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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골계와 계륵 사이에 놓인 영화과외
동갑내기 과외하기 | 2003년 2월 5일 수요일 | 서대원 이메일

영화를 드러내는 데 있어 닭이라는 가금류를 탁월하게 선택해 영상을 요리한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한 줄로 쫙 밑줄 그어 표현한다면, 아마도 보양식에 최고봉인 오골계와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마냥 신나게만 먹을 순 없는 계륵(鷄肋)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현재형의 청춘 코미디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영화는, 100점짜리 결과물까지에는 못 미치더라도 최소한 첫 시험을 치루는 이가 받을 수 있는 점수로서는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데뷔작이라 채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영화를 보려고 집을 나설 때와 보고 난 후 집에 들어설 때의 느낌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반전이나 진한 여운의 정서적 파장을 남기지는 못한다. 결국, 사색적인 영화의 스타일은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스크린과 대면해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잠시라도 다른 곳에 시선을 놔둘 여유가 없다. 장안의 유명한 과외선생처럼 영화에는 보는 이들에게 시종일관 즐겁다는 인상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입심과 테크닉이 있기 때문이다.

닭집의 맏딸인 수완(김하늘)은 적당한 푼수끼와 존심 그리고 여자로서의 앙증맞음까지 갖춘 대딩이다. 이에 반해 지훈(권상우)은 재력가(백일섭)의 아들이자 공부에는 닭대가리로서, 매사 한 성질 하는 2년 꿇은 노년?의 고딩이다. 영화는 이처럼 나이와 닭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고는 당최 궁합이 맞을 것 같지 않은 닭남닭녀를 과외라는 명목 아래 한 책상으로 불러들여 전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옥신각신 닭싸움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들을 ‘싸우면서 적을 닮아간다’, ‘싸우면서 정이 든다’라는 실 생활적 금언을 실천하게 유도함으로써 결국, 대화합의 장인 친하디 친한 짝궁으로 자리매김하게끔 지도편달 한다는 것이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핵심 뽀인트다.

신분의 차이나 경제적 차이 등 영화에서 설정한 두 사람의 관계는 로맨틱 코미디나 스크루블 코미디를 통해 이미 우리에게는 낯익은 그것이나 다름없다. 대신, 영화는 로맨틱 대신 코미디에 더 많은 비중을 싣는다. 좀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두 주인공의 탄력 있는 캐릭터에 초점을 실어 코미디를 펼친다는 것이다. 영화가 인터넷 연재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기에 어쩌면 이러한 영화의 전개방식은 호구책임과 동시에 가장 영리하고 안전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영화가 김하늘과 권상우라는 배우의 캐릭터에 5점짜리 객관식 문제 대신 20점짜리 주관식 문제만큼의 힘을 실어 진행할 수 있었던 요인은 고스란히 날 것 같은 구어체 형식의 대사에 있다. 더불어 통통 튀는 신세대적인 이미지들을 구세대적인 활자와 같이 한 프레임 안에 조합함으로써 그들의 대사는 더더욱 맛깔스러움을 자아낸다. 그러기에 자칫 진부함의 늪으로 한 없이 가라앉을 수 있었던 영화가 끝까지 우리와 눈높이를 같이하며 즐거운 소통을 할 수 있던 거다.

또한,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깔끔하고 유쾌한 청춘 코미디로 인상에 남은 것은, 근래의 청춘 영화에서 빈번하게 노출되는 억지춘향식의 무리수가 삭제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례로, 극의 흐름을 다양한 갈래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색즉시공> <마들렌>의 낙태문제, <연애소설> <클래식>의 다소 닭살 돋는 감정적 호소와 같은 자충수가 이 영화에는 결여돼 있다.

권상우와 김하늘이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또 다른 기질을 십분 살린 영화는 후반부에 다다르면서 얽히고설킨 여러 등장인물들의 무겁지 않은 갈등을 해결하고자 투 샷이 주를 이루던 화면에 수많은 인물들을 떼거지로 불러들인다. 허나, 매듭을 깔끔하게 풀지는 못한다. 백일섭 김자옥 같은 중견급 조연배우의 구성진 호연이 빛을 발한 반면에 신인급 젊은 조연배우들의 과잉된 몸 액션과 소리 내지름이 그러한 난삽함에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별반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간혹 비치는 권상우의 화풀이성 폭력의 소비는 분명, 영화에 흠집을 내는 요소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대중에게 선보임으로써 신고식을 마친 김경형 감독의 첫 영화는 전언했듯 성공적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근거로는 동어반복 같지만 무엇보다, 김하늘 권상우의 생생한 말 주고받음의 대사, 그리고 중견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익숙한 정서를 억지로 주입시키려는 단편적인 소재들의 부재 등과 같은 영화의 강점들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도록 큰 욕심은 자제한 채 끊어줄 때 끊어주고 이어주어야 할 상황에서는 이어준 감독의 매끈하고 탄력적인 연출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고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김경형 감독의 첫 영화과외는 많은 이들로부터 족집게 과외선생 못지않은 호응을 얻어낼 것이다.

WARNING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는 영화사의 있어 한 획을 그을 만한 키스 신이 유유자적하게 물 흐르듯 출현한다. 하지만 기존의 키스 신들이 범접하기에는 너무나도 심오하고 탈 세속적인 장면이라 보는 이들에게 심히 신중함이 요구되어 진다 볼 수 있다. 하오니, 그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면 강렬한 순간적 임팩트로 인해 자칫 정신적 외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념해두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4 )
naredfoxx
하하하 진심 둘이 잘어울렸음. 포스터 지금봐도 웃기다..   
2010-01-01 20:31
gaeddorai
가볍다   
2009-02-22 21:22
ejin4rang
진짜 최고의 명콤비   
2008-10-16 15:08
pyrope7557
당시 봤을 때 엄청 웃겼는뎅...
김하늘과 권상우의 연기동 좋았고용...   
2007-07-1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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