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이런 영화 별로 안 좋아해.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단순 무식 근육만 자랑하는 영화들은 질려버렸거든. 람보, 코만도 등등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마초 스타일의 영화들은 이제 한물 갔다고 했다고 과언이 아니쟎아. 뿐만 아니라 실베스타 스탤론이나 아놀드 슈왈츠네거 같은 아우라를 가진 액션 스타들도 없고...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더더욱 돈으로 모든걸 승부하려는 골빈 액션영화들 싫어.
근데, 우연치 않게 <트리플 엑스>를 비디오로 봤단 말이지. 그것도 설날 연휴기간에. 사실 우리 아버지가 워낙 단세포적인 영화들을 좋아하시다 보니 심심해 하시는 것 같아서 빌려다 드렸는데, 나도 곁다리로 옆에서 영화를 봤단 말이야. 근데 이상하게, 영화가 너무 순진하고 단순하고 뭔가 기존 마초 영화들과는 차별성을 지니는 귀여움이 숨어 있는 것 같더란 말이지.
개인적인 지론중의 하나가 잘 노는 사람이 뭘 시켜도 잘 한다 인데, 이 영화를 보면 그 사실을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하게 해. 보도자료에 알려진 것처럼 주인공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광적으로 즐기는 문제아 인데, 그 마음 씀씀이란게 장난이 아니란 말씀이야. 상당히 꼼꼼할 뿐만 아니라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정의 구현을 위해 힘쓰는 것 하며 겉 멋만 잔뜩 부리는 007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지금 생각하니까 빈 디젤이 우리나라 방문 했을 때 못 만난 게 한스럽군. 개인 인터뷰 시간 준다고 했었는데)
여하튼, 미국에 대적할 상대가 구소련의 붕괴이후 특별히 내세울 데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다양한 악당이 등장하고 있기는 한데, 이 작품엔 구 소련의 과학자들이 나오고 동구권의 붕괴와 문제점을 들먹거리면서 악의 축으로 만들어 버렸어. 통쾌하게 정의가 승리하는 건 좋은데, 과연 악의 축으로 내몰린 나라가 실상 그 모습이 그렇게 과격하거나 타락하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좀 씁쓸해 했을 거란 생각이 미치니까 얼마전 007 안보기 운동이 생각 나기도 하더라.
신세대 액션 스타 빈 디젤의 실룩거리는 근육과 빤짝거리는 대머리를 2시간여 동안 감상하고 나면 막힌 체증이 쏴아 하고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화끈한 오락 영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작품 보는 것에 대해 이번만은 강력히 추천해 주겠어. 그나 저나 2편도 나온다고 하는데, 얼마나 더 업그레이드 되었을지 사뭇 궁금해 지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