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영화를 보기 결심 했다면, 영화 초반에 펼쳐질 살육 신에 놀라지 않도록 마음을 굳건히 하기를 바란다. 이제까지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끔찍하고 엽기적인 영화의 시작은 한마디로 관객을 넋을 빼 버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가 심의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통과 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오프닝의 잔혹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시작과 동시에 질려버린 가슴을 부둥켜 안고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제는 작은 놀래킴에도 행여 처음과 같은 끔찍함이 반복 될까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감독은 초반에 조성한 공포심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기 위해 영화의 중간중간 깜짝쇼를 준비해 관객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돌이켜 보면 그다지 무섭지 않은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작과 동시에 펼쳐진 살육 장면의 잔상 때문에 쉽게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지나치게 볼거리에만 치중한 나머지 기존의 다른 공포영화를 뛰어 넘는 독특한 매력따위는 지니고 있지 않다. 이는 곧 내용 없이 계속적으로 끔찍한 장면만이 나열된다는 이야기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영화에서 너무나 많이 쓰였던 밀실에의 공포 혹은 고립과 낯설음에 대한 공포는 '유령선'이라는 새로운 컨셉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추악한 탐욕과 본성을 그리고자 했다는 의도는 대충 이해가 가지만, 그 주제를 보여주기까지 펼쳐진 현란한 살육 장면들이 과연 이 영화에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를 상기 한다면 오히려 영화적 재미는 반감이 될 수도 있다.
비주얼적인 요소에만 치중한 것을 감추고 싶었는지 감독은 마지막에 <식스 센스> 같은 반전도 끼워넣고, 순수한 아이의 영혼을 통한 구원의 메시지도 슬쩍 보여준다. 하지만 어떠한 노력도 특수효과로 범벅이 된 이 영화를 살려내지는 못한다. 다만 그 미덕으로 보여지는, 난파선에서 원래의 웅장하고 화려했던 유람선으로 변신하는 장면이나 끔찍한 몰골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그려낸 장면 등은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으리란 생각이다.
<고스트 쉽>은 지난해 <13고스트>를 선보였던 스티븐 벡 감독의 신작이다. 또한 <메트릭스>의 조엘실버와 <백 투더 퓨쳐>의 로버트 저멕키스가 제작을 맡았다. 이 외에도 음악 미술 특수효과 등의 분야에는 할리우드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이들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돈이 많이 들어갔다는 점. 단순히 3류 공포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겨울비가 추적거리며 쌀쌀한 날씨를 독촉하고 있는 이 계절에 과연 이러한 스펙타클한 공포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