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셋팅이 미처 끝나지 않아 약간은 분주한 촬영장을 뒤로 하고 두 주연배우를 만나러 갔다. 또 다른 촬영을 마치고 서둘러 온 두 배우, 임시로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질문공세에 즐거운 표정이다. 클럽 메드의 최연소 팀장이자 자칭, 타칭 완벽한 남자 김현준에게 첫눈에 반해 깜찍한 ‘미저리’로 변신하는 ‘공희지’역을 맡은 장나라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무엇보다도 실제로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될 때 하고 싶은 일이 있잖아요. 말은 할 수 있는데 행동으로는 하지 못하는 일들. 누구나 속마음은 있는데 차마 시도는 못할 것 같은 일들이요. 공희지는 그런 일들(좋아하는 사람 집에 몰래 들어가기, 엽기적으로 스토킹하기 등)을 실제로 하는 인물이라서 마치 제가 그렇게 하는 것처럼 재미있어요.”
그렇다면 약간은 냉철하고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의 박정철은 이런 스토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나를 열렬히 좋아하는 분께 모질게는 못할 것 같다.”며 의외로 여린 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오빠 동생처럼 친해진 장나라 역시 박정철에 대해 처음에는 무서워도 말도 못걸었지만 알고 보니 절대(!) 그렇지 않다며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다. “배우로써도 남자로써도 너무 매력적인 분이예요. 절대(!) 냉철하지 않구요. 연기할때는 카리스마가 있지만 사실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입에서 이 이야기가 나오자 박정철, 얼굴이 금새 사과처럼 빨개진다- 분이예요. 깜찍한 모습도 있고 그야말로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죠.” 이를 받아 박정철 역시 장나라에 대해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것도 대단하고, 촬영장에 오면 아무리 힘들어도 슛만 들어가면 늘 생기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칭찬 일색이다. 이런 닭살 팀웍도 오랜만이지만, 보기 좋은 건 사실.
화기애애한 기자 회견이 끝나고 한참을 기다린 후 드디어 시작된 리허설. 클럽 메드의 고품격 싱글파티 ‘채러팅’ 행사에 참여하려고 했던 공희지의 친구들이 자격미달로 거절당하자, 이에 격분해 소비자인권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공희지가 클럽 메드 팀장 김현준과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두 커플의 첫 만남인 만큼 더욱 중요한 장면. 쉬운 듯 하지만 톡톡 튀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보니 매 리허설마다 쏟아지는 애드립이 장난이 아니다. 스탭들이 인물들의 동선과 대사를 정리하는 동안 장나라가 코디네이터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바로 귀걸이. 지난 번 촬영 때와 다른 귀걸이를 하고 있던 그녀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 한고비를 넘겼다 싶었는데 이제는 엑스트라가 부족하다. 엑스트라를 하기 위해 온 학생들, 여기저기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조명의 위치와 배우들의 메이크업, 등장하는 각도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나자 어느덧 시계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어버리고, 결국 이 날의 촬영은 수 차례 반복된 진짜같은(?) 리허설로 매듭되었다. 생각보다 늘어진 일정에 지쳐버린 취재진과 스탭들, 그러나 누구보다 힘들었을 터에도 밝은 얼굴로 일일이 인사를 잊지 않는 장나라와 박정철, 그들의 싹싹함에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이 둘과 함께 있다보면 누구라도 ‘해피’해질 것 같은 위험한(!) 예감을 느끼며 촬영장을 나섰다. 오! 해피데이~!
깜찍한 스토커 장나라와 99% 완벽남 박정철의 유쾌한 사랑이야기 <오!해피데이>는 현재 80%가량 촬영이 진행되었으며 2월 초에 크랭크업, 4월 4일에 개봉할 예정이다.
취재 : 구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