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나 신문에서나 ‘볼만한 비디오’ 코너를 찾는 이유! 아마도 대부분은 지루한 시간을 재미있게 때워볼 심산일 것이라 생각된다. 지루한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예술 영화 감상하리? 대개 웃기거나 화끈한 액션 영화 같은 것으로 타임을 킬링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춤추는 대수사선>은 ‘볼만한 비디오’로 꼽힐만한 영화이다.
1998년, 일본에서 14개월이라는 어마어마한 기간 동안 상영되었던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은 700만 관객을 동원한 일본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뭐, 블록버스터! 그러면 뒤집어지게 신나고, 눈물나게 짜릿한 그런 영화냐… 라고 질문하시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런 장면은 안 나온다. 이 영화가 주는 재미는 감칠맛이 착착 나는 캐릭터와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이 있다. 우리가 그간 보아온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자이로 드롭 수준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라면, 이 영화는 범퍼카 정도의 재미를 준다고나 할까? 범퍼카는 어디서 떨어지거나 날아다니지는 않는 놀이기구이지만 언제나 길게 줄을 서야만 하는 놀이기구이기도 하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딱 그런 느낌이다.
아오시마가 이틀동안 잠을 못 자다가 겨우 눈을 붙인, 사건 발생 사흘째 되던 날. 경찰서 로비에서는 정신적인 질환이 있음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여인이 찾아와 자신이 시체의 위 속에 봉제 인형을 넣어둔 엽기적 살인 사건의 살인범임을 자처하며 자살극을 벌인다. 아오시마는 자다가 일어났음에도 빠른 대응력으로 그녀의 자살 행위를 저지하고 그 틈에 스미레는 경찰서 내의 절도범을 체포한다. 남은 것은 납치 사건 뿐.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수사팀에서는 비밀수사에서 공개수사로 방침을 전환하고 아오시마 역시 수사에 참여한다.
일본의 관료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캐리어 조의 존재며, 사건을 위해 한 몸 희생했다고 온 경찰서의 형사들이 길에 서서 경례하는 장면이 우리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유쾌하다. 특히 어리버리한 듯 하면서도 의욕적으로 수사에 뛰어드는 아오시마 역의 오다 유지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리고 이마의 온갖 핏줄을 바짝 세우며 굳게 입을 다문 채로 고뇌의 표정을 실감나게 보여준 무로이 역의 야나기바 도시로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또한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배꼽과의 이별을 불러올 만큼의 폭소는 아니어도, 가벼운 웃음은 시종일관 끊이지 않게 한다.
한가지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는 동명의 드라마 내용을 숙지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동명의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에 힘입은 ‘드라마 완결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차치해두어도 <춤추는 대수사선>은 ‘볼만한 비디오’ 코너에서 꼭 다루어봄 직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