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예쁘지만 표독스러운 계모(염정아)와 두 자매(임수정 문근영)가 귀신이 들린 이층 목조 집에서 만나면서 기이한 일들이 발생, 서서히 그 무서운 기운의 실체와 가족의 비밀이 드러난다는 <장화,홍련>은 <춘향전> <심청전>과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원전의 모티브만 차용해 김지운 식으로 복원해낸 새로운 감각의 공포물이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장화,홍련>은 “아름답고, 무섭고, 슬픈 공포영화”다.
시사회에 앞서, 예의 그만의 깜장 선글라스와 모자로 무장하고 무대에 나선 김지운 감독은 “여러분들의 기대가 커서 그런지 마음이 무겁다”며 “이왕이면 다른 공포영화들에선 느낄 수 없었던 점을 봐 줬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귀기 어린 섬뜩한 분위기가 화면 가득 좔좔 흐르는 가운데에서도 10대 소녀들의 여린 감성과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심리를 역시나 남다르게 형상화시킨 <장화,홍련>은 이미 누설했듯 13일의 금요일에 개봉한다.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던 8억 가량의 목조건물. 그 집에 장식한 벽지가 뭐 천만 원이네 오백만 원이네 하는 풍문이 돌던데 확인 결과 아니었다. 목조세트 안팎으로 김지운 감독이 워낙 공을 들이다 보니 그러한 고군분투가 약간 오바돼 살이 붙은 사례라 볼 수 있다.
Q: 시사회를 마친 소감이 어떠한가
김지운(감독): 지금 생각해도 노가다와 다름없는 작업이었다. 크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름대로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색감을 재현해내려고 했다. 단순히 깜짝 놀라게만 하는 공포영화가 아니라 정서와 감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아름답고 슬픈 공포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소기의 성과정도는 거두었다고 본다.
염정아: 저도 처음 봤는데 얼떨떨하다. 지금까지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 먹었다
임수정: 다들 봤을 텐데, 잘 봤는지 궁금하다.
Q: 자매와 계모가 몸싸움을 하는 신이 있던데 어려웠겠다. 그 외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염정아: 얘들이 워낙 힘이 좋아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다들 같이 밥을 먹다가 혼자 식탁에서 수다 떠는 장면이 있었는데 원래는 굉장히 무섭게 보이려고 했던 장면이다. 그런데 아까 보니 다들 웃더라. 하여튼, 그 신을 찍을 때 가장 예민했다.
임수정: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데 좀 어려웠다.
김지운: 가만 보면 공포 영화의 연기가 체력적으로 소모가 많다. 인물의 극단적인 면과 보이지 않는 무서움에 대해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Q: 지금까지의 영화를 보면 가족을 다룬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지운: 감독 생활을 하기 전에 10년 가까이 백수생활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다양한 일들을 겪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Q: 코믹영화가 잘 어울릴 거라고 많이들 그러는데, 차기작 계획은 있는지
염정아: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다. 그리고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 내 자신도 다 인줄 알았는데, 영화 찍으면서 나에게 이렇게 예민한 부분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런 걸 끄집어내준 감독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김지운: 나 역시 염정아의 연기를 보며 코믹적인 부분을 많이 발견했다. 후에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물론, 이번의 계모 역도 아주 잘 소화해냈다. 그리고 늘 캐스팅을 하면서 주력하는 부분은 그 배우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모습보다는 새로운 측면을 발견해 형상화시키는 작업이다. 그게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임수정의 경우도 반항적인 이미지와 달리 어떤 심리적인 것들을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내면의 성숙함을 느꼈기에 캐스팅했다. 물론, 드라이한 표정도 마음에 들었다. 임수정 문근영 두 친구 다 또래 연예인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취재: 서대원
촬영: 신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