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사람보다 우월한 단계인 호모수피리얼(homosuperial)을 의미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된 종. 가까운 이웃 같은 친숙한 모습으로 전 세계에 퍼져 암약 중. 엑스맨 중에서도 자비에 박사(패트릭 스튜어트) 같은 고수만이 회심의 ‘세레브로’ 장치를 이용, 텔레파시를 고도로 집중시켰을 때 비로소 위치 파악 가능한 이들 돌연변이들은 종교적, 인종적, 성적 소수 집단 모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엑스맨> 1.5 DVD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 이안 맥켈렌이 ‘내가 바로 돌연변이다’라고 밝히는 극적 모멘텀으로 이미 확인된 바 있었지만 말이다.
이를 테면 이런 스토리. 신원이 밝혀지지 않는 누군가가 백악관에 난입,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다. 여론은 엑스맨을 지목하고 돌연변이들을 격리 수용하는 등록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려는 조짐이 점점 거세지게 된다. 게다가 인류의 구원자를 자처하는 스트라이커 장군(브라이언 콕스)은 자비에 박사를 납치하고 돌연변이 영재 학교를 급습, 돌연변이를 전멸시킬 계획을 착착 진행시킨다. 감옥에서 탈출한 매그니토(이안 멕켈런)는 자비에 박사를 구출하고 인간과의 전면전에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데…이쯤 되면 죽느냐 사느냐라는 전쟁의 차원인걸!
돌아온 <엑스맨 2>를 궁금해 하는 영화팬들을 위해 3년 전의 <엑스맨>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겠다. 몸의 이상 증세를 느껴 가출한 로그(안나 파킨), 아다만툼 갈퀴가 손등에서 돌출하는 울버린(휴 잭맨)과 대면하고 그와 동승하게 된다. 손등을 바라보며 ‘뚫고 나올 때 아파?’라고 묻는 로그에게 그는 젖은 눈으로 대답한다. ‘항상’. 이 장면과 매그니토의 쓰라린 기억인 유대인 포로 수용소의 철창이 엿가락처럼 녹아 나는 오프닝 등의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돌연변이들의 존재론적 불안과 공포가 <엑스맨 2>에도 그대로 살아있다. 잊혀진 과거를 찾아 스트라이커와 대면하는 울버린, 인간에 대한 극심한 불신의 원인인 기억에 시달리는 스톰(할리 베리), 점점 커져 가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진 그레이(팜케 얀센) 등의 엑스맨들은 이미 예고된 3편에서 다시 고뇌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전작에서 설명이 완료된 캐릭터들이 상황별로 적용하는 텔레파시, 염력, 상처 자가 치유, 에너지 흡수, 기상 조절, 공간 이동 등의 스트레스성 초능력을 관객들은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세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밴쿠버의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그리고 울버린, 진 그레이, 사이클롭(제임스 마스덴)의 여전한 애정 신경전과 삼각관계, 상대를 만지면 모든 기를 흡수하는 로그와 아이스맨(숀 애쉬모어)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안타까운 사랑 등을 그려내는 로맨스의 결도 두터워 감동을 자아낸다.
결과적으로, 무려 12명에 달하는 캐릭터에 대한 엑스맨 팬들의 지속적인 애정을 유지시킨 채 액션 및 SF 특수효과라는 볼거리와의 조화를 이루어낸 <엑스맨 2>의 성공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능력이다. 그는 마치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은 엑스맨들, 즉 이 세상에 퍼져 있는 돌연변이와 같은 존재들에게 연대감을 부여하고 독려하려는 교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얄궂은 비유이겠지만 그러한 입장이니 <유주얼 서스펙트> 이후로 6년 이상을 <엑스맨>에만 혼신해 왔으며 시리즈 3편의 연출 의지도 슬쩍 흘린 것이 아니겠는가. 환영할 만한 일이다. 20주년을 맞이한 ‘007 제임스 본드’처럼 오래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