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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따운 그녀, 전능하기도 하지
툼 레이더 2: 판도라의 상자 | 2003년 8월 1일 금요일 | 임지은 이메일

사이버 여신 라라 크로포트가 스크린에 강림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안젤리나 졸리 이상은 없다. <미녀 삼총사>의 삼총사에다 데미 무어까지 포함한 쭉빵 미녀 패키지와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뜨리는 일없이 냉혹한 전투를 펼치는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의 크리스타나 로켄 등을 성급하게 떠올려보긴 하지만, 깊이 따져볼 것도 없이 졸리 승(勝). 뭐 전투력에 있어서야 서로 붙여봐야 알 일이지만, <툼 레이더>의 세계에서는 그렇다는 거다.

유달리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며 굴곡 있는 건강한 몸매, 자신만만한 표정까지 둘은 정말이지 서로 다른 곳―물론 게임과 영화―에서 키워진 쌍둥이 자매만 같다. 실제로 <툼 레이더> 1편은 그런 졸리의 매력에 크게 기댄 영화. 아니 “졸리의, 졸리에 의한, 졸리를 위한”이라는 꼬리표를 언제 어디서건 떼어내지 못할 정도였으니 ‘기댐’이 지나쳤다는 게 좀더 적확한 표현이다. 게다가 졸리 출연작 중 최악으로 회자되는 형편이니 영화로서 불명예라는 점은 더 말 할 나위 없는 일. 유난히 걸출한 속편들이 많이 개봉하는 2003년 여름, 모험심 강한 라라 크로포트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안젤리나 졸리’라는 옷을 입고.

뒷북이 될 가능성 농후하지만, 우선 라라 크로포트라는 인물에 대해 간략히 소개부터. 96년에 처음으로 출시된 게임 <툼 레이더>로 단번에 게이머들의 연인으로 떠오른 라라는 1967년 생. 영국인이며 백작 작위를 가지고 있다. 키는 175Cm, 몸무게 52Kg, 쓰리 사이즈는 34-24-35로 착해도 너무 착한 몸매. 해박한 고고학 지식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운동신경과 사격실력을 겸비했으며, 각종 속도광에 집안에서 총을 쏘아댈 정도로 터프한 아가씨다. 가장 사랑 받는 게임 속 인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데다 영국에서는 친선대사로까지 임명된 라라는 명실공히 사이버 세계를 지배하는 여신. 게임 속에서 모세의 십계명이며 시안의 단검을 비롯한 전설적인 유물을 찾아 나섰던 라라는 영화 <툼 레이더> 1편에서는 비밀조직 일루미나티를 저지하기 위해 분투했었다.

한편 1편의 스토리에 대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평들이 쏟아졌던 것을 의식했던 듯 2편 <툼 레이더 2: 판도라의 상자>는 좀더 단순해졌다. 단순해진 대신 고대의 역사와 시원을 돌아보며 까마득한 심해에서부터 눈발 날리는 카자흐스탄, 불야성을 이룬 홍콩거리,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까지를 단숨에 오간다. 부제 ‘판도라의 상자’가 가리키는 것은 “상자를 열었더니 온갖 질병과 고통들이 세상으로 뛰쳐나왔다”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로 그 신화. 알렉산더 대왕의 보물을 찾기 위해 그리스 에게해로 향한 라라(안젤리나 졸리)는 바다 속 신전 안에서 검은 구슬을 발견한다. 그러나 급습한 중국 마피아 첸 일당에게 곧 빼앗기고, 이들이 생화학 무기를 이용한 범죄를 일삼는 라이스 박사의 사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곧이어 밝혀지는 판도라의 상자에 얽힌 비밀. 전설에서 언급된 대로 안에 역병을 비롯한 수많은 재앙을 담고 있는 그 상자를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의 끝에 숨겼다는 거다.

막대한 힘 있는 곳에 흉계가 없을 리 없다. 라이스박사는 인류를 통제하고 지배하기 위해 구슬을 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라라는 반역죄로 카자흐스탄의 감옥에 갇혀있던 전 연인 테리(제라드 버틀러)와 힘을 합친다. 전편과의 차이점 또 한 가지는 바로 이 지점에 놓여있다. 전지전능하다는 것이 오히려 라라의 한계였다면 2편에서는 그녀에게 좀더 인간적인 측면을 부여해보자는 것. 라라와 테리의 로맨스는 그렇게 해서 고안됐다. 이들의 로맨스가 명백히 남녀관계의 역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 제임스 본드를 비롯, 고전적인 영화 속 만능맨들은 으레 여성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이 남자에게 과연 나의 존재는 무엇일까? “당신 마음속에 내가 들어있나요?” 그런데 <툼 레이더>에서 그 질문을 받는 것은 오히려 여성인 라라 쪽이다.

물론 애당초 라라 크로포트가 누구 한 사람의 소유가 될 수 있을 리 없다. 테리의 저돌적인 구애에 라라의 눈빛은 잠시 흔들리지만, 곧 그녀는 초연하고 전지전능한 여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한편 유머가 거의 없다는 것은 툼 레이더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이며, 이 점 역시 주인공 라라의 완벽성에서 기인함은 물론이다. ‘판도라의 상자’ 신화가 경계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은 호기심이라면 이 역시 라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 아프리카에서 상자를 발견한 라라는 무모한 욕망의 노예가 될 위험을 의연히 비껴간다.

어쨌든, 돌아온 <툼 레이더 2: 판도라의 상자>는 전편보다 나아졌다. 스토리는 여전히 허약한 감이 있지만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고 단순하게 가자는 선택이 주효했던 듯. 사파이어 빛 바다를 제트스키로 가로지르고 낙하산 하나에 몸을 의지해 까마득한 마천루에서 몸을 던지는 안젤리나 졸리의 탄력 넘치는 몸놀림을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큰 메리트다. 그렇다면 2편에서 부족한 2퍼센트가 여전히 ‘스릴’이라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 관객으로 하여금 숨을 죽이고 마른침을 삼키며 모험 속에 녹아들게 하는 흡인력 말이다. 스릴 없는 어드벤처라. 스크린을 누비는 라라 크로포트를 계속 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이건 앞으로의 <툼 레이더> 시리즈가 한 번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2 )
ejin4rang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 최고   
2008-10-16 09:52
ldk209
이 시리즈가 계속 될 것인가???   
2007-01-2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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