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는 달리 처절하게 엉뚱하고 소름끼치도록 웃기는 영화 [무서운 영화]가 개봉된다. '무서운 영화'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공포를 비웃기라도 하듯 [무서운 영화]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엔드 크레딧까지 관객들을 대상으로 유머 게임이라도 벌일 듯한 기세로 너무나 능청맞게 관객들의 폭소를 자극한다.
[스크림]으로 10대 슬래셔 무비의 장을 연 제작사 디멘션 필름이 [스크림3] 이후 발표한 [무서운 영화]는 [스크림]과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를 비롯 [블레어 윗치]와 [유주얼 서스펙트], [비틀 쥬스] 등의 영화를 패러디하며 패러디의 유쾌한 쾌감을 선사한다. [스크림]과 [나는 네가…]의 줄거리와 인물, 대사를 기본 구조로 삼아 두 영화의 상투적 플롯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여타의 패러디 영화보다 더욱 노골적인 복제와 유머는 언뜻 보아도 장난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유쾌함을 갖췄다. 이에 머물지 않고 감독인 키넨 아이보리 웨이언즈는 패러디의 성찬이라도 벌이듯 수많은 영화들을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미 언급한 영화 외에도 패러디의 도마위에 오른 영화와 TV시리즈는 [쇼생크 탈출],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매트릭스], [식스 센스], [아메리칸 파이], [클루리스], [일렉션], [13일의 금요일], [베이왓치], [미녀와 뱀파이어], [도슨의 청춘일기] 등. 이 영화들의 패러디는 [무서운 영화]에서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관객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시원한 배설의 유쾌함을 안긴다. 그밖에 수많은 영화들이 보이지 않게 패러디되어 왠만한 영화광이 아니라면, 유머의 체감이 훨씬 적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서운 영화]의 미덕은 끝없이 이어지는 패러디의 유쾌함과 엽기성 외에도 10대 영화의 가치를 조롱하는 기발한 풍자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풍자가 지독한 조롱으로 이어지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엽기적 유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무서운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로 거듭난다. 무엇보다 패러디 영화가 범하기 쉬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끝없이 유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서운 영화]는 성공적인 코미디 영화로 완성될 수 있었다.
[도슨의 청춘일기]로 유명한 제임스 반 데어 비크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것을 비롯, 10대 스타들에 대한 풍자와 조롱도 이 영화의 숨겨진 볼거리. 또한 R등급 코미디 답게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 장면들이 속출해 관람에 불편을 겪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한 노골적 유머는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쉽게도 극장 화장실에서의 그 유명한 장면은 국내 상영 필름에서는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농담의 수준은 가히 엽기적이라 할만하다.
[총알탄 사나이] 이후 패러디 영화가 영 맥을 못추는 국내 극장가에서 [무서운 영화]가 미국에서처럼 뜨거운 반응을 얻을지 사뭇 기대된다. 참고로 [무서운 영화]의 원제인 'Scary Movie'는 [스크림]의 가제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