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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더’에서 승리자는 게리 올드만
컨텐더 | 2003년 1월 17일 금요일 | 서대원 이메일

최초의 여성 부통령, 최악의 섹스 스캔들,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연다! 그리고 80년대 호프 통닭집에서나 볼 법한 뇌쇄적인 자태의 달력 여주인공.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를 연상케 하는 도발적 눈빛. 이것들은 다름 아닌 이 리뷰 칸의 영원한 안주인, 붙박이 포스터의 홍보문구와 이미지를 말한 것이다.

요것들만 보자면, 뭔가 파격적인 장면이 <컨텐더>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정당한 생각, 당연 든다. 하지만 영화는 아쉽게도 당신의 기대를 저버리고 영화 내내 백악관과 청문회장으로만 우리를 이끌고 견학 및 관광을 시켜줄 뿐이다. 다녀온 소감?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으니 쉬엄쉬엄 써 내려가며 차차 말하겠다.

사고로 인하여 부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되자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 잭슨 에반스(제프 브리지스)는 같은 당의 레이니 헨슨(조안 앨런)을 지명한다. 이에, 강한 불만을 느낀 공화당의 샐리 러니언(게리 올드만)은 자신이 염두에 둔 사람을 중용하기 위해 헨슨이 대학생 때 집단 혼음 섹스에 참여했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그녀를 청문회를 통해 집중 추궁한다. 헨슨은 정적인 러니언의 파상적 공세에 자신의 정견만 또박또박 제시할 뿐, 자신의 사생활 대해서는 입에다 007표 제임스 본드를 붙였는지 당최 입을 열지 않는다.

영화는 정치스릴러를 표방하며 중반부까지는 청문회장의 공방전을 역동적으로 잡아내 나름대로 긴장감 있게 분위기를 몰고 간다. 그러기에, 왜? 헨슨이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이중적 잣대에 바탕을 둔 러니언의 일갈에 침묵으로써만 일관하는 수세적 대응을 펼치는지, 참관인인 우리들은 자못 궁금해진다. 혹, 그녀가 러니언의 말대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헨슨의 사생활의 잘잘못을 가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러한 일의 유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영화는 정치 스캔들을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어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주체 대상인 헨슨의 모호한 입단속의 신념과 거동에 카메라를 들이대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텐더>는 종반에 이르러 모든 것을 전형적인 할리우드식으로 문제를 종결짓는다. 아니, <인디펜던스 데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민주당 만세, 쌀나라(米國) 만만세를 삼창하며 자기들끼리 감동 먹고 박수치며 얼싸 안는다. 한 없이 눈살을 찌푸리는 보는 이들의 얼굴은 생각도 안 한 채.

영화는 클린턴 시절에 제작된 영화이기에 민주당을 옹호하고 헨슨의 그것과 르윈스키와의 성 스캔들을 동일시하며 대변해준다. 그나마 영화가 중반까지 팽팽한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캐릭터 장악력 때문이다. 법정영화인 <케인호의 반란>의 험프리 보가트, <필라델피아>의 톰 행크스, <어 풋 굿맨>의 잭 니콜슨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중에서도 공화당의 러니언 의원으로 분해 호연을 펼친 게리 올드만은 단연 돋보인다. 정말로 게리 올드만인지 의구심이 갈 정도로 철저하게 망가진 몰골로 등장해 결국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그를 보고 있자면, 사악한 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민의 정이 느껴질 정도이다.

<플레전트 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조안 알렌은 지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간 별 볼일 없는 아줌마 역할을 주로 해왔다. 오우삼의 <페이스 오프>에서 존 트라볼타의 아내로 나온 이미지가 전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알렌은 <콘텐더>에서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강인한 여성의 모습부터 러니언의 다그침에 움찔하는 심약한 인간적인 면까지 잘 표현해줌으로써, 영화는 물론이고, 게리 올드만의 연기 또한 한층 흡입력 있게 조율해준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아마도 손 숙 전 환경부장관과 장상 총리지명자가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흥미롭게 봤다는 이가 있고 반면에 저런 모습,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너무나도 정치를 잘해, 삼세번 봤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다. 글쎄, 이거야 보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지만, 필자의 경우, <컨텐더>를 보고 느낀 점은, 배우들의 힘이 영화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과 동시에 영화가 진부함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이면 배우들의 호연에 얼마나 큰 생채기를 남길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잡설-게리 올드만은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해서 올드만은 자신의 공화당으로서의 배역이 안 그래도 맘에 안 들었는데, 시나리오와 달리 더더욱 자신이 분한 러니언을 극악무도하게 그려내 감독과 상당한 입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2 )
ejin4rang
결말이 궁금하네요   
2008-10-16 15:14
js7keien
중반까지 잘 나가다가 [인디펜던스 데이]를 방불케 하는 결말은 대체 무엇인가?   
2006-10-03 17:3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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