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타로 이와시로
1986년에서 1991년에 걸쳐, 경기도 한 농촌에서 6년이라는 세월 동안 벌어진 10차례의 강간살인사건. 71세 노인부터 13세 여중생까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한국 사회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본 사람이면, ‘음악 : 이와시로 타로’라는 크레딧에 시선이 갈 것이다. 윤승희의 ‘제비처럼’, 장현의 ‘빗속의 여인’과 살인 동기의 모티브가 되는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등의 가요 세 곡은 영화가 보여주는 80년대의 분위기를 표현한다면, 국내 영화 음악 작업은 처음이라 어쩌면 생소한 이름일 ‘이와시로 타로’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영화의 요소 요소를 고전적인 문법의 음악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일본에 동양의 엔니오 모리꼬네라 불리는 히사이시 조가 있다면, 이와시로는 그의 뒤를 잇는 막강한 실력파 음악가로 평가 받고 있다. TV, 영화, 애니메이션(<플란다스의 개>,<바람의 검심>), CF, 게임음악 등 폭 넓은 장르에서 작곡가와 프로듀서로 활약하였으며 세계적인 감독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 영화 <11’09”01>에 참여하는 등 월드와이드한 작업을 하고 있는 이와시로는 <살인의 추억>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음악이 평범한 스릴러 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색채의 음악이 되길 원했고, 그가 갖고 있는 어둡고도 서정적인 감성들에 강한 인상을 받아 이와시로와의 작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대단히 열정적인 사람이다. 우린 자주 만날 수가 없어 한번 만나면 10시간 이상의 긴 회의를 가져야만 했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서로의 감성을 교감하며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작업은 재미와 보람을 주었다. 영화가 나온 후엔 믹싱실에서 키보드를 치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아시아인이라는 공통 분모 때문이었을까? 무엇보다 그와의 작업이 즐거웠던 건, 서로 잘 통한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