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운스>가 개봉한단다. 드디어 극장에 걸리는가 싶다. 2000년부터 개봉이 되네 안되네 말도 많았던 바로 그 영화다. 1998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1997년 블루 리본상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신인상 을 수상했으며, 키네마 준보 최우수 신인여우상, 호치 영화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연기상, 요코하마 영화제 각본상, 촬영상, 신인상, 오사카 영화제 신인상, 다카사키 영화제 조연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닌 작품이다. 일찍이 영화의 재미와 작품성을 고루 인정 받은 이 작품은 국내 수입업자로부터 입도선매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문화 3차 개방의 물결을 타고 사회적인 이슈와 화제성을 등에 업고 개봉 준비를 진행 중이던 <바운스>는 그러나 처음부터 엄청난 암초를 만나면서 개봉이 불투명해 진다. 2000년 수입 추천제가 성행할(?) 당시 선정성을 이유로 수입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여고생들의 원조교제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와 더불어 사회에 불신과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수입 추천 반려의 이유였다. 덕분에 영화는 개봉 시기를 놓치게 되었고 이미 계약이 체결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수입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개봉이 가능해 질 그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수입된 채로 이런 저런 이유들로 개봉을 못하고 있는 일본 영화들은 수 없이 많다. 특히나 개봉 타이밍을 놓쳐 더 이상 공개 자체가 어렵게 된 작품들도 상당수 있다. <실낙원>, <토미에 리플레이>, <스카우트맨>, <오디션> 등이 이들 주인공이다. 필시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에는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는 매력이 다분히 한가지씩은 존재했으나 이제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퇴색의 길에 접어들고 말았다. <비밀>같은 작품이 어렵사리 개봉에 성공하고 또한 흥행에서도 나름대로 재미를 보긴 했지만, 이런 일들은 마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운스> 같은 작품은 결코 퇴폐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음을 밝혀주어야겠다. 오히려 썩어 문드러진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여전히 초록빛 싱그러운 미래가 존재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그리고 있는 건강한 영화다. 그 화법이 거칠긴 하지만, 영화가 끝나 갈 무렵 약간의 '짠'한 감정이 느껴질 정도로 다분히 희망적이다.
자꾸만 한국 영화 심의의 태도가 궁금할 따름이다. 납득이 가지 않은 근거를 제시하고 볼 권리와 즐길 권리를 원천 봉쇄하려는 그들의 태도가 지독히 답답하기만 하다. <바운스> 같은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특히나 그 이유가 개봉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란 것이 자명해 진다면, 심의기관에서 영화사에 배상이라도 해 줄까? 부디 '대박'이라는 카운터 펀치로 그들의 턱을 얼얼하게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