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것 뿐이라던가.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고, 위와 아래가 있고, 강할 때와 약할 때가 있다. 사랑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슴 터질 듯 열망하는 사랑, 사랑 때문에 목숨 거는 사랑… ’ 이런 노래 가사처럼 온몸이 화르륵 타오를 것 같은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그 뜨거움을 나몰라라하며 변하고 만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절규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알고 보니 변하더라고.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영화 [스토리 오브 어스]는 이런 사랑의 굴곡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롭 라이너 감독이 다시금 선보이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사랑의 ‘활황기’를 그린 영화라면, [스토리 오브 어스]는 사랑의 ‘불황기’, 그것도 최저점의 바닥에 꽂힌 사랑의 이야기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듯 싶다. 일견, 주인공 벤과 케이티를 보면 해리와 샐리, 그들의 10년 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감독의 손을 거쳤으니 그런 느낌에는 일단 고개를 끄덕여주자.
벤과 케이티의 인터뷰 형식의 고백,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기억과 추억의 고리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영화는 심심하지 않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보는 이로 하여금 깔끔함과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그래서 그들은 최고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말로 매듭지어지는 해피 엔딩은, 관객이 로맨틱 코미디에서 기대하는 행복감에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사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함께 살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또 한번 노래 가사를 들먹여보자면, ‘20년 가까이 따로 살았는데 도대체 서로를 얼마나 만났다고…!’ 두 사람이 덥썩 같이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많은 부부들이 서로의 반대되는 성격과 모습들을 극복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꼼꼼이와 덜렁이, 깔끔이와 꼬질이, 과묵군과 수다양, 뚱뚱이와 홀쭉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다른 모습의 사람들은 벤과 케이티처럼 그들만의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재차 말하지만 사랑에는 해뜨는 날도 있고, 비오는 날도 있다. 언제나 맑은 날만 있다면 누군가의 말마따나 사막만 될 뿐이다. 맑은 날도 있으니 비오는 오늘도 이해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