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이영호
영화 포스터에서도 단번에 알 수 있듯이 <몽정기> 의 OST 에서도 역시 80년대의 촌스러움에 대한 오마쥬가 짙게 깔려있다. 영화음악 작업을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룸인 Bubble Shower 의 곡들을 뒤로 하고서라도 80년대의 스피릿을 대표하는 세 곡의 팝송이 특히나 이러한 제작자의 의도를 또렷하게 내비치고 있는데… 우선 Patty Ryan 의 “(You’re) My Life, (You’re) My Love” 는 오락프로그램 “이유클럽” 에서 들어봤음직한 사운드의 곡으로 실제로 80년대 롤라장에서 뭇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형적인 유로댄스 곡이다. 허스키한 보컬이 압권인 Bonnie Tyler 의 “Straight From The Heart” 도 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그만인 곡이다. 그녀의 음악 특유의 서사적이면서도 웅장한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제대로 살아나있는 명곡이다. 또 한곡의 올드 팝은 7,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포크-컨튜리계의 거장인 J.D. Souther 의 대표곡 “You’re Only Lonely” 이다. 극중 공병철 (이범수) 의 러브테마로 사용되기도 했던 곡 답게 따뜻한 통기타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이다.
<몽정기> 의 OST 앨범은 프로젝트 그룹 Bubble Shower 의 정규앨범이라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무려 11곡의 트랙을 영화를 위해 선사한 이 그룹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 작곡을 담당한 박만희 (키보드) 를 중심으로 윤도현 밴드, 부활 등 유명 락밴드에서 세션맨으로 활동했던 염주현 (기타), 이경남 (베이스), 이기태 (드럼) 가 합심해 결성된 그룹이 바로 그 이름도 더할나위 없이 상큼한 Bubble Showr 이다. 이 프로젝트 그룹의 특징이라면 아무래도 특정 영화의 OST 앨범 제작을 목적으로 결성된 탓인지 그 음악적 색깔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영화의 비쥬얼과 자신들 음악의 합일점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 – 실제로 앨범의 녹음 작업은 영화의 화면을 보아가면서 잼 (Jam)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 을 꾀한 이들은 마침내 80년대 특유의 쾌활하고 정감어린 복고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모던락의 여러 요소중 자신들이 취할수 있는 최대한의 이점을 적극 수용함으로써 오늘 날 들어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복고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극중 운동회 1,000 m 이어달리기의 하이라이트 씬에 삽입되어 많은 관객의 뇌리에 남았있는 곡이 바로 “결심” 이란 곡이다. 객원 싱어로 참여한 이형석의 시원시원한 보컬이 특히나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며 염주현의 질주하는 듯한 느낌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나 이기태의 힘있는 드럼은 80년대 최고인기를 누리던 메탈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정감어린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하는 “비행기” 는 전형적인 모던락 사운드를 표방하는 곡 이다. 또한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10대 사춘기 또래의 맘을 잘 풀이한 가사들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베이시스트 이경남이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한 – 마치 부르기 귀찮은 듯 들리기도 한 보컬톤이 압권 - “그냥 이렇게” 는 블루지한 감성이 짙게 배어있는 곡으로 피아노와 오르겐의 하모니가 백미이다. 극중에서는 공병철 선생님의 코믹한 댄스씬과 매치되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역시나 오르겐 사운드가 서정적인 감성을 배가 시키고있는 발라드곡 “사랑을 한다는 게” 나 훵키 (Funky) 한 감성이 잘 뭇어나 있는 “달려” 등 영화에만 삽입되고 말기에는 아까운 트랙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3곡의 올드팝과 “Bubble Showr” 의 곡들 외에도 가장 귀를 잡아끄는 트랙은 바로 김선아가 부른 “캔디” 이다. 극 중 학생들의 요청에 못이겨 부르게된 곡이 바로 인기 만화 <캔디 캔디> 의 주제가 “캔디” 였던 것. 앨범에서는 화려한 믹싱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8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이만한 곡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직까지 영화음악이 흥행에 미치는 중요도가 미미한 수준인 국내 영화제작 분위기에서, 어찌보면 없으면 아쉽고 해서 의례적으로 제작되어지는 OST 라고 느껴질수도 있는 여건에서 이처럼 건실한 음악 세션들이 의기투합해 결성된 그룹의 신곡을 11곡 씩이나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주제넘은 축복과도 같은 일이다. 또한 <몽정기> OST 에게 있어 가장 고마운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