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는 자국 영화 점유율이 세계적으로 드물게 높다는 것과 영화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고 운을 뗀 베로니끄 부파르 유니프랑스 대표는 문화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옹호하는 한국의 의지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히며 <취화선>이 프랑스에서 3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아시아 영화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는 낭보를 아울러 전했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대체로 스크린쿼터에 대한 옹호와 함께 한국과 프랑스 영화가 서로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
언급한대로 칸 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팡팡 튤립>의 제라르 크라직 감독과 배우 뱅상 페레,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의 18년 후를 다룬 <그리고 18년 후>의 감독 콜린 셰로와 주연배우이자 감독의 딸이기도 한 마를렌 베송―실제로 18년 전 바구니에 담겨 있던 그 아기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간략한 질의응답 내용을 아래 간추려 소개한다.
Q: 인사말 한 마디 부탁한다.
제라르 크라직: <팡팡 튤립>을 소개하게 되어 영광이다. 한국 영화인들이 자국 영화를 보호하는 모습이 대단히 감명 깊었다. 프랑스 역시도 자국 영화가 5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사례는 모범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를렌 베송: 단지 이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한국에 온 게 굉장히 기쁘다는 것만을 말하고 싶다(아직 소녀인 마를렌 베송은 수줍은 기색이 역력하다).
뱅상 페레: 10년 전에 <인도차이나>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두 번째로 방문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오래 전 방문했을 때 한국을 두루 여행했었고, 굉장히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했다. 한국 영화는 아주 재미있다. 이번에 <팡팡 튤립>을 소개할 수 있어 무척 기쁘고, 여러 사람이 이미 말한 것처럼 문화부 장관이 천명한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의지에 적극적으로 찬동한다.
Q: 콜린 셰로 감독의 <그리고 18년 후>는 설정이 아주 독특한데.
콜린 셰로: <그리고 18년 후>를 작업하기 전 <혼란>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작품은 대단히 무겁고 난해한 스타일이었다. 이슬람계 가족의 파괴, 폭력과 매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혼란>을 만든 후 좀 가볍고 행복한 영화가 그리워졌다. 그 중에서도 사춘기 소녀와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미국인이라는 인물상에 대해 탐구해보고 싶었고, 그런 욕망들이 뒤섞여 기획하게 된 작품이 <그리고 18년 후>다. 또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의 세 남자배우들과 일한 경험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Q: ‘랑데부 드 서울’는 영화 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친 한국과 프랑스의 교류의 장이다. 이 행사에 대한 뱅상 페레의 느낌이 궁금하다.
뱅상 페레: 결국 사람이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다가가 나눌 필요가 있다. 두 나라 모두에게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서로 배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은 움직임이 이후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는 사랑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장내 큰 박수).
Q: <팡팡 튤립>은 원작이 있는 영화다. 오리지널이 이미 존재하는 영화를 다시 만드는데 있어 부담은 없었나.
제라르 크라직: 팡팡은 시대의 도덕성을 거부한 인물로 프랑스에서는 아주 친숙하고 유명하다. 게다가 18세기 인물인데도 매우 현대적이다. 원작 <팡팡 튤립>이 나에게는 매우 귀한 유산으로 느껴졌고,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Q: 뱅상 페레에게 묻는다. 아까 한국을 여행했다고 했는데 어디를 여행했나?
뱅상 페레: 화산이 있는 곳이었다(웃음. 지명이 기억나지 않는 듯). 바다가 아주 훌륭했고 프랑스와 너무 다른 식사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라틴 민족처럼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고 느꼈다. 아무래도 한국인은 향락주의자인 것 같다(장내 웃음).
취재: 임지은
촬영: 이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