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마일 (2월 21일 개봉 예정)
감독 : 커티스 핸슨
출연 : 에미넴, 킴 베이싱어, 브리트니 머피
자극적인 욕설과 조롱으로 가득한 랩뮤직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8마일>에 주목하는 이유는 독설과 돌출행동으로 유명한 스타인 백인 랩퍼 에미넴이 출연하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8마일>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한 젊은이를 통해 희망과 용기, 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의 결손가정에서 태어난 지미(에미넴)에게 암울한 현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은 사회에 대한 분노를 뱉어낼 수 있는 랩핑뿐. 밤마다 모이는 힙합클럽에서 상대를 비난하는 랩배틀로 지미는 스타가 되고 현실의 벽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자동차 공업의 중심도시에서 경기침체로 희망 대신 실업과 빈곤, 부유층과 빈민층만이 존재하는 도시가 되어버린 디트로이트는 영화 전체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부각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8마일 로드’는 지리적으로는 디트로이트를 중심과 주변 도시로 나누고 있는 길이지만, 백인과 흑인, 부유층과 빈민층을 나누는 보이지 않는 경계. 에미넴은 이 경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지미로 분해 연기자로서의 재능까지 보여주었다. 상대역으로 출연한 브리트니 머피의 뇌쇄적인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에미넴이라는 한 스타에 대한 이야기도, 힙합에 대한 이야기도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에미넴의 실제 삶과 반자전적인 요소를 지닌 픽션이라는 점은 단연 눈길을 끈다.) 희망에 대한 끈기와 인내에 대한 이야기 <8마일>. CNN이 올해의 영화로 선정하고,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들이 격찬한 이 영화가 우리 젊은이들의 고민과 맞닿을 수 있을지가 변수이다. (구교선)
-> 욕쟁이 문제아 에미넴이 이렇게 많은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
솔라리스 (2월 21일 개봉 예정)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 조지 클루니, 나타샤 매켈혼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 놓았다는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72년작 <솔라리스>는 스타니 슬라브스키 램의 결코 만만치 않은 철학적 사유가 집대성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SF작품이다. 이처럼 <솔라리스>는 위대한 예술가에 의해 잉태되었고, 또 다른 구도자에 의해 재현되었기에 영화의 리메이크작은 요원해 보였다. 멀게만 느껴지던 그러한 바람은, 영화를 또 다른 경지로 이끌어가고 있는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에 의해 성취되었다. 자본의 교활함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할리우드에 입성해서도 그는, 역시 자신의 교활함을 이용해 주류시스템을 조금씩 비틀어가며 작업해나가고 있는 감독이다.
조지 클루니를 탑승시키고 솔라리스로 탐사를 나선 소더버그는, 원작의 아우라에 훼손이 없게끔, 타르코프스키의 그것과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정도로 영화를 만들었다. 좀더 명확해진 부분도 있고, 더 추상화된 측면도 있다. 미국에서의 반응은 예상대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한다. 너무 난해하다고 난색을 표하는 부류와 새로운 지평을 연 심오한 드라마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부류로. 여튼, <솔라리스>는 슬라브스키.타르코프스키.소더버그.클루니, 이들 이름만으로도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데 모자람이 없는 영화라는 점,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서대원)
-> 에이리언이 출현해 총 쏘고, 피 터지고, 우주선 박살나는 영화만이 SF 행성물은 아니다.
갱스 오브 뉴욕 (2월 28일 개봉 예정)
감독 : 마틴 스콜세즈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카메론 디아즈
뉴욕의 어두운 이면과 밤의 세계를 천착해왔던 마틴 스콜세즈 감독이 1846년 미국 역사 초기의 뉴욕 거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77년부터 계속 마음 속에 품어오고 다듬어왔던, 어쩌면 가장 야심적인 프로젝트가 될 대서사극 <갱스 오브 뉴욕>. 파이브 포인츠라는 뉴욕 맨하탄 남쪽 구역을 배경으로 이민 사회 라이벌 파벌들 사이에서 치열했던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뉴욕의 19세기를 완벽 재현한 로마의 유명한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아버지인 발론 신부(리암 니슨)가 이웃 이민자 세력의 우두머리 도살자 빌(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암스테르담 발론(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복수극이 주요 내러티브를 차지하는데, 무엇보다도 ‘은퇴’를 거론했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1997년의 <더 복서>이후 5년 만에 드러내는 카리스마 넘치는 최초의 악당 연기, 흥행 대작 <타이타닉>의 미소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풍기는 진정한 ‘남자’로서의 매력, 암스테르담과 도살자 빌 둘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소매치기 역할의 카메론 디아즈 등 캐스팅의 화려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에서 개봉하여 <반지의 제왕 : 두개의 탑> 및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밀려 박스오피스 성적은 기대보다 시원치 않았다고 해도, 관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멋진 영화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듯. (구인영)
-> 디카프리오, 다니엘 데이 루이스, 카메론 디아즈 사이에서 이들을 디렉팅 하는 마틴 스콜세즈. 이 꽉 차는 로케이션 현장 장면만으로도!
질투는 나의 힘 (4월 개봉 예정)
감독 : 박찬옥
출연 : 박해일, 배종옥, 문성근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어 영화에 대한 찬사와 애정을 한몸에 받은 끝에 뉴커런츠 부문에서 최우수 아시아 작가상을 수상한 <질투는 나의 힘>은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통찰력 있는 단편들을 만들었으며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에 조감독으로 참여한 박찬옥 감독의 조용하지만 고집스러운 초심(初心)이 드러나는 도전적인 데뷔작.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서 모티브를 얻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한 젊은 남자가 자기 애인으로부터 유부남을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남자의 주변을 서성댄다’는 언뜻 간단해 보이는 내러티브를 이끄는 동인(動因)은 불안한 청춘의 내면을 지닌 착실한 대학원생 이원상(박해일), 분방하지만 허허롭게 세상을 부유하는 수의사 겸 아마추어 사진작가 박성연(배종옥), 로맨스가 생의 낙인 잡지사 편집장 한윤식(문성근), 강한 생활력과 비합리적인 자기합리화로 나름대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안혜옥(서영희) 이렇게 네 명의 인물이 행한 사랑의 작대기의 결과로 생긴 서로에 대한 복잡한 감정의 엇갈림과 그로 인한 질투의 줄다리기이다.
특히, 한 남자에게 두 번씩이나 애인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청년이 연적에 대해 갖는 질투와 선망이라는 복잡한 심리를 표현해낸 박해일은 진정한 연기를 펼칠 줄 아는 젊은 배우 기근에 시달리던 충무로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현재 <살인의 추억>과 <국화꽃 향기>를 촬영중이다.
올해 1월말에 열리는 32회 로테르담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해외 평단에도 선보일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4월 개봉 예정. <질투는 나의 힘>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실어 하루라도 빠른 개봉을 촉구하려면 ‘질투사랑’ 커뮤니티(http://cafe.daum.net/jiltusarang)로 GO~ (구인영)
-> “누나, 그 사람이랑 자지 마요… 나도 잘 해요…”라는 대사를 보라. 홍상수의 영화 이후 다시 한번 리얼함으로 황당해지는, 은근한 파장을 남기는 영화 보기의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