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 발생했다. 필자가 너무도 사랑하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관한 사건이다. 지난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만난 이후로 내내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걸작 애니메이션.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면서 그 진가를 최고로 발휘했던 바로 그 작품이 연관되었기에 더욱 불쾌하기 짝이 없다.
DVD라는 매체가 이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의 유희를 즐기기 위한 이들에게 있어 하나의 축복과도 같은 선물이 되고 있는 요즘 가장 큰 소비층으로 떠오른 것이 다름아닌 네티즌들이다. 비디오와 달리 대여보다는 소장용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DVD. 때문에 시장은 나날이 급성장 하고 있고, 그만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한 제작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네티즌들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이 꾸준히 계속 되고 있는데, 특별한 경품과 가격 할인 그리고 집에서 물건을 편하게 받아 볼 수 있다는 이점으로 직장인들을 비롯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이들에게 인터넷 쇼핑몰은 구매 욕구를 해결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출시사인 대원DVD는 네티즌들을 배신했다. 타이틀을 12월 17일이 아닌 12월 4일 급작스럽게 발매해 버린 것이다. 아니, 원래 예정날짜 보다 먼저 공개된 것에는 불만이 없다. 다만 타이틀 자체를 온라인은 무시한 채 오프라인 매장에만 진열했다는데 분개하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해 온라인에 주문을 의뢰한 이들은 갑자기 멍청이 취급을 당하며 쇼핑몰에 항의를 넣었지만, 인터넷 쇼핑몰 들에게는 사실 애초에 잘못이 없었다. 물건을 주지 않았다는데 쇼핑몰에 무슨 책임을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인터넷 쇼핑몰에 반발이 일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대원DVD에서는 급작스럽게 일부 쇼핑몰에만 물건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하루이상이 지나면서 그제서야 여기저기 타이틀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일정을 보름이나 당겨 갑자기 급조한 탓일까. 타이틀에는 여기저기 문제가 발생하며 네티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타이틀 자체에 흠집이 보이는 현상을 비롯해 타이틀 자체에도 인터레이스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나 보이는 한편, 일본에서 문제시 되었던 붉은색만이 수정되었을 뿐 바뀐 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프리오더 경품 역시도 처음에 약속과 다르게 수량이 부족해 일부는 받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불만은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아 오르게 하며 일파 만파로 퍼지고 있다.
어쩌면 너무 기대가 커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DVD에 대해 깊은 조예가 없는 필자의 눈에도 부족함은 확연히 드러나 폐부를 찔러대고 있다. 만약 제작사 측에서 네티즌들을 배려하면서 먼저 챙겼더라면 지금같이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을까? 타이틀을 출시하기 이전에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쳤더라면 이런 실수가 혼란을 야기하는 일들이 일어 났을까? 앞으로 대원DVD에서 나올 작품들이 소장 가치가 높은 것들이 많기에, 길게도 말고 딱 한마디만 전하고싶다. 네티즌들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좋은 작품들에 대해 부디 최선을 다해 좋은 타이틀을 만들어 달라는 것. 이것이 전부다. 부디 다음에 나올 작품들에서는 이번에 터트린 분을 삭일 만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