다는 심리 미스테리 극이라 할 수 있는 영화는 이 소재를 망자의 혼령이 어떤 계기를 통해 눈에 밟히기 시작한 정원(박신양)과 타인의 과거를 읽을 수 있는 연(전지현)의 기이한 관계 속에서 관장하며 거기에 덧 씌어진 허상의 껍질들을 과감하게 하나 둘 벗겨버린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구성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가 불경한 저의를 가져서는 안 되고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가 보듬어 안어 줘야 되는 절대적 관계로 어릴 적 밥상머리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들어왔고 또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이자 본능이라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러한 미동의 움직임조차 있을 수 없는 진실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풍요로운 삶을 약속한 전지전능한 자본주의가 고약하게도 인간의 도리와 본능마저 잡아 삼켜 자신의 체질에 맞게 그것들을 변화시키며 포섭해왔기 때문이다. 그 놈의 가난은 어미가 자식을 죽음으로 내몰게 하고, 가족간의 불신은 아들이 아버지의 존재를 불로써 재를 만들어 허공으로 날려버릴 만큼 극한으로 치닫는다.

신인 감독 이수연은 이처럼 유아살해나 존속살해를 전면에 내세우며 가족애에 대한 또는 모성애에 대한 우리들의 근원적 사고방식에 대못을 박는다. 고통스럽더라도 다른 시선으로 그것을 한번쯤 냉철하게 바라보자고 감독은 권유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4인용 식탁>이 기존의 호러물과 다르게 와 닿는 것이다. 현시대에 벌어지는 일을 그것도 가장 금기시돼 있는 가족의 신화화에 메스를 가하는 영화이기에 단순히 관객을 놀래키는 끔찍스런 장면의 출현도 드물고 확 몰아치는 공포영화의 관습도 거세돼 있다. 결국, 일반적인 소재와 주제가 아니기에 호러 물의 관성적 법칙을 거스르고 미스테리한 드라마로서 영화를 우직하게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4인용 식탁>을 보고 나면 이 같은 설정이 가슴을 점령하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한다. 비극적 정서와 슬픔이 느껴지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이상의 구체적인 실체로서는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모호함’과 ‘조연 캐릭터의 부재’ 때문이다. 자신의 집에 놓인 4인용 식탁에 앉아 있는 죽은 아이들의 모습이 정원의 시선에 들어오자 일상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초반부와 그러한 음산 가득한 일이 우연히 만난 연이라는 여자에게도 보여 절박한 심정으로 그들이 필연적 관계로 나아가려고 하는 중반부까지는 좋다.

그렇지만 법정 출두 신이 자주 출현하면서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연에 관련된 사건들과 정원의 공포의 시원(始原)을 찾아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부터 <4인용 식탁>은 불친절해지면서 동시에 지루해진다. 호흡이 너무 더딜뿐만 아니라 가위에 눌린 악몽을 누군가에게 복받쳐 얘기할 때처럼 영화는, 꿈의 애매모호함을 그리고 복받쳐 통곡할 때처럼 자신은 절절하지만 막상 듣는 사람은 선뜻 잡히지 않는 흐느낌을 되풀이 하기에 그렇다. 베란다에서 아이를 추락시키는 한 여인의 소름 돋는 모습과 기면증을 앓고 있는 연이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철푸덕 실신하는 장면 역시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감독의 명징한 의도와 달리 모호함을 증폭시키는 기제로서 복무하게 된다.

조연 캐릭터의 부재라는 말은 정원과 연 두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영화의 범상치 않은 스타일과는 부합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들은 너무나도 전형적이다. 마치, 아침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들처럼. 적어도 영화는 정원의 약혼녀나 연의 친 언니와 같은 인물로 나온 김여진 둘 중의 한명에게는 좀더 강렬한, 다시 말해 연과 정원의 관계를 두텁고 질척하게 해줄 캐릭터로 의미를 부여해줬어야 했다.

굳어버린 신경을 박박 긁는 듯한 인상적인 테마로 ‘4인용 식탁’에 관객을 초대한 영화는, 자신들 역시 그 자리를 채우지 못했듯 관객인 우리도 그 자리를 채우기에는 버겁다. 소수야 머리를 맞대고 소통을 하며 밥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인 대중이 그 자리에 앉기에는 모호할 뿐만 아니라 설사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했다손 치더라도 거리감으로 인해 이야기는 단절되고 밥그릇과 식사 연장조차도 어느 것이 자기 것인지 헷갈려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3 )
naredfoxx
나름 무섭게 봤던 영화... 기면증   
2010-01-01 20:26
ejin4rang
그냥 볼만한 영화   
2008-10-16 09:52
ldk209
너무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안 된..   
2007-01-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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