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Alan Silvestri
2년 전 선보였던 여전사 액션의 결정판 <툼레이더>를 기억하는가? 전세계에서 1억 4천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던 <툼레이더>는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인디아나 존스식 액션을 선보이는 탄탄한 근육의 섹시한 글래머 여전사를 통해, ‘안젤리나 졸리’ 라는 배우를 게임 속 여전사 라라 크로프트와 동일시된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듦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3년 여름, 살아있는 '라라 크로프트' 안젤리나 졸리와 <스피드>를 감독한 액션의 귀재 얀 드봉 감독이 만나 다시 만들어낸 <툼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는 <툼레이더>보다 빠르고 강력해진 액션과 더욱 스펙터클해진 어드벤처를 내세우며 돌아왔다.
얀 드봉 감독이 연출을 맡은 <툼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는 감각적인 액션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컴퓨터 그래픽의 섬세한 손길의 도움까지 약간(!) 받은 라라는 쿵후와 검도는 기본이고 모터사이클과 킥복싱까지 마스터해 날렵하게 적을 제압하고, 사정없이 패대기친다. 더욱이 이번에는 달리는 말에 거꾸로 매달려 총을 쏘고, 낙하산을 타고 지프 위로 뛰어내리고, 빌딩 꼭대기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한다. 이처럼 초스피드의 액션과 상상과 실제를 교묘하게 조합시킨 특수효과로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의 펄프 어드벤처물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툼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판도라의 상자’라는 그리스 신화적 소재와 ‘알렉산더 대왕의 신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응용한다. 결국 이국적인 신비감이 물씬 풍기는 고대유적을 배경으로 초호화판 액션 버라이어티를 보여주는 <툼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의 OST는 영화의 현대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비주얼을 돋보이게 하는 데 한 몫 하기 위해 얼터너티브적인 감성을 충분히 활용한다.
특유의 폭발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화면을 지원해주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내로라 하는 일렉트로닉 뮤지션과 록 밴드들의 곡으로 가득 차 있으며, <툼 레이더>의 사운드 트랙보다 전체적으로 얼터너티브와 헤비메틀 밴드들의 참여 비중이 높아졌다. 첫 트랙은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한 영국 출신의 Davey Brothers의 ‘Heart Go Faster’. 경쾌한 발랄한 얼터너티브 튠으로 독특하고 매력적인 보컬의 음색이 돋보이는 곡이다. 모던락계의 최강의 아티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인더스트리얼 밴드 Filter의 4집 수록곡 ‘The Only Way(Is The Wrong Way)’와 <매트릭스 2: 리로디드> 주제가를 만들었으며 현재 뉴메틀씬에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미국 출신의 랩 메틀 밴드 P.O.D.의 ‘Satellite’가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적인 DJ 영국 출신의 폴 오큰폴드에 의해 리믹스되어 OST에 실린 점도 눈길을 끈다. 무거운 느낌의 기타 반주가 중심이었던 원곡에 세련된 전자 사운드를 얹어 새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Bad Girl’이나 ‘The Last High’ 같은 모던록 계열과 Saliva의 ‘Time’, Sloth의 ‘You Can’t Look Away’ 처럼 하드 코어 혹은 랩 메틀 트랙들이 라라의 종횡무진하는 액션과 심리적 갈등의 기복을 오가며 흐른다.
모든 트랙들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은 Conjure One의 ‘Tears From The Moon’. 트립합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매시브 어택과 함께 작업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던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 시니어드 오코너가 피쳐링했다. 묘한 신비감을 조성하는 시니어드 오코너의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는 서정적인 곡으로 바닷속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깊은 메아리처럼 영화를 본 뒤에도 잔잔히 그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