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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달’로 분한 ‘비’
‘바람의 파이터’ 부산에서 제작발표회 | 2002년 11월 19일 화요일 | 컨텐츠 기획팀 이메일

부산영화제가 한창 열리는 동안, 저 멀리 해운대 근방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의 힘이 느껴져 알아본 결과. <바람의 파이터>라는 원작만화를 <리베라 메>의 양윤호 감독이 영상으로 재현시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장대한 포문을 여는 제작발표회를 갖기로 하고.

<바람의 파이터> 제작발표회는 부산 해운대 근처에 있는 한 호텔에서 화려하기보다는 사뭇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로 일관하며 서서히 영화의 내막을 드러냈다. 특이하게도 제작사 드림써치가 쇼케이스 형식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다. <바람의 파이터>는 바로 ‘극진 가라데’의 창시자이자 세계 무도인들의 사표(師表)로서 추앙받고 있는 한국인 최배달의 일생일대를 그린 영화이다.

맛나는 부페 음식을 뒤로한 채, 행사에 참석한 귀빈들은 범상치 않은 바람소리와 어둠을 관장하는 사이키에 미혹되어 행사가 치러질 메인무대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백지장처럼 허연 스크린이 이내 천장에서 서서히 하강하고,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그곳을 향해 빛은 돌진하기 시작해 영상을 주조해낸다. 고인이 되신 최배달 선생의 짧은 다큐가 상영된 것이다. 묵직함이 한껏 느껴진 영상클립이 마무리된 후,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의 단원들이 극진사라데 시범을 펼쳤다. 야구방망이를 두 동강내고 몇 겹의 얼음장을 단칼에 손날로 부서뜨리며 일순 장내의 분위기를 환호성으로 가득 차게 할 정도로 그들의 파격적인 무술시연은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 <바람의 파이터> 프리 뷰가 상영되었다. 분명, 힘과 역동미가 넘쳐나는 이미지의 총합이었다.

드디어 베일에 쌓여 있던 최배달 역의 주인공 소개 시간이 당도했다. 10여명에 이르는 실제 유단자인 출연진이 무대에 나타나고, 마지막으로 그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비’였다. 가수 ‘비’말이다. 제작발표회를 통해 알져진 바에 의하면, 그는 곱상하고 호리호리한 몸매임에도, 싸움꾼으로서의 능력 역시 탁월하다고 한다. 영상을 통해 본인도 보았지만 정말이지 장난 아니었다. 비가 사라진 후, 양윤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소개되고, 드림써치의 또 다른 대형 프로젝트인 <마징가>의 영상이 상영되었다. 제작발표회는 이렇게 끝을 맺고 간단한, 하지만 푸짐한, 식사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기자회견의 풍경을 간소하게나마 옮겨보자면 이러하다. 음악감독으로 박진영, 촬영에는 <리베라 메>에 이어 또 다시 손을 잡은 서정민 선생, 원작자인 방학기 선생 등이 감독과 주연배우와 함께 회견에 참석했다.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은 최배달 역의 비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존경하는 분의 일생을 자신이 맡은 것에 대해 무한한 영광으로 받아들이며, 총 3단계의 훈련을 거쳐, 고인의 명예에 누가 안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내비췄다.

가수가 출연하는 영화치고, 비평이나 흥행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들인 예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바람의 파이터>는 여타의 기존 작품들과는 분명 다르게 느껴졌다. 제발이지 이 호의적인 첫 인상이 2003년 09월 개봉하는 그날까지 유지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대한다.

취재: 부산 = 서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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